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무엇이라 이야기할지 상당히 곤란하다. 흡사 철학 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이다. 무엇이라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 내 밑천이 드러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우리는 우주를 이야기하고 외계인을 이야기할 때 철학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재미를 추구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가끔 철학을 논한다. 어지간한 책보다 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외계인이 있는가. 외계인은 누구인가. 전 우주에 존재라 할 수 있는 건 우리 뿐이 없는가.

이런 주제를 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간에 대해 인류를 되돌아보게 된다. 어디서 우리는 왔고 어디로 가는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도대체 왜 느닷없이 외계인은 우리 앞에 당도한 것인가. 아무런 징후도 없이 도착해서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지도 의문투성이다. 현재 지구에서 존재하는 가장 고등동물인 인간의 과학으로는 다른 우주를 갈 수 없다. 빛보다 빨라도 우리가 우주에서 보는 빛은 이미 몇 억광년이다. 이러니 현실적으로 갈 수 없다.

그런 점은 우주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이 현재 인간 과학의 한계다. 그나마 블랙홀과 웜홀 등으로 순간 이동을 논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는 않다. 시간이라는 절대 개념이 들어간다. 시간은 절대 개념이라고 했지만 상대 개념이기도 하다. 타임머신을 타면 과거로 미래로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안에 타고 있는 나도 시간은 똑같이 간다. 그렇기에 도착했을 때 난 다른 나이가 된다. 이처럼 힘들다. 이로 인해 인간은 더욱 과학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단순히 머리로만 사유하던 철학이 실험과 증명으로 대체되고 있다.

처음에 <컨택트>를 얼핏 봤을 때 난 예전 조디 포스터의 <컨택트>의 리메이크로 알았다. 그도 아니면 그 후속작이거나.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마지막 타이틀이 올라갈 때 <Arrival>이 떠 원제가 컨택트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사실 그 후속작이라고 해도 되긴 한다. 그토록 기다리던 외계의 존재가 드디어 지구에 도착하여 그들과 조우하는 이야기니 말이다. 어느 날 밑도 끝도 없이 거대한 물체가 하늘에 떠 있다. 전 세계 몇몇 곳에 출목한 물체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떠 있다.

루이스 박사(에이미 아담스>는 언어를 해석하는 능력으로 외계 존재와 만나는 임무를 맡게된다. 이안(제레미 레너)은 물리학자로 참여한다. 둘은 18시간 마다 열리는 물체 안으로 들어가 그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처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루이스는 먼저 자신의 언어를 짧게 행동과 함께 알려준다. 이에 물체에 있는 존재들은 인식하고 반응하며 서로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고 해석한다. 사실 이 과정은 쫓아가기 좀 어려웠다. 자기들끼리 알고 이런 단어라고 해석해 알려주는데 전혀 모르겠다.

그렇게 하나씩 서로 배우며 조금씩 상대방과 가까워진다. 과연 어떤 식으로 외계인이 묘사될 지 참 궁금했다. 인간처럼 그려질 지 형상없이 그려질지. 결국에는 문어와 비슷하다고 할까. 그렇게 묘사되었다. 실제로 그들이 하는 의사소통도 꼭 먹물처럼 뿜어 글자인지 언어인지를 알린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큰 줄거리다. 여기서 미국은 계속 의사소통하며 이유를 밝히려고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반대로 적대시하며 물리치려 한다. 대표 국가는 중국이다.

모든 것은 인간이 해석하고 전달한다. 영화에 나온 외계 존재들은 그저 존재 할 뿐이다. 그들이 한 이야기 중 기억 나는 것은 3,000년 후에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왔다고 한다. 아울러 루이스가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은 한 쪽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표현도 한다. 우리는 시간이 한 쪽으로만 흐른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1년 이 간다. 이런 식으로 시간은 한 쪽으로만 갈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영화에서 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육체의 한계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고 갈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의 정신은 가능하다. 실제로 다양한 영화에서 미래에는 육체가 아닌 정신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세상을 그려내기도 한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영화 처음에 루이스 딸 아이가 탄생하고 자라며 사랑스런 아이에서 반항하는 사춘기까지 보여주고 병에 걸려 사망하는 것까지 대략 2분 정도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 이 때 하는 대사가 시작이라는 표현을 한다. 그래서 다시 딸 아이가 외계 존재를 만나 회복되는가도 생각했다.

영화 내내 끊임없이 루이스는 딸 아이와 한 대사와 행동을 기억해낸다. 그 덕분에 외계언어를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에 가서 자신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기에 얼마든지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 미래가 정해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가면 어느 정도 예측되는 미래도 아주 조금만 변화를 주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이미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면 그걸 알고도 당신은 실행할 것인가. 이를 테면 아이가 태어나면 육체적 문제를 안게 된다. 이 사실을 알아도 받아들일것인가. 이처럼 영화는 인간에게 묻기도 한다. 당신은 과연 정해진 운명을 감수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인간은 결국 죽는다. 죽지 않는 인간은 없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죽겠지만 그 여정에서 다양한 감정과 추억이 쌓인다. 이마저도 거부할 것인가.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도 그 안에서 행복한 느낌과 감정이 있고 추억이 공유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컨택트>는 이처럼 결국 SF를 끌여들었지만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과 우리 삶에 대한 성찰에 대한 영화다. 라고 써 본다.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대해 무엇이라 하는 순간 나 자신의 못남과 부족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 이 영화 원제인 소설도 <Story of your life>라고 마지막 자막에 뜬다. 그렇다. 이 영화는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너무 내용적인 측면으로 리뷰를 적었지만 시각적으로도 아주 훌륭하다. 어떻게 저 장면을 찍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씬도 제법 많다.

마지막에 반전이라고 하면 반전이 있다. 다만 영화 마지막에 가서 여전히 외계 존재는 무엇때문에 왔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굳이 언급하자면 이대로 가면 인류를 스스로 멸망할 위기에 처했기에 이를 막기 위해 왔다고 할까. 무려 3,000년 후에 벌어질 일을 방지하기 위해 왔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이들은 외계인이 아닌 미래 인류다. 의외로 이런 영화에서 그런 경우가 많다. 이들은 미래에서 왔기에 육체적 한계를 이겨내려고 존재로만 왔을 뿐이다.

연기자인 에이미 아담스는 의외로 저평가되었다고 본다. 연기도 잘 하고 예쁜데 워낙 작품성(?) 영화를 찍어 블럭버스터 영화에서 보기는 상대적으로 힘들다. 이 영화에서도 초반 외계 존재와 만나는 장면은 집중하게 만드는 최대 히어로다. 감독인 드니 빌뇌브도 연출한 작품이 명성이 자자했는데 그동안 단 한 편도 보지 못했다 이번 영화를 봤는데 향후 연출작이 더 기대된다. 영화를 보는내내 이걸 꼭 다시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극장에서 또 보진 않겠지만 그래도 꼭 다시 볼 거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루이스가 외계존재를 만나려고 숨 가뻐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