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전작이 <내부자들>이다. 당시에 아무 기대 없이 봤다 완전히 깜짝 놀란 영화다. 시대상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고 반전도 들어간 작품이었다. 19세미만 불가인데도 인기를 끈 작품이 되었다. 지난 작품이 이병헌의 원 탑에 조승우가 받쳐 줬다면 이번에는 송강호다. 최근 몇 년 동안 흥행 실패가 없는 송강호다. 출연한 작품이 비슷하지도 않고 색다른 소재와 주제를 다룬 영화에 나오면서도 항상 흥행면에서도 성공했다.
이번 작품도 사실 송강호라는 이름 하나로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연기 갖고는 누구도 흉을 볼 수 없을 정도 경지다. 이번 <마약왕>에서는 이게 독이 된 듯하다. 감독 입장에서는 송강호를 계속 써 먹고 영화내내 이끌고 가고 싶어 했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과유불급이다. 송강호가 혼자 너무 많은 걸 해내니 영화 자체로는 다소 재미가 덜했다. 송강호 혼자 충분히 극을 이끌어 갈 수 있지만 다른 캐릭터가 보완을 잘 했어야 한다.
대적하는 캐릭터든 함께 캐미를 보여주는 캐릭터이든 말이다. 이 지점에서 수많은 캐릭터가 영화 상에서 나오지만 어느 누구도 송강호와 합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건 송강호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내리티브 상 아쉽기도 하겠지만 감독의 실수라고 본다. 송강호와 대적해서 연기로 누를 수 있는 배우는 분명히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소한 일정 분량을 나눠주면서 송강호가 갖고 가는 힘을 분산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실제로 조정석 같은 경우에 이전 작품인 <관상>에서는 송강호와 엄청난 캐미를 보여줬다. 이번 작품에서는 송강호를 잡는 역할인데 딱히 인상적이지 못했다. 그 외에도 다른 캐릭터들이 전부 송강호를 돋보이게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좀 따로 논다. 송강호와 어떤 합을 보여주기도 전에 계속 등퇴장을 반복한다. 이미 언급한 김인구 검사역할의 조정석도 그렇고, 김정아 역의 배두나, 동생인 이두환 역할의 김대명, 아내인 성숙경 역의 김소진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성숙경 역의 김소진이 대등한 힘을 잠시 보여주기는 해도 너무 찰나라서 보는 재미가 덜했다. 송강호가 너무 잘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영화 전체 내용 전개가 좀 지루했다. 이두삼이 한국에서 마약왕이 되는 과정을 영화는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고초를 겪으며 정상 자리에 선다. 그 과정이 솔직히 그다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뻔한 패턴으로 전개 될 것이라는 예측대로 진행된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예상한 그대로다.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은 조직에게 배신을 당한다. 그 후에 우연히 알게 된 히로뽕 제조와 판매 루트를 갖고 새롭게 사업을 진행한다. 이두삼이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에서 제조한 후에 일본에 파는 일이니 외화벌이도 되는 일석이조였다. 그는 차근 차근 배짱을 갖고 판매 루트의 상위 인사를 만나 포섭하고 점차적으로 세력을 넓힌다. 여기에 사회 고위층 인사를 만날 수 있는 루트도 개발해서 이전과는 다른 인물로 재탄생하며 상류층으로 변신해서 세상에 나타난다.
영화는 실제인지 여부인지는 모르겠다. 연대 순으로 진행되고 년도를 함께 보여주는데 그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 그나마 영화 마지막에 마약왕이었던 이두삼이 잡힌 후에 검찰에 마약과가 생겼다는 나레이션이 깔린다. 대부분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부하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 대부분 처음에는 가족이 그 역할을 맡는다. 특히나 어둠 세계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에서는 그런 측면이 거의 없다.
아주 초창기에 가족이 나오는데 그들이 어떤 식으로 팽 당했는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수많은 네임드 배우진이 출연했음에도 스쳐 지나가는 인물로 묘사되니 영화의 힘이 사라진 느낌이다. 송강호가 이 모든 걸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영화 자체가 마약왕이 되는 과정을 그렸기에 올바른 판단인지도 모르겠다. 마약을 나중에는 이두삼이 직접 제조한다. 제조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명명한다.
어둠 세계에서 성공한 자의 일대기 영화다. 이런 영화에서 주인공이 성공하며 끝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무래도 일반인의 정서에 부합되지 않기때문이다. 거기에 스스로 무너지게 만든다. 이두삼은 절대로 마약은 하지 않고 판매하는 자로 남지 못한다. 마약을 하는 순간에 모든 것은 끝이라고 영화에서는 지속적으로 경고한다. 뽕쟁이가 되는 순간부터 이성은 날라가 버린다. 한국에서도 상당히 많이 있다고 한다. 주변에 없어 보기는 힘들지만.
미국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이고 책에서도 이에 대한 걱정을 한다. 미국의 현 상황에 대해서. 한국은 아직까지 그와 관련된 르뽀 기사도 거의 없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나한다. 그런 이유로 영화 내용에 좀 더 밀착된 생생함을 덜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전 부산에서 사상 최대의 마약을 찾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실제로 한국은 중간 유통을 하는 국가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영화 내용을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다. 영화는 그런대로 였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이두삼이 전화 통화하는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