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로마 시대 이래로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그 발자취를 찾아 현지를 방문한다. 찬란한 문화가 발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도 1900년 초,중반까지는 꽤 영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작품도 많았다. 지금은 잘 모른다. 최근 이탈리아 영화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분명히 아니겠지만 <인생은 아름다워>정도가 마지막이 아닐까하는.

<시네마 천국>을 비롯한 이탈리아 영화도 꽤 많이 소개되었지만 지금은 헐리우드와 합작 영화정도만 소개되고 있다. 워낙 작품성 있는(?) 영화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일지 모르겠다. 국내에 소개되는 외국 영화는 대부분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에 더 치중된다. 헐리우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들어오는 영화는 홍콩과 일본 영화고 다음으로 프랑스 정도 아닐까. 영국 영화는 헐리우드로 친다면.

프랑스도 작품 영화 선두에 섰던 국가지만 지금 들어오는 대부분 영화는 액션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가 소개가 많이 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대중성이 떨어져 그렇지 않을까 한다. <나의 어머니>는 그런 면에서 대중성은 부족하다. 한국에도 조용히 소개되고 극장에서 하는지도 모르고 내려갔으니. 실제로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생각에 평이하게 흘러간다. 딱히 집중을 요하는 장면은 없다. 딱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도 없다.

무척 평이하고 심심한 영화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영화 특정 부분이 인상깊지 않아도 영화 내용이 차곡차곡 쌓이며 생각도 함께 넓어지고 켜켜이 올라간다. 영화 주인공 마르게리타(마르게리타 부이)는 감독이다. 현재 현실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점을 영화로 만들고 있고 어머니는 투병중에 있다. 어머니는 라틴어 전문가로 수많은 책과 연구로 제자도 많고 여러 사람의 멘토역할도 했다. 

이런 지식을 갖고 있는 어머니는 이런 지식이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한다. 마르게리타는 이 수많은 지식을 이대로 사라진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주연 배우로 배리(존 터투로)가 미국에서 왔는데 그는 허세가 심하고 연기는 거짓이라 생각한다. 무척 현실적인 영화를 찍고 있는데 기업을 인수합병 한 후에 노동자를 해고 하고 수익을 올리는데 혈안이 된 역할이다. 이 영화를 제작하는 부분이 영화에서는 중요한 축이다.

내가 생각하는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시간도 없고 오로지 모든 것을 집중한다. 자신의 시간은 물론이고 가족도 내팽겨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데 <나의 어머니>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감독은 하나의 직업이다. 영화를 촬영하는 여정에도 시간 시간 틈틈히 가족 문제를 이야기하고 시간 날때마다 어머니가 있는 병원에 간다. 그 외에도 자잘한 일상적인 일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와 다른 것인지 감독의 의도인지 잘 모르겠다.

어머니는 그렇게 조금씩 상태가 나뻐진다. 병원에서는 더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해서 어머니를 다시 집으로 모신다. 시간이 갈수록 어머니와 그동안 함께 했던 경험이 하나둘씩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다. 집에 머물다 문제가 생겨 어머니 집으로 갔을 때 그 곳에서 함께 경험한 여러 추억도 떠오르지만 아주 작은 업무처리를 해야 하는데 어머니 집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

영화를 보면서 다소 의아했던 것은 제목이 <나의 어머니>다. 딸의 입장에서 어머니를 보는 시선은 내가 볼 때 딱히 아니다. 핵어머니보다는 어머니의 부재를 준비하는 딸의 모습이 더 맞다. 생활인으로 - 특수 직업인 감독이지만 - 자신의 일을 하지만 뜨문뜨문 어머니가 떠오른다. 그렇다고 어머니에게 갈 수는 없다. 자녀는 자신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걸 어머니에게 이야기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아직까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점점 나에게서 멀어진다. 몸은 점점 나뻐지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다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돌아가셨을 때 난 무엇을 해야 하나. 이에 대한 준비도 하는 사람도 없고 자주 경험하는 것도 아니다. 평생 이 경험은 극히 드물다. 각 국가와 민족마다 장례문화가 다르다. 영화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제일 좋아하시는 옷을 챙기고 검은 옷을 입힌다. 그런 후 침대에 눕힌다. 가족들이 그 모습을 바라본다. 한국과는 참 다른 모습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치매와 부모님의 사망에 대한 영화가 참 많이 나온다. 그만큼 장수시대가 되며 과거와는 다른 문화가 펼쳐지며 이에 대해 다루는 듯하다. 평화로운 시대가 펼쳐지며 장수를 하며 과거보다 평균수명이 더 길어졌다. 예전 뜻하지 않은 죽음과 단명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도 여전히 가족의 사망은 준비없이 다가온다.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꺼림칙하다. 영화는 담담하게 일상을 보여주며 잔잔히 흘러간다. 유럽영화답게.

핑크팬더의 결정적인 한 장면 : 침대에 누운 어머니를 가족이 쳐다보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