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과 5학년 조카들 데리고 오랜만에 극장엘 갔다.
끊임없이 무언가 함께 하던 이모가 요즘 뜸해져서
서운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상하게 요즘 아이들과 무언가 한다는 게
솔직히 귀찮았다.
미안했다, 우리 여덟 조카들아.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
이 아이들 소개에 부정적인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 소심이 :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존재
○ 까칠이 : 사람이 맛없는 음식이나 나쁜 친구에게서 지키기 위해서 존재
○ 버럭이 : 공정하지 못한 상황이 오는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존재
이렇게 긍정적인 설명이 나옴과 동시에 난 고개를 끄덕끄덕,
물론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말똥말똥 뜨고 보고 있었다.ㅋㅋ
기쁨이와 슬픔이를 중심으로 극을 끌고 나가는데,
모든 감정의 리더를 기쁨이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애는 조금만 기쁘지 않아도 안절부절 못하는 성격의 아이.
사실 그거 나다 ㅜㅜ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즐겁지 않으면 못 참는 편.
물론 진지한 건 좋지만, 큰소리가 오가거나 웃음이 사라지면 그때부터
분위기 전환을 하려 노력하고 잘 안 되면 자리를 떠버리는 편인데,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눈치를 보는 기쁨이를 보는데 왜이리 안쓰러운지.
슬프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있던 기쁨이는 언제나 지 혼자 리더를 하려다 보니
손만 대면 슬픈 기억으로 바뀌어 버리는 슬픔이를 경계해야 하는 건 당연.
하지만, 모든 인간의 감정을 기본적으로 정화하려면
적당한 슬픔이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몰랐던 기쁨이가
초반부터 슬픔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무리였겠지.
뭐 예상한 대로 서서히 슬픔이가 능력 발휘할 결정적 계기가 생겨
슬픔이의 웃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는데,
자꾸 중요한 핵심기억에 슬픔을 투하하려던 슬픔이의 행위는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사라졌기를.
근데 덕분에 사라진 상상이와 몇 가지 중요한 생각의 성은
되찾을 수 없겠구나.
생각의 성 이야기를 보면서 나의 상상의 성은 언제 파괴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의 발칙한 상상들아 어디로 간 거니?
어린 시절 잘 키워 그대로 아니면 더욱 풍성하게 잘 지켜낸
마음과 생각의 성들이 성인이 됐을 때 남다른 모습의 인격과 생각을
유지하게 했겠지. 까칠만 남아 있는 사람, 버럭만 남아 있는 사람,
소심만 남아 있는 사람에게 슬픔과 기쁨이 적절히 작용 좀 했으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 곧 키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표현을 하는 어른들이 늘어남을 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욕심 낼 수 없는 건가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거든.
참, 더빙에 참여하신 기쁨 성우님!!!
발음 틀렸어요.
[책을 읽다니] -> '일따니' 가 아니라 '익따니' 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