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같은 좋은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계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신작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씨네토크 덕분에 먼저 보고 왔습니다. 거기다가 영화가 끝난 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배두나 씨가 오셔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왔는데 참 좋았네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을 다음에도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라면서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아 출연진은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카호, 히로세 스즈 등 유명한 배우분들이 출연했습니다.
15년 전 가족을 버린 아버지의 장례식,
어릴 적 나와 꼭 닮은 아이를 만났다.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 ‘요시노’, ‘치카’는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추억도 어느덧 희미해졌지만
홀로 남겨진 이복 여동생 ‘스즈’에게만은 왠지 마음이 쓰이는데..
“스즈, 우리랑 같이 살래? 넷이서…”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난 세 언니와 같이 살게 된 스즈(히로세 스즈)>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면서 감독님의 전작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생각났습니다. 감독님 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특수한 상황에 놓여진 가족이라는 점은 물론이거니와 가족의 형성 과정에서 추억이 중요하게 쓰여지고 있다는 점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추억의 교집합이 가족의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알려주고 있는 영화라고 한다면 이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추억을 모아, 즉 추억의 합집합을 만들어내면서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복동생인 스즈를 집 안으로 데려온 세 언니들은 스즈에게 어릴 적 추억들에 대해서 종종 알려주곤 합니다. 하지만 스즈는 자기가 이복동생이라는 사실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와의 추억을 쉬이 말하지를 못합니다. 그러다가 언니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스즈도 점점 아버지와 했던 일을 언니들에게 말합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도 스즈가 셋째 언니인 치카에게 거짓말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멸치를 올려둔 빵이 사실은 아버지가 자주 해줬던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스즈가 그렇게 아버지와 관계된 이야기를 함으로써 언니들과 진정으로 가족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특징이 이 영화에서 굉장히 좋게 발휘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특수한 상황에 놓여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절대 자극적으로 연출하면서 주인공들을 극의 위기로 몰아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만 보더라도(저 영화를 많이 언급하게 되네요.) 알고보니 키우고 있던 아이가 뒤바뀐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도 절제된 화법으로 꾸준히 극을 전개시켜서 오히려 감정적인 파장이 더 크게 일게 했었습니다.
그런 것처럼 이번 영화는 씨네토크에서 말씀하신 것 같이 폭풍이 끝나고 난 잔잔한 바다 위에서 폭풍의 흔적을 찾아내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름기를 쫙 빼고 담백함이 남은 이 영화는 쓸데없이 눈살을 찌푸릴 일 없이 계속 미소를 머금고 볼 수 있도록 연출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영상도 너무 아름답게 꾸며졌습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제목에 걸맞게 네 자매가 거니는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부터 스즈가 후타와 함께 벚꽃나무 사이로 자전거 타는 장면까지 피사체가 자연물과 잘 어우러져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이쁜 영상미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기도 좋았습니다. 장녀를 연기했던 아야세 하루카는 어깨와 허리를 곧게 펴고 똑바른 말투로 세 동생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언니를 잘 연기해주었습니다. 나가사와 마사마와 카호 역시 언니인 사치와는 정반대 스타일로 좀 느슨한 여유를 가진 두 동생의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았던 것은 이복동생이자 막내인 스즈를 연기한 히로세 스즈 였습니다. 언니들과 함께 살게된 처음에는 차분하고 약간의 어색함이 있는 말투를 사용했지만 후반부에는 진짜 친해지고 언니들 사이에서 잘 녹아든 것 같이 연기를 한 것이 '진짜 가족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습니다.
연출, 내용, 연기까지 좋은 영화였습니다. 역시 앞으로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서 실망할 일은 딱히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짜 가족이 된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 스즈(히로세 스즈)>
씨네토크를 시작하기 전에 고레에다 감독님과 배두나 씨의 포토타임(?)이 있었는데 제가 카메라가 없어서 화질이 구린 폰으로 찍었네요... 그래서 카메라를 하나 사야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감독님과 배두나 씨입니다. 배두나 씨는 감독님과 '공기인형'에서 합을 맞춘 적이 있어서 이번에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 와주셨습니다. 의리 있는 배우 배두나 씨입니다 ㅋㅋ
개인적으로는 감독님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볼 수 있어서 되게 좋은 씨네토크였습니다. 진행 잘 해주신 백은하 기자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