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 선정 지난해 최악의 영화 9위에 이름을 올렸던, <어 워크 인 더 우즈>. 여행기의 현대 고전이라는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을 원작을 두고도 이런 평을 받는 영화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함께 리스트에 있던 <주피터 어센딩> 같은 영화들인 걸 고려하면, 현실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를 덜해서일까, 두 할아버지의 인간적이고 유쾌한 하이킹은 그리 따분하지 않았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닉 놀테의 쪼글쪼글해진 외모는 시작부터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숱한 영화들 속에서 활약하던 그들이 이젠 할아버지가 되어 나이 듦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들이 유럽 여행을 하던 예능프로그램을 볼 때처럼 어쩐지 따뜻했을 뿐, 부정적인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하나 재미있는 포인트를 짚어내기엔 부족하고, 엇비슷한 일들을 몇 차례 겪더니 여행을 마치게 되는 흐름 역시 멋진 인상을 남기기엔 아쉽다. 원작은 숲을 포함한 자연의 의미를 깊게 고찰했다고 알고 있지만, 이 영화는 인물이 걷는 숲보다 그 숲을 걷는 인간에 집중하기에 원작을 좋아했던 이들은 기대치가 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이 들어 젊은이들이 할 만한 일에 도전하고, 그 도전에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던 친구가 함께한다는 점은 이 영화가 지닌 따뜻한 매력이다. 술에 취해 성치 않은 몸으로 홀로 살아온 캐츠가 브라이슨의 여정을 같이하며 건실하게 변화해 나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고무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캐츠가 보낸 사랑스러운 메시지들, 특히 다음은 무엇이냐는 마지막 메시지는 마음에 작은 파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고생이 낭만으로 보이던 시절에서 막 발을 빼게 되는 지점에 있는 듯, 이젠 고행에 가까운 걷기는 사절이다. 여건이 된다면 여행을 굳이 힘들게 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됐다. 곧 떠나게 될 여행길 앞에서 어떻게 하면 편히 다닐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 이 영화를 보게 됐다. 당장은 영 마음이 끌리지 않지만 미래를 그려볼 순 있었다. 오랜 친구와 함께하는 고생스러운 여행은 과연 어떨까. 내 친구와 나이가 들어 같이 여행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고 있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 하나는 두 친구의 공백과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이 잘 그려지지 못했다는 점인데, 아마 우리는 이들보다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이란 건, 같은 곳을 같은 시간에 걸어도 모든 사람에게 다른 것일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