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블 작품을 봤을 때는 좀 촌스럽고 유치했다. 그 첫작품이라 할 수 있는 <캔틴 아메리카>는 그런 이유로 사실 보지 않았다. 그 이후로 <토르>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부터 마블 시리즈 영화들이 재미있었다. 마블 시리즈는 모든 작품이 따로 독립해서 봐도 상관없지만 모든 작품이 시차를 걸쳐 개봉하고 있어 그 연결성을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 생각한대로 <캡틴 아메리카>나 <토르>는 분명히 유치했다. 이제는 그 유치함을 적응하고 인정해서 재미있게 보는지 몰라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재미 돋는다. 캡틴 아메리카도 두번째 작품인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는 보고 싶었다. 유치할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직접 영화를 보니 그 생각은 맞았다. 전혀 유치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액션도 내용도 좋다. 더구나 추리적인 요소를 이번에는 도입해서 도대체 누가 내 편이고 적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상당히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여전히 통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아쉬웠던 점은 이미 이 다음인 어벤져스 2를 봤기에 이번에 나오는 내용중 저절로 스포일러가 된 것이 있어 긴장감은 다소 줄었다. 설마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던 인물은 역시나 죽지 않고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봤던 인물은 역시나였다.

캡틴 아메리카는 사람이다. 방사선과 약물에 의해 진화한 인물이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의 육체를 유지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반인에 비해 월등한 육체적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자기 희생 정신과 리더로써 앞장서서 나서는 면모다. 명령하고 따르라고 하는 리더가 아닌 솔선수범하여 나를 믿고 함께 가자는 리더의 역할을 보여준다.

영화 마무리에 사람들이 양자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캡틴이 했다는 단 하나때문에 믿고 따른다.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1편을 본 사람은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영화 내용으로 알려주지만 1편을 본 사람이라면 윈터솔져가 나올 때 놀라게 된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새롭게 팔콘(안소니 미키)가 나오는데 능력치에서는 상당히 신선하고 새로웠다.

어찌보면 엑스맨에 나왔던 캐릭터와 비슷한데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다가 한 순간에 전투 장면부터 보여주다보니 놀라웠다. 일부러 전혀 보여주지 않고 꽁꽁 숨겼다가 히든카드로 보여준 듯 했다. 블랙 위도우같은 경우에 아쉽게도 따로 독립된 작품이 없고 이번 캡틴 아메리카에 고정으로 나오는데 같은 인간이니 제일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다른 작품에 비해 상당히 인간적인 캐릭터와 액션씬이 나오는 것이 <캡틴 아메리카>다. 그런데도 액션이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고 더 화려하고 멋있다. 차라리 초능력이 난무하는 액션보다 철저하게 몸으로만 부딪치는 이런 액션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게다가 작품 내용까지 잘 구성했으니 더욱 괜찮았다. 러닝타임이 2시간이 넘을 줄 몰랐는데 이렇게 긴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시청했다.

특이하게도 캡틴 아메리카는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구성된다. 이번에 나올 <시빌 워>가 바로 캡틴 아메리카의 후속적인데 마블이라는 세계를 만들어 세계관을 확장하고 연결시키고 캐리턱을 구축하는 데 있어 놀랍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계속 나오지 않고 마지막이 정해져 있다는 말도 있던데 그건 아마도 캐릭터는 늙지 않아도 연기하는 배우는 나이를 먹으니 변경할 필요가 있어 그럴 듯 하다.

<캡틴 아메리카>는 첫번째 작품은 별 관심도 없었고 굳이 볼 생각도 없었다. 특이하게도 갈수록 더 보고 싶고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이상한 작품이다. 시빌워를 보기 전에 윈터솔져를 본 것은 아주 잘한 행동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