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람은 뿌리가 단단한 나무를 못 쓰러뜨린단다 "
< ▲ 영화를 연출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과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어떤 영화인가? 작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아카데미의 승자가 되었던 <버드맨>의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는 감독이 장장 5년간에 걸쳐 준비한 작품으로, 이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했던 마이클 푼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특히 <버드맨>에서 촬영상을 수상했던 천재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와의 재회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이 극장에 가야할 이유를 주고 싶었다"고 했던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
<레버넌트>는 충분히 극장에서 봐야할 이유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 ▲ 분명 '극장에서 봐야할 이유'가 있는 작품이긴 했습니다 >
<레버넌트>를 연출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관객들이 극장에 가야할 이유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레버넌트>는 충분히 극장에서 봐야할 '이유'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보여지는 인디언의 습격과 아비규환의 현장은 흡사 <버드맨>이 연상되는 스테디캠 롱테이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장면이었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장면들은 매우 현장감이 넘치니까요. 온전히 카메라 앞에 있는 주인공뿐 아니라 저 멀리 배경이 되는 인물들까지 모두 다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었던 현장, 영화는 이렇게 시작부터 그 '현장감과 사실감'을 극대화시켜서 표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현장감과 사실감을 극대화하고 있었던 영화
특히 회색곰에서 습격당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놀라운 기술력의 성취
< ▲ '회색곰'의 공격을 받는 이 장면, 정말 놀라웠습니다 >
그 뿐 아니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회색곰에게 습격당하는 장면은 어떻게 찍은 것인지 대단히 궁금하게 여겨질만큼 놀라운 기술력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설마 진짜 곰을 훈련시켜서 한 것인가?'라고 생각될 정도로 극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였던 장면, 이뿐 아니라 <레버넌트>는 그 장엄한 대자연의 모습을 '자연광'만을 사용하여 담아내면서 상당히 멋진 장면 장면들을 연출해내고 있었고 몇몇 장면들은 도대체 어떻게 찍은 것일까?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의 놀라움의 연속이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의 촬영상은 다시 한번 엠마누엘 루베즈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죽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었던 '휴 글래스'
너무 자주 하는 말이라 이제는 좀 그만하고 싶지만 마지막으로 ! 레오의 수상을 기원합니다
< ▲ 죽을 고생한게 느껴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 이번에는 꼭.. >
그리고 이런 멋진 영상 속에서 휴 글래스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정말 죽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다 겪게 됩니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부제처럼 그가 겪었던 '죽음'의 고통은 보는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 될 정도이기 때문이죠. 특히 '채식주의자'라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갓 잡은 물고기를 생으로 뜯어 먹고, 피가 줄줄 흐르는 소의 간을 씹어 먹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 이렇게 온 몸을 던지고 있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 또 하나의 중심을 잡고 있었던 '피츠제랄드'역의 톰 하디가 보여준 놀라운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레버넌트>는 이 두 사람을 통해 신과 인간,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휴 글래스'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자신의 아들
하지만 그토록 소중했던 아이가 목숨을 잃었고 큰 부상을 당했던 자신마저
죽음에 이를 뻔한 일을 겪게 되자, 그에게는 '복수'의 일념만이 남게 됩니다
< ▲ '휴 글래스'에게 무엇보다 소중했던 아들 >
'가죽 사냥꾼'이자 '백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던 휴 글래스와 피츠제랄드. 하지만 이런 공통점을 제외하면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인물입니다. 우선 휴 글래스는 백인이지만 인디언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시대 분위기는 이런 휴 글래스의 아이를 '잡종'이라고 비하하고 멸시하는데, 때문에 휴 글래스는 아직 어리고 연약했던 아이를 그 험한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야만 했습니다. 휴 글래스가 가죽 사냥꾼이 된 이유가 그것이기도 했죠.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였고, 아이의 생존을 위해서는 그의 역할이 중요했으니까요. 하지만 그토록 소중했던 아이가 목숨을 잃게 되었고 큰 부상을 당했던 자신마저 죽음에 이를 뻔한 일을 겪게 되자, 이 모든 일을 저지른 '피츠제랄드'를 향한 복수를 다짐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그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그 복수의 일념이었던 것이죠.
'휴 글래스'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인물이었던 '피츠제랄드'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던 휴 글래스와 달리 피츠제랄드에게 자연은 그저 약탈의 대상
이렇게 달랐던 두 사람에게는 '신'의 의미 역시 같을 수가 없었습니다
< ▲ 휴 글래스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었던 인물, '피츠제랄드'(톰 하디) >
그런데 휴 글래스가 복수를 위해 피츠제랄드에게 향하는 여정은 특별합니다. 휴 글래스 역시 '생존'을 위해 사냥을 했고 가죽을 취하기도 했지만 그에겐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있었고, 자연은 그에게 신과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죠. 때문에 그 광활한 대자연의 일부라도 된 듯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던 휴 글래스. 이런 글래스의 모습은 그를 공격했던 '회색곰'과도, 그리고 잃어버린 딸을 찾아 떠도는 인디언과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츠제랄드'는 이런 휴 글래스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인물로 그에게 있어서 대자연은 그저 약탈의 대상일 뿐입니다.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 판단했고 그 과정에서 범하는 모든 죄들은 스스로 용서하려 하면서 정당화 시키는 이기적인 인물, 이는 서부 개척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백인'들의 모습임과 동시에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으로 느껴지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피츠제랄드에게는 '신'조차 편하게 이용하고 때로는 먹어치워 버릴 수도 있는 생존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삶과 죽음, 생존 본능, 복수와 구원, 인간과 자연 그리고 신에 대한 묵직한 드라마
날 것 그대로의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 이냐리투 감독의 연출보다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의 공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던 영화 <레버넌트>
< ▲ 인공적인 빛은 사용하지 않은 영화, 자연광과 불빛만 활용하여 만들어낸 날 것 그대로의 영상 >
이처럼 반대되는 모습의 두 사람과 '복수극'을 묵직하게 그려내는 <레버넌트>는 그 거칠고 기나간 여정 끝에 글래스에게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나를 죽일뻔한, 그리고 내 자식을 죽인 대상에 대한 단순하고 물리적인 복수는 의미가 없다고, 그런 복수가 그 증오심을 사라지게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크나큰 상실의 고통은 지울 수 없고 그의 영혼을 구원하지는 못하는 것이라고. 때문에 글래스는 마지막 그 한마디를 내뱉게 된 것일테죠. "복수는 내가 하는게 아니라 신의 뜻이다" 라는 말. 이처럼 <레버넌트>는 다소 기독교적인 색채가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했었는데 삶과 죽음, 생존 본능, 복수와 구원, 인간과 자연 그리고 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던 이 묵직한 드라마와 날 것 그대로의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전작 <버드맨>이 더 인상적으로 느껴지는군요. 이 작품 <레버넌트>는 이냐리투 감독의 연출보다는 루베즈키 촬영 감독의 공이 더 커보이는 영화이기도 했던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