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잡히기 전에 돌아가 "
< ▲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하는 세 인물 >
<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는 어떤 영화인가? <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는 오래 전부터 대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빨간 옷 소녀 괴담'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작품으로 괴담은 누구나 '빨간 옷 소녀'를 만난 다음부터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발생하고 이윽고 영혼을 빼앗겨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여기서 '마신자'는 사람의 죄책감을 이용하여 정신을 빼앗는, 인간이나 원숭이 모양의 귀신을 말한다고 합니다. 대만의 웨이-하오 청 감독의 연출 데뷔작입니다.
대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빨간 옷 소녀의 괴담'을
모티브로 하는 <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
< ▲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저 소녀가 괴담의 주인공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누군가에 의해 그 '이름'이 불려지면 곧 실종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한동안 실종되었다가 다시 나타난 사람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실종됐던 사람의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대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빨간 옷 소녀의 괴담'이라고 하는데 영화는 이 괴담을 바탕으로 '이쥔'과 할머니,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션이쥔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때문에 포스터에 있는 '충격 실화'라는 말보다는 그냥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공포영화들의 묘미'가 나름 적절하게 버무러지고 있는 작품
< ▲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션이쥔'(허위녕, 예쁨) >
공포 영화의 재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쫀득한 긴장감? 아니면 깜짝 깜짝 놀래키는 효과들? 아니면 자꾸만 떠오르는 영화속 이야기? 그것도 아니면 영화속 기괴한 모습의 귀신, 혹은 피조물들? (여기에 예쁜 여주인공까지) 개인적으로 이제는 공포영화에서 온전한 '공포'를 느껴본 적이 오래됐기 때문에 - 공포영화 보다 현실이 더 무섭죠 - 단순히 '무섭다'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떤 매력있는 이야기 속에 언급한 공포영화들의 묘미가 잘 녹아 있는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보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는 언급한 요소들이 나름 적절하게 버무러지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법 음산하게 느껴지던 장면 장면들, 계속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그것'의 활용,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긴장감과 분위기가 영화 초중반까지의 몰입감을 만들어냈다면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도 불쑥 튀어 나왔던 깜짝 놀래키는 효과들이 한번씩 임팩트를 주면서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공포영화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죠.
'죄책감'에서 비롯되는 캐릭터 구축과 괴담의 활용도 나쁘지 않았지만
후반부의 이야기 흐름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 그녀 역시 남자친구를 사랑했지만 그에게는 말 못할 비밀 역시 갖고 있었는데.. >
그리고 영화의 주요 키워드라고 할 수 있었던 '죄책감'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캐릭터 구축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자신을 홀로 돌봐주고 계신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하지는 못할 망정 짜증을 내기 일수였던 '이쥔'의 죄책감과 남자친구 '이쥔'에게는 말못할 비밀을 갖고 있었던 '션위진'의 죄책감은 영화가 모티브로 삼고 있는 괴담을 끌고 가는 동력과도 같았던 것이죠. 그리고 <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는 이렇게 구축된 캐릭터와 괴담의 활용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 구축된 영화속 장치들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도 보이고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지워버릴 수 없는 죄책감과 두려움의 본질과 마주하게 되는 그녀
하지만 홀로 감내해 왔었고 애써 외면하려고만 했던 그녀는 이제 맞서야만 했습니다
아쉬움도 있지만 나름의 '이야기'가 있는 공포영화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 무난하게 즐길 수 있었던 '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 >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하나쯤은 갖고 있지 않을까 싶은 죄책감에서 비롯되는 슬픔과 아픔,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던 장소. 실종된 남자친구 '이쥔'을 찾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던 '션이쥔'은 자신을 옥죄고 있었던, 지워버릴 수 없는 죄책감과 두려움의 본질과 마주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홀로 감내할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삶에서 가장 원하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살아 왔었던 그녀, 하지만 계속해서 회피하기만 한다면 지금 그녀가 느끼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없고 더 커져버리는 두려움에 잠식당할 수 박에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피할 수만은 없었던 그녀는 이제 맞서야만 했습니다. 그녀가 진정 원하는 삶의 모습은 분명 현재의 모습과는 다른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다소 이질적인 판타지 호러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고 앞선 이야기들과의 연결성에서도 부족함이 느껴지면서 크게 와닿지는 않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름의 '이야기'가 있는 공포영화로서는 분명 매력을 느낄 수 있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