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 4등 너, 뭐가 될려고 그래? 인생 꾸리꾸리하게 살고 싶어? "
< ▲ 과거는 흑백으로 표현되지만 16년 후 현재는 컬러로 전환됩니다 >
<4등>은 어떤 영화인가?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제작한 작품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현실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금,은,동이라는 메달 색깔, 즉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과정은 사라져버린 세상의 모습을 수영을 좋아하는 아이 '준호'를 통해 담아내고 있는 이 작품은 <해피엔드>, <은교>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4년만에 들고 나온 신작이기도 합니다.
1등이 아니면 실패?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의 풍토
< ▲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은 있었지만 자기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에
몰락했던 왕년의 국가대표 수영선수 '광수(박해준) >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과 같은 국제 대회를 보면 '은메달', 혹은 '동메달'을 딴 우리나라 선수들이 굉장히 아쉬워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저 입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워하는 외국 선수들이 많은 것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모습이기도 한데, 이런 선수들을 '아쉬운 은메달'이라는 타이틀로 다루는 기사들 역시 가관이었죠. 물론 최근에는 기자들이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많이 자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아무튼 우리나라는 이렇게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있고 삶의 질이 순위로 매겨지는 결과 중심의 세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의 풍토는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딛인 어린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로 수영을 시작했었던 '준호'(유재상)였지만
준호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꼭 수영을 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엄마는
아이가 어떻게든 대회에서 메달을 따길 바랬습니다
< ▲ 수영을 하는 것이 즐거웠던 준호였지만, 그 수영이 점점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변해갑니다 >
'준호'(유재상)에게 수영은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시작했던 것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수영이 준호의 인생처럼 되어있습니다. 동생처럼 공부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엄마는 준호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꼭 수영을 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매번 4등만 하는 준호였기에 속이 탈 수 밖에 없었던 엄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가 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싶어했고, 그래서 매우 강압적인 '광수'(박해준)란 코치를 준호에게 붙여주게 되는데 그 후로 준호는 처음으로 대회에서 2등을 하기도 하지만 점점 수영을 하는 것이 예전처럼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인격적으로 훌륭한 코치는 아니었던 광수는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폭력'을 아이에게 대물림했고, 그렇게 가혹한 훈련을 통해 성적은 좋아졌지만 이제 준호에게 수영은 '즐거운 것'과는 거리가 먼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오로지 성공과 1등만을 위해 가해지는 '체벌'이 과연 정당한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성적 역시 과연 옳은 것인가?
< ▲ 과연 이 코치의 행동을 '당근과 채찍'이라고 할 수 있을지.. >
이처럼 <4등>은 '오로지 성공과 1등만을 위해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들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그렇게 만들어낸 성적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넌지시 던지는 작품으로, 여기에는 우리나라 체육 교육의 현실이 담겨져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는 '나도 그렇게 배워왔으니 너희들도 그렇게 배워야 한다'는 폭력의 대물림이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4등>이 궁극적으로 말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아닐까 싶네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 하물며 그것이 폭력이라고 할지라도 - '결과'만 좋은 된다는 인식, 즉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을 중시하는 잘못된 사회의 풍토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 속에서 피해자가 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이란 천편일률적으로 그어져 있는 '레인'에만 맞춰서는 안되는 것
정해진 선 없이 어디로든 즐겁게 헤엄칠 수 있는 것이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무궁한 가능성
< ▲ 아이들의 삶이란 이렇게 레인이 그어져 있던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 ! 그나저나 '4등'의 이런 수중 촬영 장면들이 특히 인상적이더군요 >
우리나라 어린 아이들의 힘든 하루는 전 세계에서도 특별한 경우로 그 어린 아이들이 커다란 책가방을 둘러메고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옮겨다니는 모습은 그저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남들도 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도 안할 수가 없다'는 부모님들의 생각 때문에 아이들은 타율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비정상적인 세상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정해진 레인대로만 헤엄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결정을 어린 아이들이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이란 그렇게 천편일률적인 선으로 나눠져 있는 레인으로만 가서는 온전히 발휘될 수 없습니다. 정해진 선 없이 어디로든 마음대로 즐겁게 헤엄칠 수 있듯이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은 너무나도 큰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아이의 가능성을 단정해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삶만이 옳은 삶이라 여기는 부모님들에게 영화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과연 그것이 아이를 위한 삶이 맞습니까? 부모님들의 대리 만족을 위한 억지스러운 강요가 아닙니까? 라고 말이죠.
부모님 역시 어디서 부모님 역할을 해본 경험이 없는 '처음'이기 때문에
그게 맞는 것이라 여겼을 것이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는 것
< ▲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에 이게 맞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부모님
아이들을 위한 삶만 있고 자신의 삶은 없었던 어머니.. >
다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어른들에 대해, 특히 그렇게 아이들에게 과하게 집착하고 강요하는 부모님들에 대해 온전히 비판적인 시선만을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세상이 그러하기 때문에 그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부모님 역시 어디서 '부모님'이란 역할을 경험해본 것이 아니라 처음이기 때문에 그게 맞는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던 영화 <4등>, 때문에 오로지 목표는 아이들의 성공이었고 아이들만을 위한 삶을 살면서 자신의 삶은 없는 것 같았던 어머니의 모습은 한편으론 가슴이 짠해지기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마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은 다들 그렇지 않을까라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이야기
< ▲ '준호'의 아버지를 연기한 택이 아버지(?) >
이처럼 <4등>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고 있는 작품으로 차분하게 진행되지만 묵직한 힘의 느껴지는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준호'를 연기한 아역 배우 '유재상'을 비롯하여 엄마 '정애'를 연기하신 이항나씨의 연기 등등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했는데, 이 가족의 이야기와 한층 성장해가는 아이를 통해 영화는 '아이를 억지로 물 속에 집어 넣으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하고 싶어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부모님과 이 사회의 어른들의 역할임을 이야기 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매우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그런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기는 그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