지난 30일 방영된 MBC ‘PD수첩-긴급취재 천안함 침몰’ 편에서는 26일 원인모를 폭발사고로 침몰된 ‘천안함’의 피해 가족들을 만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나도록 선체가 발견조차 되지 않아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실종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드러났다. 김경수 중사의 아내는 “(남편이)육상근무를 원했는데 내가 진급 때문에 나중에 하라 그랬다”며 후회했다. 제2 연평해전 당시 천안함에 탑승해 전쟁을 치룬 뒤 후유증을 앓았던 박경수 중사의 아내 역시 “남편이 가기 싫어했는데 내가 보냈다”며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국방부 측은 천안함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속 시원히 공개하지 않아 실종자 가족들의 답답한 마음을 더욱 부채질했다. 생존한 천안함의 함장은 피해 가족과의 면담에서 “배가 1초 만에 가라앉아 어쩔 수 없었다”는 발언으로 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함장과의 면담은 끝까지 진행되지 않았고, 그는 피해가족들의 분노로 반쯤 부서진 차량을 타고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방송을 통해 나타난 국방부의 황당한 대응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 없는 책임자들에게 유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내보낸 것. 한 아버지는 “얘들이 진짜 싸움을 하려 한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실종자 수색에 좀처럼 진전이 없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정운찬 국무총리 등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아무리 와도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정치인들의 생색내기식 방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운찬 국무총리와의 만남은 아예 거절돼 그는 멋쩍은 미소를 흘리며 사라져야 했다.
민간 어선의 제보로 30일 어제 함미가 발견된 천안함은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원인과 더불어 실종자들의 생사여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이 와중 한 아버지의 휴대전화로 실종자가 전화한 흔적이 남아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으나, 해군측은 ‘확인결과 사실무근’이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자기 자식이었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 “대한민국 예비군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다”며 정부의 대응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현화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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