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된 <미라클 벨리에> 엄마, 아빠, 남동생이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유일하게 폴라(루안 에머라)만이 장애가 없다. 폴라는 집에서 외부와 소통창구역할을 한다. 수화를 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에게 부모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알려준다. 학교에서 합창단에 들어가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다. 하지만 부모는 반대한다. 우여곡절끝에 파리에서 열리는 오디션에 참가한다. 영화자체는 지극히 성장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벨라가 사춘기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소재가 독특하다. 가족들이 청각 장애를 갖고 있고 벨라는 노래를 부르려고 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보지 못하는 것과 듣지 못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힘들까. 듣지 못하는 것보다는 보지 못하는 것이 더 힘들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면 최소한 읽을 수도 있고 벌어지는 현상을 알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하는 일이 거의 대부분 보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으니. 가끔 청각 장애인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이나 시끄럽다.

말을 하지 못하는 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싶지만 그들은 쉬지않고 손을 움직인다. 말을 하지 않을뿐이지 계속 입으로 웅..웅거리며 이야기한다. 듣는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이 입으로 내는 소리와 손을 움직이며 내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다보니 내 입장에서 무척 수다스럽게 들렸다. <미라클 벨리에>는 부모가 듣지 못하는데 벨라가 말을 할 줄 알아 오히려 실망했다는 대사가 나온다. 자신들과 다른 존재며 떠날 것이라 우려했던 듯 하다.

실제로 벨라가 파리로 오디션을 본다고 하자 강렬히 반대한다.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말까지 한다. 한 마디로 네가 가면 우리는 어떻게 하겠냐는 뉘앙스였다. 그동안 외부와 소통창구 역할을 했던 큰 딸이 떠나는 부모의 입장에서 약간 이기적인 욕심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소리를 듣지 못했기에 음악과 노래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영화에서 벨라가 학교 발표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부모와 아들이 참석하지만 어리둥절해 한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화음이나 아름다운 선율을 듣지 못한다. 합창이 나올 때 다들 집중하며 듣는다. 자신들의 자녀들이 앞에서 합창하니 그렇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노래를 들어 그렇다. 하지만 벨라의 부모들은 들리지 않으니 딴 짓을 하며 약간 시큰둥하다. 벨라가 듀엣을 부를 때 영화는 소리를 제거하고 실제 청각 장애인이 느끼는 감각을 표현한다. 아무 소리도 없이 살짝 이상한 소리만 날 뿐이다. 주변 사람들이 집중하고 감동하는 모습에 어리둥절해한다. 다들 일어나서 박수를 치니 마지못해 일어나서 딸에게 박수를 친다.

그 장면을 보며 왜 벨라의 부모들이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벨라가 노래를 부르겠다는 것이 부모로써는 아무런 정보도 없고 아는 바도 없다. 왜 노래를 부르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으니 벨라의 행동이 이상할 뿐이었다. 집에 와서 아빠는 벨라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고 한 후에 그의 목에 손을 대고 귀가 아닌 몸으로 벨라의 노래를 듣는다. 다 듣고 벨라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을 하려는 벨라를 이해하려는 장면이었다.

<미라클 벨리에>에 나오는 부모가 난 참 재미있었다. 이걸 청각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봐야할 지 여러 사람중에 한 명으로 봐야할지 다소 애매했다. 무척이나 독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자신들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삶을 살아간다. 심지어 지방선거에 출마도 한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너희가 잘 못 되었다며 가르치려 든다. 아마도 우리도 이런 장애를 갖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너희가 왜 불만족하냐는 식이었다.

무척이나 소란스럽고 약간 자기들만 아는 부부로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세상 없어도 둘은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아간다. 그런 점에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벨라가 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들과 달리 들을 수 있는 벨라가 그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마지막에 벨라가 오디션 현장을 직접 데리고 간다. 합창할 때는 멍하니 보기만 하던 두 부부와 남동생은 이번에는 다른 행동을 한다.

미셸 사르두의 <비상>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벨라가 수화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내용은 부모님에게 이제 자신은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수화로 하니 두 부부는 노래 뜻을 알고 감동하며 울면서 끝나니 기립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드디어 벨라의 진심을 알게 된 것이고 응원하게 된 것이다. 소리를 듣지 못해도 보게 되었다. 주인공 루안 에머라는 보이스 프랑스 시즌 2 준우승자로 처음 하는 연기라고 한다. 노래를 확실히 잘하고 꾸밈없이 연기한다.

영화 내용도 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프랑스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조용히 사라져 좀 아쉽다. 내용 자체가 인류보편타당해서 충분히 먹힐 수 있었는데 말이다. 신기하게도 분명히 영화 여주인공이 더 기억에 남아야 하는데 오히려 두 부부가 더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벨라의 성장이 아닌 두 부부의 성장드라마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이해하고 알고 모르는 세상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