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꽂힌 것은 무조건 끝을 보는 행동파 ‘서도철’(황정민),

20년 경력의 승부사 ‘오팀장’(오달수), 위장 전문 홍일점 ‘미스봉’(장윤주), 육체파 ‘왕형사’(오대환), 막내 ‘윤형사’(김시후)까지

겁 없고, 못 잡는 것 없고, 봐 주는 것 없는 특수 강력사건 담당 광역수사대.

오랫동안 쫓던 대형 범죄를 해결한 후 숨을 돌리려는 찰나,

서도철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만나게 된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안하무인의 조태오와 언제나 그의 곁을 지키는 오른팔 ‘최상무’(유해진).

서도철은 의문의 사건을 쫓던 중 그들이 사건의 배후에 있음을 직감한다.

건들면 다친다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서도철의 집념에

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조태오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포위망을 빠져 나가는데…

베테랑 광역수사대 VS 유아독존 재벌 3세

2015년 여름,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 시작된다!”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agazine/magazine.nhn?nid=2833

기대이상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둬낸 ‘베테랑’을 접하게 되었을 때의 느낌을 한마디로 말해보라면 시원함과 통쾌함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려지게 될 것 같다. 그것 말고도 다른 말들이 떠올려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 위와 같은 말과 비슷한 표현이 골라지게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테랑’을 그런 후련한 기분 속에서 즐겼을 것이고, 재미를 느꼈을 것 같지만 속 시원함과 통쾌함을, 안하무인의 재벌가 도련님인 조태오의 모습에 분개하기도 하고 그가 결국에는 꼬꾸라지는 모습에 기분 좋은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그 만족감에서 이어지는 불편한 기분 때문에 그다지 재미를 느끼게 되지는 못하게 되었다.

보는 순간은 재미나고 즐거웠지만 보고 난 다음에는 오히려 마음 편하지 않고 개운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당장 현실을 생각해보면 ‘베테랑’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들이 공허한 환상-영화처럼 느껴지게 되기도 하고 영화를 통해서나-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결말은 아닐까? 라는 기분 나쁜 패배감에 빠지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슬픈 좌절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류승완 감독은 그런 식의 기분을 느끼게 하려고 ‘베테랑’을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다. ‘베테랑’을 통해서 힘을 주려고, (영화 속 대사처럼) 돈은 없어도 가오는 없지는 않기를, 묵묵히 자신의 삶에 충실히 살아가기를, 올바른 삶의 태도-방향을 선택하고 그릇됨과 타협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베테랑’을 만들었겠지만, 알다시피 현실은 각박하기만 하고 녹록하지 않기 때문에 과연 ‘베테랑’에서 보여주는 서도철 형사와 같은 모습을 우리가 과연 보여줄 수 있을지, 그런 마음만이라도 잃지 않을 수 있을지는 (지극히 비관적인 입장이라고 비난할지라도) 회의적이기만 하는 것 같다.

슬프지만 현실이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완고함이라고 말할 것 같다.

내 삶에 대한 비굴한 변명이라면 변명일 것이고.

그렇게 살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기에

그렇게 살자니 이것저것 어려움이 많을 것 같기에 그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그런 선택을 고민할 필요도 없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진 않을까?

이런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베테랑’이지만 보는 그 순간에는 (혹은 그 순간만이라도) 함께 분노하고 결말에서의 통쾌함을 함께 나누면서 어쩌면 실제 현실에서도 조금이나마 불의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고 잘못됨을 지적하면서 잘못된 현실을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갈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줄지도 모르고 그 가능성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베테랑’을 그냥 아쉽게만 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어쩐지 TV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시작, 현실세태를 풍자하고 정교하게 현실을 가져오기 보다는 간략하거나 거칠게 현실을 영화로 가져와 (반영하면서) ‘베테랑’은 경쾌한 소동극을 만들어내게 된다.

감정을 자극하는 악역

명확한 선과 악의 구분

‘베테랑’에서 다뤄지는 악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재벌가라는 점은 익숙한 접근이면서도 여전히 역설적이라고 말할 수 있고, 그들이 보여주는 역겨운 모습들은 이미 우리들이 여러 방식으로 자주 접하고 들어왔던 모습들이기 때문에 놀라움 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얼마나 악랄하고 야비한 사람들인지를, 그들이 행하는 모습들과 생각들이 어느 정도로 사회적인 이해를 벗어나 있는지를 무척 자극적으로 보여주고 감정을 건드리도록(분노하고 분개하도록) ‘베테랑’은 잘 조율해내고 있다.

돈의 힘에 대해서

돈의 더러움에 대해서

돈에 휘둘리는 모습을 우리들에게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꾸밈은 아주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이야기가 힘을 잃지 않으면서 진행시키고 있고,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반길법한 방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선과 악이 선명하고 명확하기 때문에 고민 없이 그리고 어떤 곤혹스러움 없이 ‘베테랑’을 즐길 수 있도록 안전하게 조율해내고 있다.

이것저것 따지다보면 불만스러운 부분들이 있겠지만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점들을 다 이겨내면서 굴러가고 있다.

과장된 연기와 과장된 상황들은 한편으로는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너무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소름끼치게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너무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과장으로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연 ‘베테랑’은 어디까지가 현실적이고 그렇지 않은 것일까?

어쩌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경우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고 깔보고 있는 그들의 삶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우리들의 삶에 비추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베테랑’에서 무척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부분은 (그러면서도 폭발시키지 않고 부각시키지는 않는 부분은) 아마도 억울함에 관한 감정이진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먹고 살기 위해서 온갖 굴욕을 받아들여야 하는 억울함,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별짓을 다해야 하는 굴욕감, 실컷 부려먹어지다가 갑작스럽게 해고되는 억울함, 청탁과 돈의 유혹을 순간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지게 만드는 곤혹스러움 등등 ‘베테랑’은 투박한 진행과는 반대로 무척 예민하고 예리하게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끄집어내며 들춰내고 있다.

영화는 아무렇지 않게 대수롭지 않게 그런 내용들을 흘러버리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우리들이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어 그런 상황에 몰렸을 때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생각처럼 쉽게 어떤 선택을 하지는 못하진 않을까?

‘베테랑’은 영화를 통해서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지만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는 세상인지를 잘 알아채게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 같다. 거칠고 조금은 조잡한 구석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베테랑’이 보여주는 세상이 현실과 아주 다르진 않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테랑’은 현실세태를 반영한 한편의 풍자극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현실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는 과격한 보고서일지도 모르고.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좀 더 정교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게 되는 것 같다. 2010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지금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어쩐지 등장인물들의 모습이나 행동거지는 (재벌가의 모습들을 제외한다면) 어쩐지 1980년대의 등장인물들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등장인물들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내기 위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투박함에 마음이 끌릴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혹은 관계들이 얼마나 있을지 쉽게 동의되지 않기 때문인지 너무 단순화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더 앞서게 된다.

대부분의 갈등과 봉합이 인간적인 관계에 기대고 있고 여러 과정들에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꾸며지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한국사회의 불합리한 구조가 갖고 있는 그 복잡성에 대해서도 그다지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혹은 너무 쉽게 돌파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같기도 하고 만화 같기도 하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어디까지가 영화이고 만화인가 식으로 따져 묻는다면 해줄 말은 그다지 없겠지만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 정도까지만 말해두고 싶다.

단점이 장점으로 이해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실제 현실이 그처럼 어거지로 엉망으로 굴러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뭔가 잘 짜인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그게 매력이라는 점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정의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지만 

정직함에 대해서 말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걸 실제로 행하면서 살아가기는 극히 힘겹기만 한 지금 이 사회-시대에서 과연 저런 사람들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저런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소망을 하게 되는 ‘베테랑’은 때때로 너무 쉽게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내는 단점들을 넘어서 분노해야 할 모습들에 마음껏 분노하고 경쾌하게 쳐부수는 재미를 안겨주고 있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었던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이 작품에서 주변적으로 다뤄지고 얼렁뚱땅하게 넘어가던 부분들을 좀 더 집요하게 따져볼 필요성도 있을 것 같다.

돈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서

돈과 권력이 보여주는 거대한 협력관계를

그들이 어떤 식으로 상대방을 압도하고 내몰 수 있는지를

어떤 식으로 모든 것을 까발리고 캐물을 수 있는지를

당신이 당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게 어떤 수단도 방법도 가리지 않는지를

‘베테랑’은 더 자세하게 보여주지 않고 있고 끝까지 가려고 하지는 않지만 현실은 그 끝들이 어떤 식인지를, 어떤 식으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려다 박살나게 되는지를 알게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베테랑’도 그리고 현실도 번갈아 보면서 우리들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로잡도록 애써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는다면?

세상은 항상 그렇듯이 잘못된 방식으로 굴러가다보면 결국 이상한 방식으로 우리는 세상에게 보복을 받기 마련이다.

피하고 고개를 돌리고 모르는 척하고 싶기는 하겠지만 그러다보면 결국 우리들이 직접 피해를 받기 마련이다. 

과연 어떤 식으로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

어쨌든 ‘베테랑’이 잊었고 놓쳤던 것들을 자세하게 확인하면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지를,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저 ‘베테랑’을 환호하고 복수했다며 후련하게만 생각한다면 세상은 더 추악해질 것이고 악질이 되어가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될 것이고 괴로워지기만 할 것이다.

어쩌겠나.

그게 사실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