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웃분들의 서평으로 먼저 만나봤던 책이다. 작가의 첫번째 작품인 '망원동 브라더스'도 재미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 책 역시도 평이 무척 좋았다. 무엇보다 독특한 스토리가 눈길을 끌었다. 한 여자를 사랑했던 두 남자가 여자의 죽음 이후, 그녀의 유골함을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라니.. 캬~!! 이 여인, 정말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나보다. 죽은 이후에도 두 남자의 지극한 사랑을 받다니 말이다. 암튼, 독특한 스토리 라인과 줄줄이 이어지는 호평에 기대감을 잔뜩 가지고 책을 펼쳐들었다. 오~! 가독성 굳! 금새 술술 넘어간다.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가 어쩌다 얽혀가지고는, 생각대로 일은 풀리지도 않고 다른 일이 연달아 발생해주니 이렇게 난감할 수가 없다. 근데 그 기가막힌 인연이 참 재미지다. 한 남자는 약간 무식감이 돋보이는 근육질의 덩치가 있는 남자, 한 남자는 왜소한 덩치에 여자에게 결정장애인이라 불렸을만큼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남자. 이렇게 전혀 다른 두 남자가 만났으니, 어찌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으랴.
민중은 출근길에 전 여자친구 재연의 부음을 문자로 전해받는다. 온갖 고민 끝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하고 곧바로 빠져나온 민중은 그제야 그녀가 정말 세상에 없음을 실감하며 진한 슬픔에 빠진다. 1년 후, 재연의 기일. 민중은 재연이 안치되어 있는 납골당을 찾았다. 그런데 지독한 더위에 추모공원으로 향하는 버스는 2시간에 한대 뿐이라는 시골 마을에 쓸쓸하게 안치되어 있을 재연을 민중보다 먼저 찾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민중이 재연과 사귀기 전 만났던 전 남자친구 앤디 강이었다. 재연과 사귀면서 그녀를 찾아왔던 그를 본 적이 있었던 민중은 단번에 알아봤다. 앤디 역시 그를 한눈에 알아봤다는걸 알 수 있었다. 괜히 서로를 의식하며 재연을 만나고 돌아서 나온 후, 민중은 어쩌다보니 앤디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오기가 발동하게 된다. 앤디의 제안은 이렇게 먼 곳에 안치해뒀을만큼 가족들은 그녀를 생각지도 않고 찾아오지도 않는 것 같으니, 생전 여행을 좋아했던 그녀가 좋아했던 장소에 그녀를 함께 보내주자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그녀의 유골함을 훔쳐야하는데?! 고민도 잠시, 재연의 도발에 민중은 괜한 오기를 부리며 냅다 할테니 계획이 무엇인지를 묻고 만다.
그렇게 그녀의 유골함을 무사히 꺼내온 두 사람. 그때부터 진짜 그녀를 보내주기 위한 여행이 시작된다. 뭐.. 제대로 된 여행은 아니긴 했지만. 온갖 의심과 경쟁으로 두 남자가 내내 티격태격 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싸우다 정이 든 건지, 시간이 흐른 후엔 전 여친의 전 남자친구끼리 묘한 우정이 싹트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가진한 재연과의 추억을 공유(?)하기도 하고, 서로 그녀가 좋아했던거라며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재연의 사연이 드러나게 된다. 앤디는 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를 찾으려 하고 있었고, 민중은 알고 있는 듯 했지만 선뜻 앤디에게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재연의 아이디어를 모조리 베껴가 승승장구 하고 있는 소식을 접한 두 사람은 재연 대신 복수를 마음먹는다. 아니, 복수라기보다 잘못된 일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애를 쓴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자신을 위해 뭉친 두 남자를 먼 곳에서 바라보며 흐뭇해할 것 같은 재연이 상상이 되었다. 자식을 자기 생각대로 휘두르려다가 그렇게 되지 않자 내팽개친 부모와 약자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의 모습이 등장할때면 절로 눈쌀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남자 때문에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경쾌했고, 유쾌하기까지 했다. 사실 한 여인의 죽음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라 자칫 어둡거나 우울감으로 빠질 수도 있을텐데,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릴 땐 그리워한다는 느낌만 들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의 전작이 더 궁금하다. 그 작품은 연극 무대로도 옮겨졌고, 현재는 영화로 제작 중이라고도 하던데.. 얼마나 재미나면?! 언제 한번 꼭 읽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