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영화 <히말라야>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은 알았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름이 나오는데 '엄홍길'이라고 하여 깜짝 놀랐다. 현재 생존해 있어 이름은 변경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이름을 쓰고 있어 속으로 '오~~'했다. 한편으로는 실화이고 주인공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는 상황에 이름을 까고 시작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도 같았다. 그래도 어딘지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실명으로 직접 등장하니 다소 신기했다.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한국 영화 수준이 참 높아졌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훌륭하고 제작도 잘하고 연출도 잘하고 촌스럽지 않게 만든다. 지금도 여전히 사대주의가 내 맘속에 존해해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영화보다는 헐리우드 영화에 좀 더 시선이 가는 편이다. 예전에 영화를 보면 내용도 다소 억지스럽고 전개도 촌스럽고 화질도 별로고 헐리우드 영화와 너무 많이 비교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제 그런 이야기는 더이상 한국영화에 하면 안 될 듯 하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자본력 싸움에서 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히말라야>같은 경우 한국에는 드문 영화지만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제법 봤던 내용이다. 얼마나 현실감있게 극한 상황을 잘 묘사하고 화면으로 보여주느냐가 핵심인 영화다. 어차피 모든 촬영을 현장에서 찍지는 않았을테고 실사스크린에서도 찍었을테니 말이다. 이 부분은 확인하지 못해 불확실하지만.

영화는 정확히 두부분으로 나눈다. 전반부에는 다소 유쾌하고 도전적인 내용으로 산을 정복하는 - 게 아니라고 영화는 말하지만 - 내용이다. 후반부는 잃어버린 동료를 찾기위한 애절한 내용. 솔직히 내용은 무척 단순하다. 계속 반복되는 내용전개라 지루할 수도 있다. 이걸 어떻게 현실감있게 감정선을 계속 유지시켜주며 영화를 이끌어 갈것인가. 이 부분에 있어 감독과 배우들이 훌륭히 관객을 끊임없이 끌어들여 끌고 간다.

전반부에 국내 산을 엄청난 짐을 들고 얼굴에는 코까지 덮는 물안경을 쓰고 오르고 내려간다. 진짜로 그렇게 훈련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식하지만 대단하게 보였다. 엄청난 체력소모를 요하는 등반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저게 가능한가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등산이라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반부를 보며 알게 된다. 그렇게 어렵게 산에 오르다니 역시나 산을 올라가는 것은 어느 곳이나 힘들다. (실제 산이 아니더라도)

영화에서도 나오는데 예전에는 등반원정대를 쫓아다니며 방송을 찍기도 했다. 뉴스에서도 누가 어느 산 정상을 올라갔네하는 것도 많이 나왔고 그 진실여부를 따지기도 했었다. 과거보다 지금은 훨씬 더 등산이 대중화되었다. 신기하게도 등산 인구가 엄청나게 많아졌는데 오히려 뉴스에 이제는 나오지 않는다. 더이상 산 정상에 올라가는 것이 신기하지 않고 익숙한 일이 되었나보다. 예전에는 이 영화 주인공 엄홍길처럼 스타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엄홍길, 박영석, 허영호, 오은선 등이 있었다. 이 중 박영석씨는 실종된 것으로 안다. 그 이후로 산악인에 대한 뉴스를 본 기억은 없다. 국내에 아웃도어 열풍이 불 정도인데 말이다. 꼭 산을 오르지 않고 추운 곳에 살지 않아도 입는. 여전히 나는 아웃도어 패딩은 없지만. 그렇게 영화에서 나온 사람들이 한국에서 대중화 장본인이다. 영화를 보며 느낀 것은 잃어버린 동료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사회에서 제일 부족한 부분이다.

실제 여부는 몰라도 미국 경우에는 끝까지 시신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도 6.25전쟁 당시 미군을 찾는다고 하니 말이다. 반면에 한국은 그런 노력이 너무 없다. 그런 사소한 차이가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다가오는 면이 있었다. 물론,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처럼 노력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도 안 되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멈춰야 한다. 생존한 사람도 생존해야 할 때.

사실 영화를 볼까 말까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인일로 둘째 놈이 영화를 보자고 해서 봤다. 평소에 그토록 같이 영화를 보자고 꼬셔도 반응없던 놈이 말이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관람하기에 참 좋은 영화다. 어떤 자극적인 내용도 없으니 말이다. 좀 신파적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마지막에 동상에 걸린 장면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실제로 산악인들이 동상에 걸려 절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도 동상에 걸려 코끝까지 검게 변한 장면을 보면서 우리가 참 편한 겨울을 살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저런 극한 상황에서도 등반을 한다는 점이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고. <히말라야>는 올 겨울에 가족단위 관람객에게는 아주 딱인 영화다. 솔직히 영화내용은 살짝 오글거리는 부분들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