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습 때문에 대학로 가교로 가던 길, 알라딘 중고 서점이 보였고

나라는 고양이는 생선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 했다.

그때 구입한 책인데 당시 이 책 말고 어떤 책을 구입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책을 펼친 순간 깜짝 놀랐다.

코맥 매카시의 뒤를 잇는다는 둥, 미국 문학의 새로운 고전이 탄생했다

는 둥 대한민국의 칭찬은 전혀 없는 이 책에, 난 한 번도 보지 못한

미국 작가의 친필 사인이 아주 친절하게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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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떠도는 것이 꿈인 그의 아버지는 참으로 무책임한데,

그런 아버지의 영혼을 조금 물려받아 물고기를 좋아하는 아이 로이는

다음과 같은 단계의 어류학을 경험했다.

1단계 : 아버지는 거실에서 혼자 울고 어머니는 침실 물건들을 마구

깨뜨리고 있을 때 슬며시 집을 빠져 나와 잠겨 있는 누군가의 집 문을

자신의 집 문을 여는 방법과 똑같은 방법(현관 고무 발판 밑의 열쇠)으로

열고 들어가 배고파 보이는 물고기들에게 냉장고에 있던 피클을

부어주었다. 처음에는 한두 개, 그러다가 한 병 전부 그리고 국물까지.

잠시 후 어항의 물이 부풀어 오르더니 거품이 벽면을 타고 오르고,

피클 조각이 물고기와 함께 밝을 빛을 뿌리며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짓이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왜 그런지 이내 잊어버리고 물고기에 대한

관심도 다 사라졌다.

2단계 : 첫 번째 수족관의 물고기를 고양이 스모키가 앞발로 낚아채

로이가 보는 앞에서 홀라당 먹어치우다.

3단계 : 1달러 은화와 거의 똑같은 실버달러스. 무리를 짜서 움직이는

기술이 대단한 실버달러스는 무지개상어 가이앙의 눈알을 하나씩 물고

재빨리 뽑아낸 후 삼키지 않고 뱉어내는 바람에 당구공 같은 눈알

두 개가 돌멩이 위로 흘러내렸다. 응징이 빠른 어머니는 곧바로

실버달러스를 어망으로 건져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고, 그날 저녁

눈먼 가이앙은 수조 벽에 이리저리 부딪치며 죽어가다.

이런 경험을 한 아들 로이는 나중에 아버지와 수콴섬에서 둘만의 캠핑을

하게 된다. 혼자 떠나 무인도에서 홀로 생활하다 외롭게 죽어야 했던

아버지를 따라간 아들 로이. 두 번째 마누라 로다 앞에서 그는 아들에게

총신을 돌려 겨냥하기도 하는데 ‘본능적으로 그랬던 거야’로 마무리

지어버리는 그에게 도대체 죽음(자의건 타의건)은 무엇이었을까?

가정 1 : 아들 로이의 자살

아들이 거짓말처럼 그의 앞에서 총구로 머리 반 통을 날리고,

남겨진 생명의 흔적을 어떻게든 보존하고 싶어 들쳐메고 떠돌다 결국

부패를 이기지 못해 묻었더니 아들을 살해한 살인자로 오인받다.

가정 2 : 아버지의 자살

벼랑으로 걸어 나가 듯 돌진해 굴러 떨어진 아버지를 구해 어떻게든

살려낸 아들 로이. 그 후 아버지는 이전의 우울이 완전히 없어진다.

그 증거로 밤마다 어린애처럼 엉엉 울던 습관이 사라졌다.

아들은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하나는 죽고 다른 하나는 죽지 않는다.

어쩌면 아버지가 스스로의 목숨을 져버린 그날 아들의 영혼은

죽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모르고 그는 평생 여자들 꽁무니만

따라다니며 살다가 죽어갔구나.

수콴섬 1부 / 117쪽

아버지는 라이플을 내려놓고 작은 벼랑 끄트머리를 향해 걸어갔다.

문득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가 싶었는데,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말 그대로 허공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바위에 한 번 튕기더니 나뭇가지를 꺾으며 굴러떨어졌다.

시야에서도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버지 목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다.

로이는 엄청난 당혹감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로이는 총을 집고 일어났지만 달리 할 일은 없었다.

아버지는 이미 숲 아래로 떨어졌고, 쿵 하고 크게 부딪는 소리까지

들렸다. 상황은 이미 끝나 아래쪽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두 귀가 욱신욱신 요동쳤다. 로이 자신도 떨어질까 두렵기도

했다. 왠지 아버지가 끌어당길 것만 같았다. 잠시 후 큰소리로

아버지를 부른 다음, 총을 내려놓고 조금 전에 지나온 관목속으로

달려 내려갔다. 어떻게든 빨리 내려가고 싶었으나 덤불은 너무

울창했고 툭하면 그를 붙들었다. 아버지를 찾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그냥 사라진 채 죽으면 어떻게 하지?

수콴섬 2부 / 175쪽

짐은 총성을 들었지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시 잘못 들었는지

의아했지만......아니 분명 총성이었다. 로이가 소란을 부리는 모양이다.

저 놈은 관심을 받을 수만 있다면 오두막 안에서도 마구 쏴댈 놈이다.

(중략)

오두막 가까이 왔을 때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문득 화가 치밀었다.

로이가 산책을 나가면서 문을 닫지 않은 것이다. 빌어먹을, 얼어 죽고

싶어 환장한 놈 같으니.

그리고 문에 다다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들이 있었다. 아들의 몸.

아니, 머리가 없으니 아들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넝마처럼 갈기갈기

찢긴 머리, 머리 끄트머리를 따라 머리카락이 달라붙고 피는 사방으로

튀었다.

‘케치칸’부분은 다른 부분과 달리 굉장히 지적인 방식으로 쓰였다.

○ 오탈자

24쪽 7줄 : 주리번거렸다 -> 두리번거렸다

26쪽 8줄 : 야간 -> 약간

176쪽 밑에서 10줄 : 온몸을 -> 온몸이

247쪽 1줄 : 간간히 -> 간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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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본 단어

266쪽 밑에서 4줄 : 우수리

1. 물건값을 제하고 거슬러 받는 잔돈

2. 일정한 수나 수량에 차고 남는 수나 수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