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온다는 사실보다는 감독때문에 관심을 가졌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감독의 전작인 <버드맨>을 워낙 재미있게 봤다. 비록 한국에는 다소 악재가 있었고 아트영화 비슷하게 들어와서 상영관도 적었지만 한 물간 인기영화배우가 어떻게 다시 작품을 무대에 올려주는지 보여주는질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역시나 예술을 하는 사람은 미쳐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엄청난 성공한 사람들도 사실 미쳤다. 스티브 잡스를 보더라도 내 관점에서 그는 미쳤다. 그를 따라하는 것이 이상하다.

잠시 옆으로 샜는데 그 감독의 신작이라고 해서 보게되었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온갖 관심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있었다. 과연 이번에는 그가 아카데미 상을 받게 될 것인가에 초점이 모여졌다. 한 때 잘 나가던 초인기스타에서 이제는 연기력으로 작품을 빛내는 배우가 되었으니 대단한 배우다. 사실 <길버트 그레이프>때부터 그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워낙 잘 생긴 얼굴과 당대 최고 히트영화와 로맨스 영화도 출연을 했을 뿐이지.

그렇게 인기스타만으로도 충분히 작품활동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어느 순간부터 선택하는 작품이 달라졌다. 흥행영화에 출연보다는 작품성있는 영화 위주로 출연을 했다. 톰 크루즈가 작품성과 흥행성을 왔다갔다하며 인기를 꾸준히 얻고 있다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오로지 작품성만 보며 영화를 선택하는 듯 하다. 그런 점은 팬으로써 살짝 아쉽다. 블럭버스터 영화에도 좀 출연해서 그만의 매력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도 좋은데 말이다.

영화를 다 본 느낌으로는 어지간해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반드시 아카데미를 받지 않을까 한다. 어떤 영화가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지켜보면 대부분 이번 <레버넌트>처럼 주인공이 죽도록 고생하는 영화 배우에게 상을 안겨줬다. 그 덕분에 당시 많은 사람들이 최고 연기라고 했던 배우가 아닌 엄청 고생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에게 돌아갔다. 그만큼 두드러진 연기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1인극이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가지 오로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위한 영화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휴 글래스가 개고생하는 내용이다. 영화 제목처럼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처절히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내용이다. 아무리 영화 내용이라 컷이 끝나면 잽싸게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냈겠지만 영화를 보면 장난이 아니다. 그 추운 겨울에 모든 옷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 활동을 계속하는데 얼마나 추웠을지 생각만 해도.

그 뿐만 아니라 끕끕한 몸 상태에서도 움직여야 하는걸 보고 있자니 이건 고생이 아니라 사투로 보였다.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었기에 영화 찍을때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한다. 영화 속 장면을 보면 오로지 살기 위해 말 속 내장을 다 꺼내고 들어간다. 폭포에서 떨어진다. 곰과 싸우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곰이 어떤 식으로 사람을 공격할지 몰랐는데 최대한 자신의 몸을 이용하고 무게로 상대방을 짓이기는데 끔찍 그 자체였다. 곰에게 걸리면 '끝이구나'라고 생각해야겠다.

영화 내용은 이토록 처참한데 실화가 바탕이다. 우리가 사는 실재 삶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해준다. 소설보다 더 어렵고 힘들고 끔찍한 삶이 존재한다. 과거에 산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있고 상대적으로 도덕성도 약했는지. 기회만 되면 최대한 먹기 위해 노력한다. 먹을 것이 많지도 흔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래도 영화를 보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자신이 먹을 것만 먹고 끝낸다. 내일을 위해 식량을 챙기지 않는다. 그 추운 겨울에 식량은 중요하지만 이동할 때 짐이 된다. 거의 오늘만 살아간다.

어찌보면 삶이 단순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척이나 복잡다단한 여러가지 상황에 따른 결정을 하고 미래를 대비하며 준비한다. 반면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은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현재를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이라면 내일을 위해 쟁겨놨어야 할 것도 당시에는 기술이 발달하지 못하며 버려야했다. 버림의 미학이 아닌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휴 글래스가 생존을 위해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는데 복수도 그 중 하나다. 휴 글래스는 오로지 복수의 일념으로 온갖 위험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 어쩌면 포기하고 죽었을지도 모른다. 추운 날씨에 사지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온갖 삭신이 내 맘같지 않은 상황에서 끝까지 생존에 대한 정신을 잃지 않는 원동력이었다. 우리 삶은 그렇게 각자에 따라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 <레버넌트>는 아들 복수를 위한 일념이 죽음까지도 이겨낸 원동력이 된 것처럼.

또 한 명인 존 피츠제럴드로 분한 톰 하디도 참 중요하다. 예전에 둘이 <인셉션>에서 같은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서로 죽이려 한다. 하지만 존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는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최선을 선택을 하는 과정에 어쩔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 후에 존도 존 나름대로 생존을 위한 노력을 한다.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해지면서 휴 글래스와 존 피츠제럴드가 상대방을 없애야하는 상황이 왔을 뿐이다. 그마저도 "복수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일이다."라고 하며 스스로 평화를 찾는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1인극이다. 처참하고 처절하다. 내가 그 상황이라도 그렇게 살려고 했을까. 아마도 그 전에 죽었을 것이다. 휴 글래스는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는 모든 기술과 경험으로 온갖 상황에 대처하며 살아남았다. 나는 추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잠들어 죽었을 것이다. 정신력만으로는 이겨내기 힘들다. 관련 경험이나 지식이 없다면. 영화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을 맺어야 하겠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이번 작품으로 아카데미 안 주면 정말 인간적으로 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