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밥을 주다 가까워진 사이라, 남편과 나의 결혼 로망엔 언제나 개와 고양이가 빠지지 않았다. 함께 살게 된 이후, 동선을 늘려 펫샵 안 아이들의 안부를 살피고,어딜 가든 다니는 골목마다 배고픈 고양이를 찾는 탐험가가 된다. 그럼에도 집 안에 식구를 들이지 못하는 건, 통근 서너 시간에 육박한 두 직장인들에게 입양돼 외로운나날을 보낼 어떤 녀석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걔들도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던 친구의 우스갯소리도 정말 웃어넘기는 것밖에 받아들일 방법이 없으니, 우리의 바람은 점점 요원해지는 것 같다.
사실 사람과 살기보다 동물과 살기를 택한 사람들도 꽤 늘어난 현실에선 집에 혼자 머무는 반려동물도 그만큼 늘었을 것이다. 감시카메라 같은 것을 설치해서 주인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동물을 위한 전용 방송채널도 생겼다. 남편의 회사 동료는 무더위에 집에 남겨진 두 마리의 고양이를 위해 누진제 논란 속에서도 에어컨을 종일틀어놓고 다녔단다.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이 걱정되는 건 다들 비슷한 마음인가 보다. 그런 동물들은 어떤 마음으로 주인 없는 하루를 보낼까.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그궁금한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애니메이션이다.
개과 고양이뿐 아니라 조류와 설치류, 어류 등 다양한 반려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나름의 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맥스는 주인과의 헤어짐을 매일 절망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로, 주인을 하루 종일 문 앞에서 기다리곤 한다. 우리 예상과 달리 맥스 같은 특별 케이스만 주인 없는 시간을 힘들어하는 걸까. 꼭그렇진 않을 것 같다. 주인이 나가자마자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시간을 즐기는 다른 동물들도 막상 주인이 돌아오면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상상에불과하긴 하지만, 반려동물들이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난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면 참 다행일 것 같다. 그런 생각 한편엔 인간이 죄책감을 벗기 위해 믿기 편한 이야기를 만든 것 같단 생각이 더 강하게 들지만.
온갖 동물들이 함께한 데다, 미니언즈로 인정받은 일루미네이션답게 귀여움은 완전히 보장되어 있었고 실제로도 신선한 귀여움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비밀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동물들의 모습이 그려지는데도, 워낙 현실성이 없다 보니 오히려 혼자 남겨지는 동물들을 더 걱정하게 한다. 유기된 동물들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 또한 이 애니메이션이 짙게 상기시키는 부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줄곧 문제시되는, 동물이 의도적으로 버려지는 일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다. 미국은 우리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가혹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동물들의 입장에서 무거운 부분 없이 무척 가볍게 그려진 점은 재미로 보기에 나쁘지 않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메시지를 주기엔 아쉽게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