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s://namu.wiki/w/%EC%8A%A4%ED%8B%B0%EB%B8%90%20%EC%A0%9C%EB%9D%BC%EB%93%9C

리버풀 소년에게 그 일은

가장 신나는 일이었어요

고작 동네 소년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됐으니까요

이룰 거라 꿈도 못 꿨던

그런 꿈을 이루었고

제게 생길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밤과 경험을 맛보았죠

그 과정에서 믿기 어려운

끔찍한 좌절도 겪었고

남들은 앞서 나간다는 기분을

앉고 살아야만 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게 과정의 일부고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축구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

경기하는 게 아니라

관련된 모든 것을

처리해나가는 거니까요

스티븐 제라드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생소한 이름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릴 것이고. 리버풀 FC를 대표하는 선수였고 선수로 활동하던 당시도 이미 전설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어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의 선수 인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됐다.

리버풀 FC

제라드와 리버풀 FC를 떼어놓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그 깊은 관계를 말할 것이고 잘 모르는 사람도 때론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게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고.

유망주 시절부터 은퇴 직전까지 선수 생활 거의 전부를 리버풀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제라드는 리버풀 FC 대표 선수를 넘어 도시의 상징이었고 심장이었다. 아마도 영혼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돈에 따라 그리고 여러 이유로 (컴퓨터 폴더 정리보다 더 쉽게) 팀을 옮기는 시대에서 그는 무척 희귀한 존재일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시대착오적인 사람이기도 할 것이고. 리버풀 FC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앞으로는 그와 같은 선수는 나타날 수 없진 않을까? 그 지역 출신이 지역 축구팀에(만) 충성하며 선수 생활을 가져가는 사람이 과연 다시 등장할까?

비운의 선수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했고 그것 말고도 화려한 경력이지만 이상하게 제라드를 떠올리면 운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간신히 해낸 챔피언스리그 우승 외에는 항상 문턱에서 좌절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인 것 같다. 모든 헌신을 쏟은 리버풀 FC가 정상에 올라선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 것이고. 전혀 초라한 경력이 아니지만 어쩐지 제라드를 떠올리면 승리의 성취감이 아닌 승리를 갈망하는 애처로운 모습이 더 떠올려진다.

그의 성장 과정은 축구가 전부였던 여느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다. 빈민가 출신에 뛰어난 축구 재능을 보였고 일찍부터 눈에 띄어 그 재능이 출신 지역 축구팀에서 더 밝게 빛나게 되었다는 식이다. 흔한 성공담이지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리버풀 출신이고 리버풀 FC에서 일어난 이야기라 조금은 달리 알아보게 된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충은 알고 있을 힐스보로 참사나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에서 항상 우승권 언저리를 쳐다보는 처지의 리버풀 FC를 생각하면 제라드의 모습은 조숙한 천재 혹은 힘겨운 소년가장의 모습으로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일까? 제라드는 리버풀 FC 팬들에게 가장 큰 애정의 대상이면서 반대로 비난의 대상이기도 했다. 높은 기대와 그 기대와는 동떨어진 결과로 제라드의 축구 인생은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 압박감을 무슨 수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고 거기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독함은 어떤 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영국 리그를 떠날 때까지 꿈꾸던 리그 우승을 못 이루고 리버풀 FC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팬은 아니었어도 한편으로는 딱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놀림 받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그 당시 실컷 조롱의 대상이(그리고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그런 것들이 생각나서인지 그를 떠올리면 화려한 모습보다 좌절하는 모습이 더 생각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팀의 상징이지만 실패담으로 가득한 모습이고 지지리도 운이 없는 선수로 기억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 다큐를 본다면 제라드의 선수 생활의 힘겨움을 충분히 알면서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충분히 이해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적으로나 선수로서나 존중과 존경을 하게 만든다. 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켜세웠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리버풀 FC에 모든 것을 쏟아냈고 그럼으로써 잃은 것은 많았지만 조롱과 비난까지 받았어도 그와 리버풀 그리고 팬과의 끈끈함은 그 어떤 선수도 누려보지 못한 강한 유대감일 것이다. 지역 출신으로 끝까지 떠나지 않은 모습은 앞으로 다시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 무척 진귀한 경우이기도 할 것이고.

세월이 흐르면 리버풀 FC 팬이나 그를 추억하겠지만 그가 선수로 뛰던 모습을 봤기 때문인지 리버풀 FC 팬을 부러워한다면 얼마나 많은 우승을 했는지보다 제라드가 있었던 팀으로 무척 부러울 것 같다.

출중했던 능력에 비해 정상에 오른 적이 많지 않아 주목받는 경우 적었지만 이렇게 그의 선수 인생을 살펴보니 선수로 활동할 때 더 지켜볼걸... 하는 아쉬움이 커진다.

정말 좋은 선수였고 그 선수에 관해 깊은 애정 속에서 바라본 다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