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명절 전후로 개봉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에 제목이 참 절묘했다. <아이 캔 스피커>라고 한다. 나만의 착각인줄 몰라도 대부분 한국 사람들에게 여기까지 나오면 거의 무조건 잉글리쉬다. 다른 단어는 뒤에 올 수가 없다. 이러다보니 어느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고 싶어 펼치는 다양한 에피소도 나열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던 내가 결코 착각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제작진이 어느 정도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닐까싶다. 관객들이 별 생각없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가 반전에 깜짝놀라는 것 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아주 제대로 관객과 밀당에 성공한 영화다. 워낙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기에 그저 영화가 가족 드라마라는 생각했으니. 실제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그런 예상은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뻔하게 전개 되었다. 옥분(나문희)할머니는 파파라치같다.

구청 모든 직원들이 옥분할머니를 피한다. 막무가내로 민원을 넣는다. 그 민원을 무시할 수도 없다. 어느 정도 준법정신에  입각한 민원이니 도저히 무시할 수 없다. 그저 피하는 것이 최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민재(이제훈)이 근무를 하게 된다. 뭣도 모르던 민재는 옥분 할머니가 구청에 와서 넣는 민원을 책임지려 한다. 그 작전은 무시하는 거다. 들어줄 것은 들어주지만 철저하게 민원 프로세스로 하라고 알려준다.

그 이외는 걍 무시하면서 보내준 서류도 무시한다. 우연히 영어 학원에서 민재와 옥분할머니는 만나고 영어를 민재에게 가르쳐 달라며 민재와 서로 알아가게 된다. 그러 와중에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왜 그러는지 이해하려 민재는 노력한다. 그럼에도 민재와 옥분할머니는 서로 오해로 틀어진다. 그러면서 영화는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쪽으로 전개가 된다. 옥분 할머니에게 과거가 있었다. 감추고 싶었던 과거였다.

과거 위안부였다. 사실 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려 했던 것은 미국에 있는 동생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어 밖에 할 줄 모르는 동생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점이 옥분할머니가 영어를 배우려던 목적이었다. 그랬던 영어가 뜻하지 않게 위안부와 관련되 증인으로 출석해서 증언을 하려는데 보탬이 된다. 영화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인해 관객이 방심하다 헛점을 찔린 느낌이 강했다.

편하게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훅~하고 들어온다.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던 할머니가 했던 모든 행동은 그런 작은 걸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어려움을 경험하는지 알기에 한 행동으로 빚춰진다. 마음은 따뜻하지만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걸 전달하려 했던 걸로 깨닫게 만들어준다. 그런 부분을 직접적으로 대놓고 언급하거나 대사로 알려주지는 않지만 뉘앙스로 알게 해 준다.

어느 날 옥분 할머니가 위안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동네에서 항상 시장 상인을 괴롭히던 노인 네에서 준법 정신이 투철하고 남들 모르게 선행을 베풀던 할머니로 말이다. 후반부에 가서 옥분 할머니가 미국에서 증언하는 장면까지 보여주며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부분이라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발표한 내용을 영화 후반부에 알려주며 실제 주인공을 보여준다. 영화 맥락상 참고를 한 분이라 보이긴 하지만.

영화 자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국뽕 영화라 할 수 있는데 나름 세련되게 영화내용이 전개된다. 과하게 한국이 최고라는 식으로 전개되지도 않는다.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감정 몰입을 해 주며 할머니의 정서를 따라가며 울컥하게 한다. 그 정도면 충분히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뭐 킬링 타임용이라는 표현이 애매하지만 그런대로 볼 만하다. 제목은 참 지은 거 같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옥분의 한 마디 - 아이 캔 스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