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요?"
희정(김민희)에게 춘수(정재영)은 묻는다.
바나나 우유를 빨대꼽고 쪽쪽 빨아먹는 희정에게 말이다.
사실 희정이 마시고 있는 모습은 그다지 맛있어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주변 눈치를 살며시 보고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꼬리치고 있는지도.
춘수는 따스한 햇빛을 맡으며 눈감고 낮잠자는 모습이지만 온 신경은 옆에 있는 희정에게 가 있는 모습이다.
춘수의 작업과 함께 희정이 가볍게 응대하면서 카메라는 줌인에 들어간다.
둘은 아닌듯 없는듯 상대방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세포가 상대방에게 쏠린다.
계속되는 추파에 못이기는 척 함께 담소를 즐기는 장소로 이동한다.
또 다시 끊임없는 고백에 또 다시 못 이기는 척 자신의 화랑으로 데리고 가는 희정.
둘은 희정의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데 춘수는 도발을 한다.
난 널 화가로 보지 않고 한 여인으로 보다는 확실한 인증.
희정은 춘수를 여전히 감독으로 보면 약간 감탄도 하는 듯.
술기운에 고백을 한다.
'네가 좋다'
'너랑 계속 있고 싶다'
'결혼하고 싶다'
'난 두 아이의 아빠이자 유부남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충실하고 난 널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술과 함께 둘은 자신의 감정을 내려놓고 솔직해진다.
인간에게 술은 그런 면에서 참 좋은 도구다.
술을 빙자해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저질르고 후회하고 다음날 실수라고 용서를 구한다.
둘은 희정이 약속한 카페에 함께간다.
여기서 떨어져 있었지만 상대방에 대한 뜨거운 감정만 확인한다.
이미 이성보다 감정이 충만한 상태라는 걸 춘수는 온 몸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남들이 볼 때 똘아이지만 본인은 너무 신난 상태인 뜨거운 열정에 휩싸인.
차가운 공기에 입김나는 환경에서 둘 다 가볍지만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가벼운 입맞춤.
다음 날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여전히 상대방을 그리워하지만
이제 남의 이목이 신경쓰인다.
은밀한 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밝은 곳에서는 조금 계면쩍은.
그렇게 둘은 헤어진다.
헤어졌을까?
춘수는 희정의 작업터를 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다.
지금도 틀리고 그때도 틀리다.
뭐가 맞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