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인가?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영제: Remember You, 2014)는 영화의 모든 것이 퍼즐처럼 산산조각 나있습니다. 영화가 진행이 될 때마다 하나둘씩 그 퍼즐이 맞춰지는데, 그 퍼즐을 맞추는 과정이 너무나 힘듭니다. 궁금한 것은 많은데 단서를 너무나 천천히 하나씩 주는데, 그 단서를 기다리는 것이 매우 힘들게 느껴집니다.
10년간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
연석원(정우성)은 사고로 10년간의 기억을 잃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연석원은 자신의 기억을 찾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 기억을 본인 스스로 찾아야 하고, 본인이 찾으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 의지를 (고의는 아니지만) 주는 존재가 바로 김진영(김하늘)입니다. 갑자기 석원을 보며 우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녀는 석원과 어떤 관계가 있음을 암시하며 그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관객들에게 알아보게 하는 미스터리함을 주고 있습니다. 그 관계가 마치 중요하게 작용이 되듯, 진행이 되는데, 그 진행이 퍼즐처럼 낱개로 흩어져있어서 그 퍼즐을 맞추는 것이 상당히 복잡하게 다가옵니다.
슬픈 이야기를 미스터리하게 풀다
분명 영화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슬프게 다가오는 것은 (공백의) 10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10년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지에 따라 슬픔의 정도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 슬픔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공백의 10년 사이의 일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러나 그 공백의 10년을 알게 되기까지 너무나 긴 시간이 소모가 됩니다. 단서를 너무 많이 주고 각 캐릭터의 기존의 성격과 현재의 성격을 충돌시키게 하는 것은 물론 각 캐릭터가 기존의 성격과 현재의 성격을 소화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 캐릭터의 성격을 확실하게 잡지 않고 가게 되니 영화가 힘들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미스터리함으로 바꾸려고 하는 노력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쉽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달달한 로맨스
욕심이 많습니다. 슬픈 이야기를 더 슬프게 만들기 위해 <나를 잊지 말아요>는 석원과 진영의 관계를 보다 달달하게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둘의 관계가 달달해지면 달달해질수록 이들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더욱 슬퍼지는 것에 대해 부정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상반되는 모습과 둘의 확실하지 않은 위태로운 관계를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이 다소 힘겨워질 수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비니비니 의견 (스포주의)
※이 문단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 있고 스포를 포함한 이야기를 하는 문단입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가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우성 주연의 영화인 것은 첫 번째 이유이고 상당히 비슷한 소재로 이루어진 영화이기 때문인 것은 두 번째 이유인데, 확실히 두 영화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틀리지 않은 것은 두 영화의 장르와 느낌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영화적으로 비슷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이런 장르를 꺼려하시는 분에게는 독이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파 로맨스에 불편한 것이 없다면 아주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신파 로맨스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그것에 영화는 미스터리를 추가 했기 때문에 영화가 갈피를 잡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였기 때문에 영화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부분도 보이기는 하는데, 그 부분을 잡았다면 좋았을 것 같네요. 분명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영화가 부족해 보이는 것입니다.
“많이 아팠겠다. 내가 지워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