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공포스러운 장면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했다. 초반에는 다소 괴기스럽게 출발한다. 스릴러 장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영화는 생각보다 탄탄하진 않았다. 내용이 허술했지만 흥미롭게 볼 수는 있었다. 중간까지는 내용이 치밀하게 전개되며 연결되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초반에 보여준 얽힌 실타래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약간 이해가 안 되는 전개라 조금 실망하긴 했다.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 타인의 집에 몰래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주인이 나갔을 때 몰래 각종 음식을 먹는다. 숨어 있었다. 무엇인가 자신이 나갔다 올 때마다 달라 진 걸 느낀 집 주인이 CCTV를 설치했고 그 화면으로 잡았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와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사라진거다. 당사자는 엄청나게 놀라고 끔찍한 경험이었을텐데 의외로 이런 사례가 제법 되는 걸로 조사되었다. 처음 발견된 사실이 아니라는 거다.

인간에게 거주공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쉴 곳이며 에너지를 충족하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 장소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주공간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사실 어제 오늘 갑자기 벌어진 일은 아니다. 현대에 들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내려오던 것이다. 현대에 들어 민주주의가 발달하며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렇다고 모든 자유를 전부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과 집단의 헤게모니가 발생할 때 인간은 대부분 개인의 희생을 요구한다. 다수를 위해 소수는 무시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가끔 소수를 위해 포기하거나 우회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희 예외다. 더구나 다수의 이익과 직결될 때 모든 것은 전부 합리화한다.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되는데도 사람들은 그걸 무시한다. 또는 괜찮을 것이라며 최면을 스스로 건다. 우리는 이익을 우선하는 걸 당연시한다. 영화는 결국 그런 내용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망은 지극히 통속적일지라도 자연스럽다. 더 좋은 걸 찾는 인간의 욕망이 지구의 정복자(?)가 된 배경이다. 이걸 억지로 막거나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를 너무 방치하면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 인간은 지금까지 적정한 선에서 이를 유지하며 발전했다. <숨박꼭질>은 여러 욕망이 결합된다. 각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한 행동이 나에겐 최선, 남에겐 끔찍이 된다.

이런 주제를 중간까지는 스릴러 장르로 잘 쫓아가게 만들어 주는데 그 이후는 광기로 돌변한다. 이 점에 있어 결국 사이코패스로 나간다. 이러다보니 영화가 잘 진행되다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인상이었다. 개연성이 부족해지고 심정적인 공감이 줄어든다. 특히 주희(문정희)역의 딸이 제일 이해가 안 되었다. 어른이야 그럴 수 있어도 아이는 자신이 본 것을 그래도 이야기하기 마련인데 - 물론 아이들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한다. 내 아이는 안 그럴 것이라고 믿지 마시길 - 살인이 벌어졌는데도 너무 태연하다.

손현주와 전미선도 마찬가지로 영화에서 훌륭히 연기한다. 그 중에서 상만역의 이준혁이 제일 눈에 들어왔다. 여러 작품에 출연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름은 커녕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인데 이 작품에서 보게 되어 반가웠다. 처음에는 연기자 느낌보다 재연배우 느낌이었는데 갈수록 자신의 필모그래프를 쌓아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배우가 갈수록 잘 되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최근 <육륭이 나르샤>에서도 즐겁게 보고 있다.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집은 워낙 작아 숨어 있을 곳이 없겠다. 실제로 100평 정도 되는 집에 갔더니 서로 전화로 연락해야 할 정도로 컸다. 숨어 있으면 찾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까지 큰 집이 필요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가족이 살아가지 않는다면. <숨박꼭질>은 상영 당시에 꽤 흥행한 작품이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중간까지는 참으로 집중하며 봤다. 뒷 부분만 조금 더 보완했다면 훨씬 더 훌륭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