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비수사>는 사실 개인적으론 큰 기대작은 아니었다. 곽경택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김윤석 & 유해진 조합이라는 점도, 1978년 부산 유괴사건 실화바탕 등 여러가지 돋보이는 점이 있음에도, 이 영화 그렇게 딱히 끌리기까지 한 영화는 아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이거 기대이상이다. 마치 인절미같이 쫄깃쫄깃한 재미와 거기에 '인간미'까지 더해졌다. 한마디로 맛이 잘 살아있는 영화다.
줄거리는 이렇다. 1978년 부산에서 한 여자아이가 납치된다. 이미 30일이 지난만큼, 모두가 죽었다고 단정내렸을 무렵... 한 도사가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는 살아있고, 꼭 '공길용'형사라는 인물과의 협조를 통하면 이 아이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공길용 형사 & 김중산 도사, 이 두 인물의 수사가 극비로 펼쳐지는데...
말씀드렸듯이,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있었던 정효주 양 유괴 실제사건의 실화바탕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 실화 사실 중에서도 【공길용 형사 & 김중산 도사: 실제인물의 이야기】라는 점은 큰 흥미를 자아낸다. 무려 <형사와 도사>다. 이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은 뭐지?하면서도 이건 실제이야기다. 그래서 보면서 더더욱 큰 흥미와 재미를 자아내고 있었다.
'인간미'라는 콩가루 양념이 잘~쳐진
인절미 같이 쫄깃쫄깃하고 구수한 재미의 영화
영화는 감칠맛이 살아있다. 부산배경이다보니 워낙 사투리가 많아서 다 좀 알아듣기 힘들었다는 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정감과 인간미가 살아있다. 특히 김윤석의 <공길용 형사> 캐릭터는, 딱 그에게 적역인 캐스팅이었다. 형사이지만 이보다 더 아버지같고, 더 삼촌같으면서도, 더할나위없이 비루해보이는 형사가 어디 또 있으랴 싶었다. 그와 그의 캐릭터를 통해 영화에는 '인간미'라는 양념이 더 맛있게 들어갔다.
유해진의 <김중산 도사> 캐릭터는, 마치 신기가 내렸다고밖에 볼 수 없겠다. 공길용과 사라진 아이의 사주 등을 통해 마치 앞을 내다보듯이, 유괴사건의 결말과 범인추리까지 함께해나가는 묘한 인물로, 이전까지의 코믹연기를 많이 빼내고 담백하게 진지한 연기로 일관한, 유해진 역시 나쁘지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김윤석 캐릭터와의 콤비력이 무척 잘 어울렸다.
그동안 <그 놈 목소리>등 유괴사건 관련영화는 많았지만, <극비수사>는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낸다. 그 중심에는 【인간미】가 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랬지만, 이번에는 【실화바탕 유괴사건】이 있었음에도 오싹하고 무섭기보다, 같이 사건을 풀어나가는듯한 느낌과 함께, 삼촌이나 아버지의 마음으로 함께 이 사건에 뛰어든 느낌이었다. 사건추리의 재미보다, 마치 한 사람의 아버지의 마음으로서 아이를 꼭 구하고픈 마음이 내내 크게 들었다.
그것도 너무 감정적으로 크게 밀고나가지도 않고, 연출도 매끄럽게 재미를 잘 잡아냈다고 할까? 그렇게 큰 영화도 아니면서, 적절한 재미와 캐릭터성, 그리고 실제있었던 사건의 결과와 뒷이야기 등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부담없이 찰지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오락영화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