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제로가 우리를 속이는 방법
사이코패스들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대상자를 미리 물색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아무나 덥석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캐나다 브록 대학의 안젤라 북이 2013년에 내놓은 연구에 의하면 사이코패스는 걷는 모습만으로도 희생자를 고를 수 있다고 한다.
『47명의 남자들에게 사이코패스 성향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한 후 성향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런 다음 새로운 12명에게 복도를 통해 실험실로 걸어오게 하면서 걸음걸이를 촬영한 후, 과거에 범죄의 피해자가 된 적이 있는지, 있으면 몇 번이나 그랬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답하게 했다. 이제 이 동영상을 두 집단에게 보여 주면서 누가 범죄피해를 당하기 쉬워 보이는지 1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겨보라고 하였다. 당연하지만 놀랍게도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집단이 훨씬 성적이 좋았다. 걷는 모습으로도 누가 쉽게 당할지 사이코패스들은 귀신같이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처럼 사이코패스들은 누가 적당한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고 장담한다. 또한 잘 속는 경향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그 특징은 항상 남에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착한 사람들이지만 그런 강박관념은 사이코패스를 비롯한 공감제로들에게 좋은 먹잇감으로 비쳐진다.
그렇다면 공감제로는 우리를 어떻게 속일까?
1.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을 건든다.
일반 사람들은 커피든 술이든 제안한 뒤 여성이 거절하면, “아, 그래요?” 하고 돌아서며 차였다고 가슴 아파한다. 그러나 공감제로들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
다가가서 “커피 한잔해요”가 아닌 먼저 “술 한 잔해요”라고 말하고 거절당한 뒤, “그러면 커피나 한잔해요.” 이렇게 말한다. 아마 당신이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뭐, 커피 한잔쯤이야 뭐.’ 이렇게 반응하기 쉬울 것이다.
공감제로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일단 거절할 것이 분명한 높은 기준점을 설정해서 말한 뒤 자신들이 실제 원하는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일반 사람들은 “다음에 차 한잔해요”라고 말하면, 그냥 “네.” 하고 헤어진다. 그러나 노련한 선수들이나 공감제로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럼 이번 주 토요일 오후 네 시쯤 괜찮겠어요?” 이렇게 물으면 좋다라든지 아니면 다른 날 언제가 좋다는 대답을 들을 확률이 크다.
이는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우리의 본능을 건드림으로써, 자신의 입으로 한 약속을 어기기가 힘들게 만든다.
2. 동질성으로 사람에게 신뢰를 준다.
우리는 집단 안에서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동화되고 동질화되도록 진화되어 왔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누가 봐도 제일 긴 선이 아니지만 주위의 참가자를 가장한 실험자 몇 명이 그 선이 제일 길다고 답하면, 대부분 어쩔 수 없이 그 대답에 동조를 하게 된다. 심지어 청록색 슬라이드를 보여 주고 대부분이 청색이라고 대답했다고 들으면 청색으로 말하고, 대부분이 녹색으로 대답했다고 들으면 녹색이라고 대답한다.』
이런 동질성에 끌리는 본능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더 신뢰를 준다. 돈을 나눠 주는 사람을 보기에서 고르라고 할 때 같은 얼굴이라도 자신의 얼굴과 합성을 한 사람의 사진을 골랐다. 심지어 아주 사악한 인물에 대해 생일이 같다고 얘기해 주고 평가를 부탁하면 더 호의적인 평가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공감제로들의 흔한 수법으로 “와! 당신 이름이 저의 어머니와 똑같아요. 이런 우연이!”라는 식의 멘트에 이끌려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동질성으로 당신에게 호감을 표시하면 뒤로 물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3. 매력을 최대한 드러내는 데 재주가 뛰어나다.
『한 사기꾼은 은행에 들어갈 때 항상 최고급 옷과 시계를 차고 머리를 잘 다듬어 넘긴 후 지점장실로 직행한다고 한다. 만약 보통의 복장으로 지점장실로 들어가려고 하면 중간에 제지를 당하지만, 이렇게 차려입고 “뭐가 이렇게 거치적거려? 이것 저리로 치워!”라며 호기를 부리면 오히려 인사를 받고 지점장실을 안내받는다.』
많은 공감제로들은 자신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드러내는 데 재주가 뛰어나다. 매력을 발산해서 상대방에게 보였을 때,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거나 이익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다소 무모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은 처음에는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위험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채워주며 일탈의 기쁨을 느끼도록 해주기도 한다.
위에서 본 3가지 방법들은 일반적인 설득의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이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당신이 공감제로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다면, 앞 칼럼에서 본 공감제로의 특징을 확인하여 성향을 파악하고 빨리 벗어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