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위안부, 성노예...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에 끌려가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돌아온 분들.
하지만 그녀들에게 조국은 정의를 실현시켜주지 못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역시 진행중이다. 이제 살아계신 분들이 몇 남지 않은 상황...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생존자들이 모두 흙으로 돌아가면 끝날거라 생각하는 걸까? 국민들에게도 그 관심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점에서 꼭 봐야할 영화가 개봉했다.
사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개봉직전까지도 전국 상영관이 50여개밖에 잡히지 않은 상황. 그마저도 영화 시간대는 정상적으로 볼 수 없는 편성까지... 대형 극장의 횡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운로드로 봐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사회 이후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상영관이 대거 늘어났다. 국민들이 후원해서 만든 영화를 국민들이 많이 봐주니 이익을 추구하는 영화관 입장에서는 상영관을 늘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는 매우 한국적이다.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와 현대로 돌아와서 무속신앙과의 연결점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귀향... 이라는 것이 단순히 전쟁이 끝나고 살아돌아온 위안부 소녀들을 뜻하는 것이 아닌... 타향에서 죽어 혼조차 돌아오지 못한 그 넋을 기리는 의미도 있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갈때까지 나는 주인공 할머니와 과거의 소녀사이에 인물을 동일시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런 의도로 만들어 극적인 반전을 노린것이라 생각된다. 그 반전은 적중했고, 클라이맥스 장면에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적인 노출은 없지만 위안부의 실상을 보여주기 위해 유사 행위를 보여주는 장면이 잠깐 나오기도 한다. 15세 관람가인것을 감안할 때 삭제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그 장면이 없다면 일본군의 만행을 표현할 수 있는 조금의 방식도 없기때문에...
단순히 성노예로 학대받은 것 뿐 아니라 쓰고 버리는 장난감 취급받은 그녀들.
종전에 다가가서는 증거를 인멸하려 소녀들을 학살하고, 그 와중에 살아남은 그녀들이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스럽다.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그녀들은 죽어서라도 눈을 감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을 정말 생각하고 과거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만들때부터 많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극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신인으로 보이는 아역 배우들의 연기력은 논할 수준이 못된다. 물론, 손숙 배우 등 중견연기자의 연기는 흠잡을 것이 없다.
주변 지인들에게 귀향을 봤냐고 물어봤었다. 극장 쿠폰과 포인트가 있어 볼 시간되면 예매해주겠다고 물어봤었는데, 어떤 이는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못보겠다고 거절을 한다.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마음아파서 못보고 그냥 모른체 하기에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전혀 반성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리 참혹한 역사라도 직접 마주하고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만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단순히 재미를 떠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특히 3.1절을 하루 앞둔 저녁에 봐서 더 그런 감성이 짙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안본 사람이 있다면 꼭 보길 권한다.
극장에서 보기 힘들다면... 집에서라도 꼭 볼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