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A양의 실종 직후 경찰은 1월 말에 일어난 20대 여성 강간사건으로 수배 중이던 성폭력 전과 2범 김길태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김길태는 1997년 길 가던 9살 여자 아이를 인근 옥상으로 끌고 가 성폭행 하려다 부모에게 발각돼 미수에 그친 전과가 있었다. 그로 인해 3년 형을 살고 2001년 4월 출소, 출소한 지 한 달만인 2001년 5월에 길 가던 30대 주부를 자신의 옥탑 방으로 끌고 가 10일간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8년 형을 선고받았던 김길태는 2009년 6월 말 출소했고, 출소 후 7개월만인 지난 1월 23일 또다시 길 가던 20대 여성을 인근 건물 옥상으로 끌고 올라가 성폭행한 후 자신의 옥탑 방에 이틀간 감금,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 3건의 범행은 상당한 유사점을 보였다. 길 가던 피해자를 노상에서 납치했고 인근 옥상으로 끌고 올라가 성폭행했으며 성폭행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A양에 대한 범죄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길 가던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집으로 침입하여 납치를 감행, 성폭행 이후 하루도 되지 않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는 것이다.
특히 시신을 유기한 방법은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인 모습으로 전문가들은 시신 유기 방법만을 본다면 처음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범행이 아닌 것으로 보일 정도라고. 과연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 살해 한 것은 김길태의 단독 범행이었을까? 그렇다면 그는 왜 갑자기 범행 수법을 바꾸었을까?
김길태가 검거되던 당시 그의 소지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동용 분홍 장갑이었다. 살해된 여중생의 것이 아니라고 판명된 6~9세 여자아이용 분홍 털장갑. 드라이버 역시 눈에 띄었다. 김길태가 활동했던 삼락동과 덕포동 일대에는 지난 1~2월 사이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취재결과 한 동네 5~7집이 한꺼번에 도둑을 맞는가 하면 알려지지 않았던 성폭행 및 성폭행 미수 사건이 더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범인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과연 덕포동 일대에서 일어났던 의문의 사건들은 김길태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일까? 김길태가 가지고 있던 분홍 장갑의 주인은 누구일까?
또한 사건이 벌어진 직후 언론을 통해 알려진 김길태는 지능지수 86, 인터넷을 할 줄 모르며 휴대폰도 없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그다지 똑똑하지 못한 존재였다. 일각에서는 그런 김길태가 납치에서 시신 유기까지 치밀하게 계획되고 계산된 것으로 보이는 A양 사건을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 김길태는 지난 1월 23일 20대 여성을 성폭행 한 건으로 수배가 내려진 지난 1월 25일부터 검거되던 3월 10일까지 단 한번도 CCTV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연인원 수만 명에 달하는 경찰들을 따돌리며 유유히 도피행각을 벌였다.
김길태에 대한 주변의 증언도 매우 상이하다. 김길태와 교도소에서 6개월가량 같이 지냈고 김길태가 출소한 이후에도 한 달여간 함께 직장생활도 했다는 K씨는 김길태에 대해 “발뺌이 습관인 친구”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 조사에서 범행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김길태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것.
그러나 6개월 전 김길태를 김상태라는 이름으로 소개 받아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가장 친하게 알고 지냈다는 B씨는 자신들이 알던 김상태는 성폭행을 저지를 사람도, 살인을 저지를 사람도 아니라고 말했다. B씨와 친구들이 알던 김길태는 사람 좋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며 약속한 것은 꼭 지키는 친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길태가 ‘연쇄성폭력 범죄자’라는 것이다. 국내에도 성폭행 범죄자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지만 2001년 당시 이미 상당히 높은 재범위험성을 보였던 김길태를 막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성폭행 범죄자와 연쇄 성폭행범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특히 연쇄성폭력 범죄자의 경우 범행이 거듭되면서 살인으로 진화되어갈 가능성도 높다. 김길태의 경우 이미 2001년에 더 험악한 범죄자로 진화될 위험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견해를 밝혔다.
4월 3일 오후 11시 20분에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김길태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하고 연쇄성폭력 범죄와 그 진화 과정을 집중 분석함으로써 제 2, 제 3의 김길태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천경진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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