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공부, 영원한 삼진 아웃은 없다
사법시험은 1차 시험에 합격하면 2차 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두 번 주는데, 첫 번째 2차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동차 합격’이라고 한다. 1차 시험에 합격하기 전에 2차 공부를 미리 해놓는 경우가 아니라면 동차 합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때 나는 1차 시험 합격 후 6월에 있을 2차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어서 아무래도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아침에 7시 반쯤 일어나서 8시에 시작하는 학원 강의를 들었다. 12시쯤 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먹고 밤늦은 시간까지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자정 무렵에 독서실에서 나와 집에 들어오면 잠들기 전까지 미진한 부분들을 공부하고 새벽 1~2시쯤 잠을 자는 일상을 4개월 정도 반복했다. 그런데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하던 와중에 슬럼프가 닥쳤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불면증이었다. 온종일 정신이 멍했다.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졌다. 학원에 나가지 않기 시작했다. 독서실에도 나가지 않고 PC방과 만화방을 전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무려 6개월 이상 허송세월 하다가 두 번째 2차 시험일을 맞았다. 시험은 당연히 불합격. 잔인하게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법시험 1차 시험에 상위권 등수로 당당히 합격했던 내가 1년 만에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1년 넘게 방황했다. 결국 사법시험 공부를 포기하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생각했다. 야구를 포기하던 날이 생각났다. 부모님만 동의하시면 짐을 싸서 이 바닥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딱 한번만 더 준비해보라고 하셨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사법시험을 처음 준비한다고 생각하고 딱 1년만 더 공부해보기로 했다. 동차 합격을 목표로 학교 고시반에 들어가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왠지 마음이 편했다. 그동안의 망나니짓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고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열심히 했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2009년 2월에 있는 사법시험 1차에 응시했다. 시험 당일 집에 와서 채점을 해보니 예상 커트라인보다 꽤 여유 있는 점수였다. 채점을 마친 그 순간부터 3일을 내내 앓았다. 1년 동안 달려오며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져서였다.
1차 시험을 마치고 딱 3일을 쉰 후 동차 합격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곧이어 1차 합격자 발표가 났고, 예상대로 합격했다. 2차 시험을 본 후에는 학교에 복학했다. 혹시 이번에 불합격하더라도 2차 시험 기회가 한 번 더 남아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면서 불합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공부했다. 세 번째 본 2차 시험이었지만 그 전에 본 2차 시험은 베대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처음으로 합격을 기대하면서 맞이하는 발표일이었다. 결과는 동차 합격. 이어 3차 면접시험도 합격했다.
야구선수를 할 때에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것이 야구를 그만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반면 야구를 그만둔 후 공부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공부는 항상 내가 투자한 만큼의 결과물을 내게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성취욕이 강한 나를 자극했다. 내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서 결과가 돌아온다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 공정하다고 느껴졌다.
사법시험을 보는 데 다른 자격은 필요 없다. 그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묻지 않는다. 고졸이든 전문대졸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로지 모든 응시자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출발점이 같다.
10대와 20대 초반에 공부를 못했거나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해서 평생 ‘공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사회가 아니라, 그 누구든 최소한 동일한 출발점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패자부활전’이 존재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과거에 한 노력들을 부정하지는 않되, 과거에 노력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역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 꼴찌들도 할 수 있다! 역전 공부법 Tip. ]
암기의 비법 2가지
1. 단어 단위로 쪼개서 기억하라
사람의 두뇌는 ‘단어’ 단위는 기억하기 쉽지만, ‘문장’ 단위를 기억하기 어렵다. 따라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어 단위로 축약한 정리’만 되어 있으면 암기는 특별히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문장의 핵심 키워드를 정리하여 암기하고,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결해나가는 방식으로 공부해야 한다.
2. 비슷하거나 반대되는 것은 함께 정리하라
공부를 하다보면, 예전에 앞에서 공부한 내용과 비슷하거나 반대되는 내용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 열에 아홉은 예전에 공부했던 내용을 다시 찾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출제 포인트다. 유사하거나 반대되는 내용은 수험생을 현혹하기 좋은 내용이기 때문에 출제자로서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내용이 나오면 반드시 앞의 내용과 함께 정리해두어야 한다. 특히 이렇게 비슷비슷한 내용을 한군데 묶어서 정리해놓으면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암기도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