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태어나 상경했고, 귀향한 청춘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후 자신도 귀향한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 제목에서부터 강렬하게 느껴지듯, 이 책은 소설가인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내어 충고하는 책이다. 잔소리 수준이 아니다. 예순 넘어 직장에서 퇴직하고 맞은 인생 2막을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시작하려 하는 남자가 이 진지한 충고의 구체적인 대상이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 볼 만큼 살아봤다 믿을 테니, 남의 말은 사춘기 소년보다 안 들을 게 분명한 사람들 말이다. 저자 역시 독자들이 자신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게 뻔하다고 여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하며 단호하게 직설적인 조언을 펼쳐 놓는다.

언급되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있다 보니, 나중에나 옮겨 살면 좋겠다고 꿈꿔 보는 이십 대로서는 방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뜨끔한 이야기들을 몇 차례 외면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시골살이를 낭만적으로 보는 내 마음까지 정확히 저격하는 메시지들이다. 이렇게까지 험한 경우까지 생각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극단적인 지점까지 나아가 걱정해주기도 하지만, 다른 어딘가에서 줄곧 보았던 아름다운 시골살이 안내보다 현실적이고 그럴싸하다. 빽빽하고 답답한 도시에서 바라보며 그린 친환경 라이프가 가능한 시골 모습은 단순한 여행자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 생각보다 위험하고 불편한 생활이 될 것이라고, 시골살이의 꿈을 말할 때마다 쏟아지던 조언을 속에서도 늘 난 할 수 있을 거라며 내심 벼르곤 했다. 하지만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읽으며 미처 떠올리지 못한 부분까지 고려하게 됐다. 시골 사람들의 성향이라거나 시골 사회에서 살아 남기 같은 것들이 생각보다 곤란할 것 같았다. 아, 이런 점도 있겠구나 싶은 부분들이 읽을수록 늘어났다. 치안과 의료의 문제 같은 이미 들었던 조언들도 다시 생각해보니 상당한 골칫거리겠다 싶었다. 마루야마 겐지가 말하는 시골이 모든 시골에 해당하는 모습이 아닐 수 있고, 도시와 시골 중간 어딘가에 정착하는 것을 대안으로 고려한다고 해도 그의 조언을 모두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살았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을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이 시골로 향하려 한다면 꼭 읽기를 권하는 책이다. 도시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도시 혐오자들에게도 도시를 버티는 방법의 일환으로 추천하고 싶다. 나는 아직 도시 혐오까지는 미치지 않았고, 도시 싫증 정도를 만성으로 겪는 타입인데 시골에서 겪게 될 어려움을 하나씩 짚을 때마다 도시에 있어 누리는 점들을 새삼 감사하게 됐다. 미친 집세와 생활비, 끔찍한 인구밀도에서 오는 짜증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신 이용하고 있는 도시의 혜택이 당분간은 더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다. 정말이지 시골은 자연과 마주해 평화로운, 그런 곳만은 결코 아닐 테니까.

당신에게 나의 말은, 도움이 전혀 안 되고 오히려 해만 주는 대중매체의 충고와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한편 그 충고는 당신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 멋진 결단에 찬물을 끼얹는 것임도 분명합니다. 소설가라면서 도무지 꿈이 없는 녀석이라든지, 인간에 대한 애정이 현저히 결여된 삐딱한 인간이라든지 하는 반감 어린 몇 마디를 내뱉으며 책을 읽다 탁 덮고 내동댕이 쳐 버릴 당신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전혀 읽지 않은 셈으로 칠 얼굴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완고하게 거부하며 듣지 않으려 하든, 잊은 척하려고 하든, 편견이 도가 지나치다고 매도를 해 오든 할 말은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인구가 계속 줄어들기만 하는 지역에 상황은 개의치 않고 이주자를 무리하게 끌어들여 활성화를 꾀하려는 행정 관계자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뚤어진 향토애에 얽매여 진실한 모습을 외면하는, 극히 시야가 좁은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11~12쪽)

나이만 먹어 가는 후반 인생을 시골에서 보내려면 그에 상응하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거의 야생동물의 최후 같은 죽음을, 말하자면 길에서 쓰러져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정도의 결의는 가져야 할 것입니다. (43쪽)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지에 대해 말하는 의사는 얼마든지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술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의사는 극히 적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술에 정신을 빼앗겨 술 없이 못 사는 의료관계자가 많고, 주조업 출신 정치인이 많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담배를 지나치게 피워 행패를 부렸다든지, 파렴치하게 행동했다든지,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없는데도 담배만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나요. (56쪽)

부부 둘이서 시골 생활을 하면, 별 외로움을 느낄 일 없이 오히려 유대감이 깊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 부부가 한날한시에 같이 죽는 그런 기적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남겨진 사람이 겪는 외로움은 급속히 커져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친구와 지인이 많거나 혹은 모르는 사람들이더라도 주변에 사람이 많은 도시라면 아주 보통의 외로움으로 그치겠지만, 시골에서는 고독과 불안이 몇 배의 무게로 압박할 것입니다. 따라서 둘 중 누군가 먼저 죽게 되었을 때의 일도 미리 이야기를 나누어 결정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1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