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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처럼 살든지, 이태리 연극처럼 살든지, 러시안 소설처럼 살든지"
< ▲ 영화속 4개의 에피소드, (시계방향) 리메이닝 타임, 프랑스 영화처럼, 맥주파는 아가씨, 타임 투 리브 >
<프랑스 영화처럼>은 어떤 영화인가? <프랑스 영화처럼>은 자신만의 작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신연식 감독이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에 썼다고 밝힌 '맥주파는 아가씨'와 그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프랑스 영화처럼', 그리고 최근에 쓴 '리메이닝 타임'과 '타임 투 리브', 네 편의 단편이 옴니버스 구성으로 묶여있는 작품입니다. 두번째 에피소드 '맥주파는 아가씨'와 네번째 에피소드 '프랑스 영화처럼'에 출연하고 있는 씨스타의 '다솜'은 이 작품을 통해 영화 데뷔했습니다.
'타임 투 리브', '맥주파는 아가씨', '리메이닝 타임', '프랑스 영화처럼'
네 가지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구성으로 묶여있는 작품 <프랑스 영화처럼>
< ▲ 첫번째 에피소드 '타임 투 리브', 이 장면에서 '바닷마을 다이어리' 생각이.. >
[타임 투 리브]에서 말기 암으로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어머니는 네 명의 딸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읍니다. 그리고 앞으로 3일간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합니다. [맥주파는 아가씨]에서는 자그마한 바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가씨를 두 명의 남자가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여자의 눈에 남자들은 그저 진상으로만 보이는데 가게를 마감하고 학원을 가야할 시간이 다가옴에도 남자들은 자신의 '진심'을 들어달라고 합니다. [리메이닝 타임]에서는 3년간 함께 했지만 여자의 아버지가 그들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는 커플이 우연히 점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100일이란 시간을 계속 함께 보낸다면 두 사람 다 죽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영화처럼]에서는 사랑인지 우정인지 애매모호한 관계인 이들의 이야기와 남자의 기억이 파편처럼 그려집니다.
그 이야기들이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진 않지만 분명한 연관성은 있습니다
바로 네가지 이야기 모두 '진심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것
< ▲ 두번째 에피소드 '맥주파는 아가씨',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했는데 정말 시스타 '다솜'이 맞더군요 >
이처럼 <프랑스 영화처럼>은 네 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으로 이 이야기들이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되돌려서 생각해보면 이 네 편의 이야기는 분명한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진심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죠. [타임 투 리브]에서 어머니와의 관계는 물론 자매들끼리의 사이도 좋지 못했지만 어쨌든 어머니의 부름으로 한 곳에 모인 네 명의 딸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되면서 - 어쩌면 그게 가식일 수도 있겠지만 - 속에 담아뒀던 말들을 털어 놓고 [맥주파는 아가씨]에서 아가씨를 좋아한다는 남자들은 상대방의 진심은 들으려고, 알아주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과 말만 진심이라고 여깁니다.
그렇게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었던 영화,
또 네가지 이야기는 모두 커다란 여백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 ▲ 세번째 에피소드 '리메이닝 타임', 한국말과 영어가 절묘하게(?) 섞인 그들의 대화가 흥미롭습니다 >
또한 [리메이닝 타임]에서는 위기의 커플이 우연히 받아들게 된 '죽음의 날짜'를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지만 자신들만의 일들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던 점쟁이의 말을 그냥 넘겨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일단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하는데, 그 속에서 서로에 대한 애틋한 진심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프랑스 영화처럼]에서는 여자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던 남자의 이야기와 그의 기억을 담아내고 있는데, 어떤 기억은 컬러화면처럼 선명하고 어떤 기억은 흑백화면처럼 흐릿해 보입니다. 이처럼 네가지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의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었던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 하지만 이 이야기는 모두 많은 여백을 갖고 있습니다.
그 커다란 여백은 관객의 몫으로,
혹은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몫으로 남겨놓은 듯 했던..
< ▲ 네번째 에피소드 '프랑스 영화처럼', 여기에도 나오는 '다솜' >
[타임 투 리브]의 딸들은 화해를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냉랭한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 [맥주파는 아가씨]의 아가씨가 다닌다는 학원은 어딘지, 그녀의 사연은 무엇인지, 또 그녀는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인지, 또한 그녀를 좋아한다는 남자들은 계속 그녀를 찾아올 것인지, [리메이닝 타임]의 커플은 정말 1년에 이틀씩 만나는 안전한(?)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점쟁이의 말은 무시할 것인지, 그렇다면 정말 100일간 만난 후에 죽는 것인지, [프랑스 영화처럼]의 그 애매모호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등등등 영화속 네가지 에피소드는 이렇게 커다란 여백을 남겨두고 있었고 그 여백은 관객의 몫으로 혹은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몫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이었죠.
상당히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이야기, 마치 단상처럼 툭 던져진
네가지 이야기를 곱씹어 보는 재미가 있었던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
< ▲ 네번째 에피소드에서만 사용된 흑백과 컬러의 전환 >
다만 이런 이야기들이 상당히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신연식 감독의 작품 가운데 <배우는 배우다> 한 편만 봤었기 때문에 감독의 작품 스타일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 영화는 <배우는 배우다>와는 많이 다른 스타일과 분위기의 영화였던 것인데, 마치 단상처럼 툭 던져진 이야기들을 곱씹어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 <프랑스 영화처럼>이었습니다. 그리고 두개의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다솜'의 연기도 나쁘지 않네요. 요즘 아이돌들 연기 곧잘하는 것 같다는! 개인적으로 아이돌의 연기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그것은 연기를 못하는데 억지로 작품에 끼워넣은 느낌이 들때 그런 것일뿐, 이런 작품에서 두가지 캐릭터를 오가면서 연기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