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

"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밤하늘의 별이 되었대 "

< ▲ 한국전쟁 당시의 해군 어린이 합창단이 모티브 '오빠생각' >

<오빠생각>은 어떤 영화인가?

<오빠생각>은 한국 전쟁 당시 실존했던 '해군 어린이 합창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로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의 작품을 각색하고 연출했던 이한 감독의 작품입니다. 본 작품에는 [미생]과 <변호인>등의 작품에서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 임시완과 <설국열차>, <오피스> 등에 출연한 고아성, 그리고 촉망받는 아역 배우 '이레' 등의 좋은 배우가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 여전히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는 우리의 슬픈 역사
그 슬픈 역사의 이야기, 극한의 상황으로 몰렸던 부모님을 잃은 아이들

< ▲ 이번 작품 속 임시완의 연기도 괜찮네요.

'아이돌'의 연기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지워줬다는! >

갑자기 시작된 전쟁은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앗아가버렸습니다. 그 후로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폐허가 됐던 이 땅이 입은 '몸의 상처'는 많이 치유되었지만 마치 흉터처럼 선명하게 아로새겨져있는 휴전선처럼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작품들이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풀어내곤 하는 것일 테죠. 그것은 잊어서는 안될 우리의 '슬픈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빠생각> 역시 그 슬픈 역사인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참혹했던 전쟁, 하지만 그 누구보다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렸던 것은 그 전쟁으로 인해 부모님을 잃어버린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어린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죽은 군인들의 시체를 뒤져야만 했고, 자기가 죽을지도 모르고 불발탄에 망치질을 했었던 아이들. 영화는 그처럼 '희망'이라곤 없어 보였던 아이들이 조금씩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아냅니다.

▣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가는 아이들과 '한상렬 소위'
'고향의 봄'이 그토록 가슴 찡한 노래인 줄은 미처 몰랐었네요..

< ▲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이제는 조금씩 웃음을 찾아가고.. >

그리고 그 희망을 찾아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입니다. 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전쟁터였지만 어른들의 '이념' 다툼으로 인해 시작된 전쟁과 거기서 비롯된 '빨갱이 논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어린아이들이었으니까요.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이념이 당연히 뭔지 알리가 없었던 아이들이 그로 인해 입을 수밖에 없었던 큰 마음의 상처는 아이들 스스로 치유하기엔 너무나도 벅찬 것이었기 때문에 그 아이들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오빠생각>은 그 도움의 손길, 즉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노래'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었던 '한상렬 소위'(임시완)와 부모님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정서적인 유대감,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했던 '주미'(고아성)가 만들어가는 합창단은 전쟁으로 입은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가는 아이들과 한상렬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죠. 특히 그저 동요로만 알고 있었던 '고향의 봄'이 그토록 가슴 찡한 노래였을 줄은 미처 몰랐었네요. 대다수가 원치 않았던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그들의 가슴 절절한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더라는..

▣ 다만 '어른'의 이야기는 다소 소홀하게 다룬 것 같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감독 특유의 따뜻함과 진심이 느껴지는 영화, <오빠생각>

< ▲ 이희준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좀 아쉽네요 >

" 너희들이 한 게 아니잖아, 그건 어른들이 한 거야 "

다만, '선'으로 규정된 한상렬 소위와 박주미 선생님과는 달리 선과 악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었던 '갈고리'(이희준), 그리고 온전히 '악'으로 규정되고 있었던 또 한 사람이라는 어른들의 대비를 통해 그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이야기하면서 어른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만 같았던 구성과 이런 캐릭터의 활용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느꼈던 영화였습니다.

특히 '갈고리'는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역할도 중요했었으며, 그가 보여준 '한방'도 통쾌하긴 했었지만 그의 변화는 갑작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당황스러운 것이더군요. 또한, 큰 아픔을 갖고 있었던 한상렬 소위의 내면을 묘사함에 있어서도 크게 치밀하게 느껴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 포커스를 너무 아이들에게만 맞추다 보니 오히려 어른들의 이야기는 조금 소홀히 다룬 느낌이랄까요.

이처럼 <오빠생각>은 이한 감독의 전작들보다는 아쉬움을 느꼈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생각>은 좋은 느낌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이한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감독 특유의 따뜻함과 진심이 느껴지는 작품, 그리고 더 이상 이 땅에 전쟁이 없기를, 그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진심이 잘 와 닿는 영화 <오빠생각>, 따뜻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