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만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2014년 5월 중학교 1학년, 한창 게임에만 빠져 살던 나에게 아버지는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
“2박 3일 동안 부담 없이 책 읽고, 강의 듣고, 힐링도 할 수 있는 행사가 있는데, 갈래? 아빠, 엄마랑 누나도 같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평생 책 읽은 시간을 따져도 하루가 안 될 텐데, 무려 3일 동안 책을 읽는다고?’
온몸으로 거부반응을 느꼈다. 그러나 함께 다녀오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 들어주신다는 아버지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졌다. 3일만 참으면 되니 눈 한 번만 딱 감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행사장 안에 들어섰을 때, 나는 아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규모였다. 800여 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큰 행사장이었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큰 행사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었다. 100개가 훌쩍 넘어 보이는 원형 테이블에는 최소 5명 이상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책을 읽거나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충격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강단에 있던 한 아저씨가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이번에 선정한 공용 도서라며 책의 내용에 대해 풀이해 주었다. 나로서는 행사에 참석해서 첫 번째로 듣는 강연이었다. 일반적인 강의였다면 흥미가 없어 집중력을 잃었을 텐데, 그 강의는 신기하게도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그 공용 도서는 미리 읽었어야 하는 도서인데, 나는 읽지 못했다. 그런데 오히려 내용을 모르기에 더 강의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스스로 놀랐다. 이 놀람은 독서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강규형 대표의 3P자기경영연구소에서는 매년 5월이면 ‘단무지(단순, 무식, 지속)’ 행사를 벌인다. 이 행사를 통해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정과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2박 3일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무척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800명과 함께 한 이날의 떼독서는 지금도 내게 즐겁고 유익한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네 살의 나에게 ‘독서’라는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해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행사가 모두 끝난 후, 나는 비로소 아버지가 같이 가자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독서를 하는 모습과 여러 좋은 강연들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고,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길 잘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도 얻고 배운 것도 많아. 알찬 시간을 보냈어.’
갈 때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돌아올 때는 홀가분하고 가벼웠다. 2014년의 2박 3일 단무지 행사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자 변화의 시작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단무지 행사에서 소개받은 한 독서 모임을 다녀오신 후, 나에게도 같이 가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는 독서 모임은 아직 아닌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단무지 행사에서 책과 친해지게 된 것은 맞지만 아직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강압적인 말씀 없이 석 달 동안 혼자 모임에 나가셨다.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셔서 놀라웠다. 끝내는 나도 독서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처음 독서 모임과 발표에 참여하면서 사람들 앞에 서기 전까진 모든 긴장감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마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찾게 된 시간이었다. 그동안 학교 성적이 좋지 못해 자존감이 낮았었다. 그런 내가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으니 어깨를 펼 수 있었다. 앞으로 다른 것 또한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독서 모임은 2014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 2년 동안 함께 했다. 2년 동안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모임에 나갔다. 언제부턴가 독서 모임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 되었다. 나에게 독서 모임은 학교보다 더 중요한 공부였다. 독서 모임은 나와 책을 가깝게 만들어준 곳이었다.
책을 읽은 후 나는 달라졌다. 확연히 달라진 점은 바로 ‘내 생각’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이란, 어떤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과 판단을 의미한다. 생각의 맞고 틀림을 떠나 내 개인적인 생각과 주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