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갤러한은 어려운 고비를 물리치고 연쇄살인범을 체포한다. 그러나 부패한 상관은 범인을 석방시키고, 칼라한은 범인을 고문한 혐의로 고소된다. 이에 분개한 갤러한은 죽음을 무릅쓰고 범인과 싸우다 그를 사살한다. 반전평화운동이 전성기를 맞던 시대에 위기와 공포를 느낀 보수 세력의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일컬어지는 영화.”

남자가 여자를 쫓아서 강간하려고 할 때 그 자식을 쏘는 건, 내 방침입니다

강간 하려는지 어떻게 아나?

벌거벗은 남자가 여자를 쫓아가는데 식칼을 들고 잔뜩 발기해있다면

적십자 모금을 위해 그러는 건 아니겠죠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내가 6발을 쐈나, 5발을 쐈나 생각하겠지?

사실은 나도 몰라, 신나게 쏘다보니 잊어먹었어

그러나 이건 매그넘 44야 최강의 권총이지

네 머리 따윈 깨끗하게 날려버릴 수 있지

운이 있는 날인지 잘 생각해봐야 할 거야

운이 있는 날인가?

1970년대는 무척 기묘한 시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뒤돌아보고 되살려내면서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검토하고 재구성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끊임없는 탐구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는데, 아무래도 워낙 많은 사건-논의들이 폭발하듯이 일어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인 것 같다.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났던 것인지 다시금 되짚어보는 것은 아닐까?

기본적으로는 진보와 관련된 풍경이 많이 떠올려지기는 하지만 단순히 모든 가능성이 열려져 있던 것도 아니고 아름답기만 한 시대도 아니었을 것이니, ‘더티 해리’가 바라보듯이 온갖 지저분함과 잔혹하고 더럽게 얼룩진 모습들 또한 분명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더티 해리’는 1960 – 1970년대로 이어지고 있었던 어떤 시대적인 정서에 대한 거대한 반박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비웃음이거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과격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 덕분에 아름답게만 생각되던 꽃을 들고 오라던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될 수 있었는데, ‘더티 해리’는 그 시대를 좀 더 경멸하듯이 보려고 하고 있고 그렇게 물러터지듯 굴기만 하면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 같기도 하고, 무척 과격한 방식으로 정신 차리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이른 시기에 람보와 록키가 나타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레이건의 등장을 성급하게 예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되지만 그 과격함과 폭발할 것 같은 분노에 매혹되기도 한다.

빼어나고 세련된 방식으로 완성시켜놓지는 못하지만 분명 강렬함을 안겨주고 있고 어떤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어디를 향해서?

간단하게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범죄자들을 향해서

조금은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면 1970년대라는 시대를 향해서

그 시대의 시대정신과 정서에 욕지거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되는 작품이었다.

신나게 총질을 한 다음에 썩 꺼져버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늙어서 그런가? 그런 것도 꽤 멋있게 보인다. 알맞은 모습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의미에서 ‘더티 해리’는 무척 독특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시금 재평가하고 재해석 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기도 한 것 같다.

돈 시겔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들이 만들어낸 ‘더티 해리’는 허술함과 헐거운 완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빼어난 부분들도 찾을 수 있지만 뭔가 엉성함도 찾게 되는, 매우 힘 있게 밀어붙이고 있고 그 묵직한 밀어붙임이 매력으로 느껴지는 완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마도 그 막나가는 매력이 ‘더티 해리’의 진정한 매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존재는 무척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서부극에서의 반영웅적 이미지를 세탁-재해석하면서 서부에서 도시로 향한 무법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무법자에서 보안관으로 변해버리기도 했지만), 단순히 서부가 도시로 배경이 변해버린 것만이 아닌, 무법자가 보안관이 되어버렸고 거기에 강권하기만 했던 법이 물러 터져버려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나약해져버린 공권력에 대한 냉소-경멸과 법을 무시하고 정의를 자신이 단정하고 정의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통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복수와 철저한 응징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내세우고 보여주면서 ‘더티 해리’는 완성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존재는 더없이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공고히 만들어내고 있으면서도 뒤엎어 버리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기존의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불리는 서부극에서 돈에 의해서만 움직이던 모습에서 이제는 법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며 범죄에 대한 철저하고 과격한 응징만을 내세우는 모습을 통해서 그 과격함을 좀 더 강조하고 있으며, 돈 시겔은 그런 모습-이미지를 통해서 해리를 통해 그 당시는 부정적으로만 비춰졌던 공권력에 다양한 방식으로 그 모습을 대입시키기도 하고 반박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여러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연출함으로써 ‘더티 해리’가 1970년대라는 시대정신과 전혀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는지를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1970년대를 반박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고 그 시대정신에 반감을 갖은 이들에게 열광되었는지를 극명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더티 해리’에서 다뤄지고 있는 여러 사건들은 중요하게 다뤄지면서도 그 의미가 없어지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모든 범죄자들은 무시무시한 존재처럼 다뤄지지만 결국에는 해리의 시선을 통해서 보게 된다면 그저 벌레만도 못한 야비한 범죄자 이상의 존재가 되지는 않는 것 같고, ‘더티 해리’는 해리가 어떤 식으로 그 범죄(자)들을 이해하고 평가하는지를, 어떤 식으로 응징하고 범죄에 대해서 보복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더 몰두하고 있을 뿐인 것 같다.

해리가 어떻게 박살낼까?

‘더티 해리’는 그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정교하고 세려된 방식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이해해야만 은행 강도를 처단하는 총격전 장면이 서부극을 새롭게 재활용하고 있고 변주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시도에서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거친 남성-영웅의 등장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1970년대를 극히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불신을 표현하고 있는지를, 법과 규정 그리고 절차가 얼마나 불만스럽게만 느끼고 있는지를,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쓸어버리면 된다는 논리가 어떻게 강렬한 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더티 해리’는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선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그런 선택에 대해서 어느 순간 유혹되게 만들고 있는데, 그 작위적이고 자의적인 혹은 나약한 공권력에 대한 불만투성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식으로 해리에게 공감하기도 하면서도 그 방식에 대해서 거리감을 갖고 다른 선택과 대답을 만들어내야 할지를 고민해야만 할 것 같다.

해리의 못마땅함과 불만과 불신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그것 말고의 선택을 찾아내야만 할 것 같다.

그가 멋있게 느껴질 수 있고, 그의 선택에 열광하며 감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의 모습이 정상적인 대답으로 비춰질 수는 없을 것 같다.

공손하지 못하고 무례하기만 한 그의 태도가 무척 닮고 싶을 때가 많아서 큰일이기도 하지만.

참고 : 데이빗 핀처는 ‘조디악’을 그런 의미에서 만든 것은 아니었겠지?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