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희들도 이제 어른이 되거라 "

그동안 우리나라 작품에서도 종종 등장했었던 B급 마이너 감성의 코미디

<위대한 소원> 역시 지향하고 있는 부분은 명확했습니다

< ▲ 루게릭으로 인해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었던 '고환',

이제 그에게 많은 날이 남아 있지 않았음을 직감하는 주변 사람들 >

영화 도입부의 강력한(?) BGM과 FBI WARNING 문구, 그리고 EMIYA MULZOMDAO라는 자막과 야릇한 영상, 아마 남자분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고 봤을 것이라 생각되는(나만 너무 타락한 것인가?) 이 오프닝은 영화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에서는 많이 제작되는 B급 마이너 감성의 섹드립과 화장실 유머가 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점을 말이죠. 사실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이런 마이너 감성의 코미디가 종종 제작되긴 했지만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도 미심쩍은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우선 영화의 주인공 이 '고환'이라는 노골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점과 그가 '루게릭병'에 걸려있다는 점은 대놓고 노골적인척 하다가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영화를 보기 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우려를 불식시켜줄만큼 재밌었던 영화

실컷 웃게 만들어 주면서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이 느낄 슬픔까지 무난하게 담아내는 !

< ▲ 하지만 '위대한 소원'은 결코 우울해지지 않습니다. 코미디와 드라마의 적절한 배분 ! >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대한 소원>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줄만큼 즐겁게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이렇게 느낄 수 있었던 것에는 충분히 유효했던 코미디와 드라마의 적절한 배분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시한부'라는 소재는 얼마든지 우울하거나 혹은 진한 감정이 묻어나는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소원>은 그저 우울하지만은 않게, 그러면서 동시에 그저 장난스럽지만도 않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던 것이죠. 때문에 실컷 웃을 수 있었으면서도 남겨진 사람들이 느낄 슬픔까지도 무난하게 담아내는 영화로 볼 수 있었던 작품 <위대한 소원>입니다.

친구가 얘기한 '뜻밖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친구들

점점 판이 커져가는 야릇한 에피소드와 그 속에서 빛나는 캐릭터들의 힘

< ▲ 고환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던 친구들, 그 길이 결코 평탄하진 못합니다 >

우선 <위대한 소원>의 코미디는 '고환'(류덕환)의 절실한 '사정'에서 시작됩니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 챈 고환이 '숫총각'으로 죽기 싫었기에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것을 '섹스'라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점점 판이 커져만 가던 야릇한 에피소드들. 물론 'B급 마이너 코미디'의 특성상 그 이야기가 다소 과장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그런 약점을 덮어줬던 캐릭터의 힘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황들은 상당히 많은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와 <족구왕> 속의 캐릭터를 섞어 놓았고 거기에 똘끼와 병맛을 더하고 있었던 '갑덕'역의 '안재홍'과 고환의 또 한명의 절친인 '남준'을 연기한 '김동영'의 고군분투이자 바보짓들은 충분히 유효한 웃음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많이 웃으면서 즐길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역시 안재홍 배우는 이런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영화에서도 가장 돋보이더라는! 여기에 <터미네이터>, <아저씨>, <넘버3>, <달콤한 인생>, <록키>등의 영화와 만화 [슬램덩크] 등의 숱한 작품을 패러디 한 것을 비롯하여 <스물>을 연출한 감독 이병헌씨와 전 농구선수 우지원씨 등등 다양한 까메오들의 활약 역시 웃음 포인트였구요.

자칫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적절한 수위 조절을 보여주고 있었던 영화

그 경계선을 잘 유지하고 있었기에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위대한 소원>

< ▲ 이 분 나오실 때마다 웃음 만들어내셨던 분 >

그런데 이 때문에 <위대한 소원>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영화였습니다. 다분히 보수적인 우리나라의 정서상 금기시 여겨지기도 하는 청소년의 성적 판타지와 여성의 성 상품화, 게다가 '죽음'이란 무거운 소재의 희화화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위대한 소원>은 영화속 주인공들의 무모하면서도 절실하기도 했던 행동들을 스스로 희화화하면서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게 하고 있었고 적절한 수위 조절을 통해 또 너무 가볍게 느껴지지 않도록 경계선을 잘 유지하고 있으면서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공감대까지 형성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영리한 영화로 느껴졌습니다. 다만 모두가 이렇게 느끼게 될지는 살짝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군요. 수위를 잘 조절하고 있는 영화였지만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소재이기도 하니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울리는 감정의 강요'가 아니라

코미디와 드라마의 적절한 분배를 통해 이별과 남겨지게 될 이들의 슬픔까지..

왠지 이 영화가 4월 말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와 영화 '족구왕' 속 캐릭터가 섞여 있었고 거기에 똘끼와 병맛을

더하고 있었던 '갑덕' 캐릭터, 이런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배우인듯 합니다. 덕분에 많이 웃었어요 >

그리고 특히 <위대한 소원>이 좋았던 것은 우리 영화에서 대단히 흔히 보게 되는 '억지로 울리는 감정의 강요'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위대한 소원>이 취하고 있는 이야기가 단순히 웃고 즐길 수는 없는 소재이기도 하기에 충분히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영화였지만 코미디와 드라마의 적절한 분배를 통해 표현되고 있었던 이별을 준비하는 그들과 남겨지게 될 이들의 슬픔이 웃음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그 감정선까지 공감할 수도 있도록 해줬던 부분이 좋았던 것이죠. 이는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들이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고 후반부의 힘이 빠지곤 했던 아쉬움을 충분히 개선한 결과물로 느껴지기도 했던지라 더 좋은 느낌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 <위대한 소원>. 왠지 이 영화가 4월 말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