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리뷰는 관점에 따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싫었던 '시골'
어릴때는 방학이면 종종 시골에 있는 친할머니댁에 정말 자주 놀러갔었다. 엄마랑 같이도 가고, 한두번 가봤다고 엄마가 아프니까 그 어린 나이에 나랑 형이서 둘이서 찾아가본적도 있고 아무튼. 어쩔땐 할머니집에서 거의 살았던적도 있어서 그런지 우리집 마냥 정겨운곳이 할머니 집. 이때만해도 친할머니는 시골에 산다고 시골할머니, 외할머니는 바닷가에 산다고 오징어할머니 라고 불렀었는데 나 참.. 할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던 나였지만 왠지 모르게 유난히 싫었던 '시골'과는 별개로 할머니가 좋았던 이유를 나 대신 아주 잘 설명해주는 영화가 아닐까. '정겨움'이 한 단어로 설명이 되는 봐도봐도 재미있는 국내 명작중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단순 감독이나 가족애를 떠나서 왠지 모를 추억이라는 향수까지 겸비하고 있는 영화 <집으로>. 문득 포스터를 보다 느낀건데 나는 할머니랑 둘이 찍은 사진이 한장 없네. 남는건 사진 뿐이라더니.
영화인지, 실제인지 구별안갈정도로 찐 시골생활을 보여주었던 <집으로>가 이제는 많이 오래된 영화 혹은 요즘 세대의 학생분들에게는 공감이 될런지 모르겠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런 요소를 떠나서, 할머니와 손주의 애정을 떠나서 순수함이라는게 아주 제대로 깃들여있는 영화라 많은 분들이 계속해서 다시 찾아봐주었으면 하는 영화이다. 뭔가 이 영화 이야기를 하는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다시 생각해보는것만으로도 나의 어릴적 할머니집 생활이 생각이 난다. 화장실이 밖에 있으니 무서워서 신문지 깔아서 마당에서 싸던 기억, 벌레들 많다고 울던 기억, 강아지풀 눈에 비비고 눈병 걸렸던 기억, 소들에게 여물을 주던 기억, 할머니가 나와 형 준다고 트럭상점에서 사온 왠지 짝퉁 느낌이 나는 요상한 음료수와 과자 까지. 정말 모든게 다 추억이 되어버렸는데 그 기억을 이 영화에 담고 싶은 그런 느낌이다. 그저 감동이었던 영화에서 어느 순간 그만큼 소중하고 특별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