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행복한 삶의 조건
행복이란 불행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사람의 마음속에는 행복을 느끼게 하는 긍정적 정서와 불행을 느끼게 하는 부정적 정서가 공존한다. 행복과 불행은 장미나무에 피어 있는 장미꽃과 가시처럼 완전히 다른 속성을 가진다. 어떤 시인은 장미에 가시가 있어서 장미꽃이 더 아름답다고 노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미동산에 만개한 아름다운 꽃송이를 보며 느꼈던 쾌감과 뾰족한 가시에 찔렸던 아팠던 통증은 인간의 뇌에 완전히 별개의 체험으로 서로 다른 기억의 상자에 저장된다.
행복과 불행은 완전히 다른 정서적 경험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행복이란 불행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다. 불행을 줄인다고 해서 행복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즐거움, 기쁨, 자긍심 같은 긍정적 정서의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늘리려는 능동적인 태도만이 행복한 인생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필립 브릭맨 교수는 다른 심리학 교수들과 함께 재미있는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2명의 복권 당첨자를 표본으로 추출했다. 그중에는 당시 돈의 가치로 100만 달러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도 일곱 명이나 있었다. 한편 복권이 당첨된 사람과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22명의 일반 주민들을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추출해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지는 행복도 측정을 위한 질문들로 구성되었다. 복권 당첨자들에게는 당첨 전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복권이 당첨되고 나서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앞으로 몇 년 후 얼마나 행복할 것으로 기대하는지를 물었다. 이들 일반 주민에 대한 질문도 과거 6개월 전에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제외하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질문은 복권 당첨자와 같았다.
기대와 매우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당연히 복권 당첨자들의 행복감이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행복감은 이웃 일반 주민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일상적인 삶의 만족도는 일반 주민보다도 낫게 나타났다. 왜 그럴까? 바로 새로운 자극에 쉽게 익숙해지는 인간의 심리적 적응성 때문이다. 적응성 수준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상황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람이 느끼는 자극 효과는 과거에 경험했던 적응값에 의해 결정된다. 예기치 않은 행운이 찾아왔을 때 사람들은 처음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기쁨을 느끼지만 이 새로운 상황에 쉽게 적응한다. 그리고 다음에 비슷한 행운이 생겼을 때 이를 당연시하고 처음에 느꼈던 희열의 강도만큼 느끼지 못한다.
이렇듯 인간은 새로운 극단적인 자극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한다.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적응이란 인간에게 야속한 심술꾸러기다. 왜냐하면 인간이 수년 동안 피나는 노력과 땀으로 일궈낸 성취의 감격과 기쁨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서서히 줄어들게 하고 마침내 모든 것을 초기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권 당첨과 같은 일확천금이나 고속 승진과 같이 거창한 한두 개의 행복보다는 여러 개의 소소한 일로부터 기쁨을 찾고 매사에 감사하며 행복의 횟수를 늘려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기 때문이다.
삶은 길이보다 밀도다.
인생은 가늘고 길게 사는 것보다, 굵고 짧게 사는 것이 값어치가 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여기서 굵다/가늘다는 얼마나 의미 있게 사는지, 즉 삶의 밀도를 측정해준다. 반면에 길다/짧다는 얼마나 오래 사는지, 즉 삶의 길이를 재준다. 따라서 인생의 가치(V)는 간단하게 삶의 밀도(D) X 삶의 길이(L)로 나타낼 수 있다. 이 식에서 삶의 길이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그러나 삶의 밀도는 개인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자신이 설정한 삶의 목표에 따라 통제할 수 있는 변수다. 따라서 삶이 가치는 길이가 아닌 밀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의 도화지 위에 밀도 높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삶의 매 순간마다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간의 밀도 속에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 존 러스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