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으로 인해 가족에게 버림받은 재구(윤박)는
도박장과 공사판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다
우연히 밥을 얻어먹기 위해 들른 장례식장에서 순식(신정근)을 만나다

세상 착해 보이는 순식을 본 재구는 오갈 곳 없던 차에
만취한 순식에게 형이라고 부르며 하룻밤 신세를 진다.
재구와 순식은 다음날 아침 헤어지지만
순식이 퇴근해서 집에 와보니 재구가 와 있다.

가족 밖에 모르는 아빠 순식과 엄마 애심(장소연)
엄마 아빠를 지키는 씩씩한 딸 순영(고나희)
그리고 이들의 일상에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 재구

재구는 불청객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족인가?

가족밖에 모르는 순진한 아빠 순식과 엄마 애심 그리고 그들의 사랑스러운 딸 순영
부모는 약간의 지적 장애를 가졌으나 가정을 이루고 잘 살고 있으며,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평안한 가족 속에 불청객이라 할 수 있는 재구가 등장하며
파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연기파 배우 신정근, 장소연이 지적장애를 가진 부부로 열연을 하고, 배우 윤박또한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연기 변신을 하였으며, 아역배우 고나희양의 연기 또한 너무나 사랑스럽다.
소외된 사람들의 씁쓸한 현실 속 이야기를 감독의 섬세한 연출로 비춰주는데
실화를 모티브로 하였기에 영화 속 이야기는 더 묵직하게 와닿는다.

순식의 가정에 들어온 재구는 가끔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내심 개과천선을 기대해보게 되는데
그의 폭력성은 역시 변화되지 않는다.

아무런 의심 없이 재구를 순식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마을 사람들....

순식 부부는 재구가 불편하지만 섣불리 그를 내보내지 못한다.
그들의 지적장애를 이용해 협박까지 하고 있으니 그의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

약자이기에 강자에게 억울하게 막무가내로 당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야말로 고구마 몇 개 먹는 느낌이 들고,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아마 우리 이웃에서도, 생활 속에서도 장애를 이유로 해서 차별을 받는 경우를 보게 될 것이다.
특히 지적 장애가 있다면 더 그러할 것이고...
나는 선진국의 척도는 국민들의 의식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범주 안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 포함된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약자라고 해서 무시하고 함부로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의식수준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순식네 가정처럼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닐지라도
약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영화 속 씁쓸한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세상에
이웃에 관심을 갖자는 말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의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순식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큰 용기를 낸다.
그리고 가족을 지켜낸다.

그리고 재구
재구는 그의 폭력성으로 순식의 가족에게 온갖 만행을 저질렀지만
그 와중에 몇 번은 따뜻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에게도 따뜻한 불씨가 몇 번이나 반짝였으나 지펴지지는 못했다.
친 가족에게서조차 버림받은 그가 행복한 순식의 가정을 보며 그들의 식구가 되고 싶었으나
이미 폭력성에 길들여진 그의 의지, 본능이 되어버린 그 의지를 이겨낼 수가 없었으리라
그러고 보면 참 나쁜 놈이면서도,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또한 약자였던 것이다.

마지막 그의 울음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그의 일부였던 간절함이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