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나쁜 초콜릿 - 캐럴 오프 / 알마

평소의 취향이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

단지 초콜릿이 소재가 된다면 말이지.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것은 역사가 아닌가!

배수아 작가님의 강독회에서 뵀던 배현(아니, 두 분 다 배네)님

페북에서 보고 고르게 된 책이다.

그게 누가 됐건 조금이라도 인맥이 있는 분의 책은

무조건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기에.

이 책은 몇 명의 인물과 회사 그리고 나라를 통해 정리하면 되겠다.

○ 카카오 역사의 시작 올메크족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은 올메크족은 인류 역사의 여명기인 3,000여

년 전의 부족인데, 그들의 지배자들은 우리가 카카오라 부르는

카카와 원두에서 추출한 마법 물질로 종종 원기를 돋우었다.

올메크족 여인들은 이것을 쓴 맛의 음료뿐 아니라, 흥분제 겸

영양제로 걸쭉하게 요리했는데 그들은 이 음료에 치료 효과도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거무스름하고 쓰디쓴 중독성 물질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 신비로운 화학 성분이 무엇인지는 그들 중

누구도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을 먹으면 왜 허약한 이는

생기가 생기고 건강한 이는 원기를 더 얻게 되는지, 무엇 때문에

힘든 일은 즐겁게 느껴지고 즐거운 기분은 더 강해지는지,

피로와 절망, 특히 병사들이 어떻게 공포의 나날을 헤쳐 나가기가

한결 수월해졌는지 그 까닭은 무엇일까. 시간이 흘러 관습이

굳어지면서 카카오가 유익하다는 믿음은 더욱 깊어지고 깨지지

않는 것으로 변해갔다.

코 부부에 따르면 올메크족은 아메리카에서 최초로 계급 기반 사회를

형성했다. 소수의 선택된 자들이 불운한 다수가 흘린 땀으로 편히

살아가는 사회였다. 올메크족은 정착촌을 세우고 농업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으며 노예를 부려 음식을 차리는 복잡한 방법과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카카오 요리법을 발전시켰다.

고고학자들은 올메크족과 마야족 간의 관계에 대한 논쟁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들이 선조와 무슨 관계였는지,

무역 파트너였는지, 단순한 이웃이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올메크 문명은 기원후 1세기 또는 2세기 정도에 마야족이 중앙아메리카

지배자로 떠오를 무렵 불가사의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야족이 올메크족이 수세기에 걸쳐 쌓은 지혜와 노하우를 토대로

세워졌다는 것이다.

○ 콜럼버스가 놓친 아스텍

마야인들은 콜럼버스에게 큰 이득이 될 만한 이야기를 했다.

에스파냐로 돌아온 그는 소식을 다른 이들에게 전했는데 그들은

마야문명에 대해 놀랍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 부유함과 웅대함을

목격할 기회를 갖지는 않았다. 아스텍 군주는 ‘신세계’전역의

모든 부족이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남자였다.

그의 잔인함과 탐욕스러움을 능가하는 것은 그 자신의 타락과

퇴폐뿐이었다. 훗날 ‘초콜릿 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그의 폭식과 폭음 때문이었다.

역사가들은 몬테수마를 영토 정복의 야욕에 사로잡혀 수천 명의

백성을 살해해 종교의식의 제물로 바친 잔인무도한 전제 군주로 그린다.

그러나 몬테수마 치하에서 아스텍인들이 정교하고 발전된 사회를

가꾸어나갔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장수와 귀족들이 살던 호화

가옥들이 테노치티틀란의 넓은 거리에 늘어서 있었으며, 벽돌과

모르타르로 만든 운하 체계와 수로를 국가 재정으로 구축해서

수도에 신선한 식수와 교통로를 제공했다. 이곳에서는 토목과 건축,

수학, 음악이 번창했다. 아스텍인들은 (특히 자신들에 관한) 책을

사랑했고 자신들의 존재를 광범한 기록물로 남겼다. 그들은 제국

안팎에서 온 상품들을 파는 상인들이 북적대는 시장으로 몰려들었고,

그 중앙 광장은 어느 때든 6만 명의 사람들로 넘쳐났다.

아스텍은 당대 유럽의 어느 문명에도 뒤지지 않는, 미지의 대륙에

자리 잡은 ‘에메랄드 도시’였다.

○ 운 좋은 코르테스

새로운 신들이 도착한다고 믿었던 52주기에 우연히 코르테스가

그곳에 도착했고, 몬테수마 황제 앞에 놓인 이미지들은 수염 긴

백인들이 정통적인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온다는 케찰코아틀의

예언과 완벽히 들어맞았다. 황제는 성직자 및 장수들과 많은 의논을

거친 끝에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방문자들은

초자연적인 존재이고 따라서 그들과의 싸움은 헛수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실체는 사리사욕에 눈 먼 오합지졸 용병들이었다.

그렇게 코르테스는 아스텍을 쉽게 점령하나 했는데, 그가 벨라스케스의

병력을 무찌르고 테노치티틀란으로 돌아오자, 아스텍 수도의 지배권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 있었다. 코르테스를 대신해 테노치티틀란에

남았던 페드로 데 알바라도의 타고난 잔인함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코르테스와 부하들은 테노치티틀란에서 일단 후퇴한 다음 반격을

꾀할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전투는 대참사로

끝났기 때문에 후대 역사가들은 이를 ‘큰 슬픔의 밤’으로 기록했다.

몬테수마 2세는 살해되었고, 살해자가 콘키스타도르였는지 아스텍

백성이었는지 확실치 않다. 그리하여 눈부시던 아스테카 제국은

이제 그 명맥이 끊겼다. 카카오 원두는 테노치티틀란을 약탈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얼마 되지 않는 귀중품 중 하나다.

○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게 될 초콜릿

1544년 도미니크 수도회 대표단이 한 무리의 켁치 인디오들을 에스파냐

궁정까지 호송해왔는데, 그들은 신대륙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카카오가

생산되는 과테말라에서 온 것이다. 마야제국은 파괴되고 그들의 숫자도

줄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그들이 가져온 많은 선물 중

카카오가 포함된 것은 물론이었는데 펠리페가 거품 가득한 신비의

액체를 맛보았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어쨌든 유럽 대륙에서 가장

사랑받게 될 과자가 공식적으로 소개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 유럽 여러 나라들과 초콜릿

1615년 에스파냐 국왕 펠리페 2세의 손녀 안느가 프랑스 국왕

루이 13세와 결혼했을 때, 혼수품 중에 초콜릿이 포함.

프랑스에선 안느 뿐만 아니라 왕의 강력한 조언자 리슐리외 추기경도

습관적으로 초콜릿을 마심.

프랑스가 서서히 초콜릿을 받아들인 반면 이탈리아 반도에서는

빠르게 받아들임, 강력한 메디치가는 토스카나 지역의 에스파냐

귀족들 덕분에 일찌감치 초콜릿 애호가가 되었다.

런던에서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기운이 지난날 지배계급이 마시던

음료에 영향을 미쳤다. 초콜릿이 주로 속물스런 살롱에서 대접되던

프랑스와 이탙리아와는 달리, 영국 도시들에선 대중적인 커피하우스나

초콜릿하우스가 생겨났다.

○ 카카오 생산과 삼각무역

카카오 생산은 삼각무역이라는 끔찍한 제도에 의존했다.

삼각무역이란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왕복하며 항해하는 상인과 거상들 사이의 상업적인 협정이다.

절인 대구에서 무기류까지 다양한 제품을 실은 선박들이 유럽의

항구에서 출발해 서아프리카 해안에 도착했다. 거기서 짐을 부린

다음에는 인간 화물을 싣고 아메리카로 떠났다. 아메리카에서는

노예들을 농작물 따위와 교환하고 유럽으로 되돌아갔다.

이제 아프리카인들은 유럽의 공장과 시장을 위해 더 많은 작물

(설탕, 럼주, 카카오, 원면)을 생산하기 위해 일해야 했다.

삼각무역은 매우 효율적인 체제였지만, 이 체제가 가능해지고

막대한 이윤을 남긴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희생시킨 덕분이다.

○ 카카오의 변화

1800년대 초반까지도 인기가 있던 카카오가 인기와 사랑을 잃어갔다.

고객들이 기름지고 깔끄러운 초콜릿 음료를 멀리하고 그보다는

세련되고 차려내기가 훨씬 쉬운 차나 커피 같은 음료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높은 열량을 지닌 카카오 지방 부산물은 아스텍인에게는

좋았지만, 근대 영국과 유럽 사람들의 입맛에는 불쾌했다.

그들은 그 맛을 누그러뜨리려고 카카오를 끓이고 지방덩이를 걷어내고

휘젓고 감미료를 넣었다. 꽤 먹을 만하고 자극적인 음료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 데다 최종 제품에는

여전히 지방이 50%나 남아 있었다. 난로 진보가 이루어져 오감을

자극하는 갖가지 먹을거리를 두고 굳이 초콜릿이나 카카오를

고집할 이유가 점점 없어졌다.

공격적 무역 상인 네덜란드인 쿨라드 요하네스 판하우턴은

원두에서 지방을 분리하는 데 성공하고 네덜란드를

세계 선두 카카오 분말 생산국으로 자리 잡게 했다.

판 하우턴의 기계는 건조 초콜릿 분말을 가능한 한 미세하게

만들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 과정에서 잔류물인 꺼림칙한

맛이 나는 카카오 버터는 더 이상 쓸모없는 부산물이 되었다.

그러나 프라이와 그의 가문은 이 카카오 버터의 용도를 찾아냈다.

그는 근대적인 판형 초콜릿, 즉 대량생산되어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과자를 생산했다.

○ 캐드베리 브라더스

마케팅에서 대단한 재능을 보인 최초의 기업가들인 이들은 초콜릿의

순수함을 강조함으로써 초콜릿의 관능적 탐닉을 교묘히 감추면서도

자신들의 어정쩡한 고상함을 호소할 묘안을 찾아냈다. 1875년

캐드베리 브라더스는 최초의 부활절 달걀 초콜릿도 판매했다. 그

일격에 초콜릿은 사순절의 끝과 봄을 알리는,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축제일인 부활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조지프 라운트리는 종업원의 삶을 향상하는 데 평생을 바치다시피 했다.

그는 공장에 도서관을 짓고 17세 미만의 노동자들에게는 교육 기회를

제공했으며, 무료 진료와 치과 치료를 지원하고 퇴직연금까지 주었다.

조지프의 아들 시봄 라운트리는 영국 최초의 사회보장제도의 초석을

닦기 위해 노력한 윤리적 기업가 집단에 속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최소 임금제와 모든 영국 노동자에 대한 가족수당제도를 확립하도록

로비를 벌였다. 시봄은 교회보다는 작업 현장이 개인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직접 관리자를 선택하는

민주적 제도를 확립했고, 교대 근무시간을 엄격히 준수했으며, 임금과

수당을 정해진 날짜에 정확히 지급하도록 했다. 노동자와 관리자들의

권리와 책임은 회사에 의해 서면으로 공표되었다.

그들의 경영은 거의 나무랄 데 없을 만큼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했다.

그러나 사회적 양심의 지평을 넘어, 그들 사업에 쓰이는 원료가

생산되는 어둡고 머나먼 곳에서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종업원들이

누리는 인도주의적 노동환경, 고객들이 구매하는 ‘완벽히 순수해서

최고’인 제품, 견실한 수익......이 모두가 푼돈을 받으며 일하고

자기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 채 노예로 살다 죽어가는 이들의

노고에 의존했던 것이다.

○ 초콜릿 세상을 뒤집은 네빈슨

<하퍼스 먼슬리>에서 의뢰를 받고 약간의 자금을 마련한 네빈슨은

앙골라에서 상투메 프린시페로 가는 노예 항로를 추적 연재 기사를

냈다. 기사엔 ‘노예’를 ‘의무 노동’으로 탈바꿈한 수많은 술책과

백인들이 대놓고 아프리카인들을 대놓고 조롱하는 모습, 앙골라로

돌아간 노동자들이 아무도 없는 이유 등이 고스란히 적힌 연재 기사는

[현대판 노예제]라는 책으로 출판됐다.

초콜릿 기업들과 영국 포르투갈 등의 나라, 그리고 인권이 부딪히는

이 복잡 미묘한 사건은 법률 투쟁에까지 이어졌다.

노예제를 비난하는 세계 여론과 반노예제 법률이 존재했음에도,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 800만 명에 이르는 아프리카인이

과로로 죽거나 주인들에게 살해당했다. 포르투갈령 상투메 프린시페

에서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캐드베리브라더스는

뒷짐을 지고 우물쭈물했다. 영국 기업들이 철수한 후에도

상투메 프린시페에서는 오랫동안 노예제가 지속되었고, 앙골라

사람들은 1950년대까지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물론 노동 학대가 가장 심했던 곳이 상투메 프린시페도 아니고,

가장 위선적인 기업이 캐드베리브라더스도 아니다. 다만

캐드베리사는 대중의 마음에 초콜릿을 특별한 위치(애정의 징표,

단순한 기쁨의 상징, 관능적이되 순결한 쾌락)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초콜릿을 새로이 자리매김하고 초콜릿의 대중적 이미지를

새롭게 규정한 것도 캐드베리브라더스였다. 물론 노예제와

인간 착취 문제에서 캐드베리브라더스는 간접적인 역할을 했다.

콩고의 금광과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를 약탈한 자들에 비하면

그들은 훌륭하게 행동했다. 그러나 그들만의 역사, 기업철학,

제품이 있기에 캐드베리브라더스는 더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 했다.

그들의 도덕적 태만은 네빈슨 같은 저널리스트들의 조소와 냉소적인

적들의 비웃음과 후대의 비판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 밀턴 허시

캐러멜 비법을 몰래 빼내 영국에 수출하게 된 밀턴, 그는 초보적인

읽기와 쓰기만 배운 인물로 차후 캐러멜 사업을 처분하고 판형 밀크

초콜릿 허시키세스를 개척했다.

20세기의 첫 10년이 저물 무렵 밀턴 허시는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미국을 이민자들을 위한 약속의 땅으로 만든 최고의 입지전적

성공담의 주인공이 되었다. 다른 자본가들은 그의 관대함을 헐뜯었지만,

당대의 주도적 지식인과 사회운동가들은 그를 찬양했다.

허시시가 된 제과 공장 마을은 성공작이었고 그의 부는 날로 늘어갔다.

○ 프랑스와 코트디부아르 그리고 우푸에부아니

유럽의 여느 나라처럼 코트디부아르를 차지하게 된 프랑스.

급진주의에서 온건주의로 180도 변신한 우푸에부아니의 실용주의적

전술 덕에 자국의 카카오와 커피 시장을 보호받고 대규모의 프랑스

원조를 받는 등 프랑스 식민지들 가운데서 특별 대우를 받았다.

똑똑한 사업가인 우푸에부아니는 결국 코트디부아르를 독립국으로

만들고 초대 대통령이 된다. 코트디부아르는 언론 자유도, 야당도

민주주의도 없는 그의 독재 치하에서 운영되었다.

카카오 원두 고정 가격제로 농촌 지역 사회가 구매력을 갖게 되고

1980년대 후반 카카오와 커피 가격이 곤두박질 치자 우푸에부아니는

원두 가격을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의 빚은 결국 차후 국가 경제를 정지시키기에 이른다.

○ 국제통화기금(IMF)

1944년 7월, 브레턴우즈 대표단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전후 세계에서 가장 호의적인 세력으로 만들기로 결의했고,

1980년 후반 무렵 두 기구는 역사상 가장 힘 있는 국제기구로

발전했다. 이들은 대체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경제 참모들,

레이건의 정치적 소울메이트였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가졌던

이데올로기적 비전에 휘둘렸다. 그리하여 가뜩이나 토착 독재자들의

실정과 부패 때문에 많은 제 3세계 국가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그들에게 엄격한 자본주의 통화주의 정책을 강요하는

강경 도구로 변해갔고, 우푸에부아니는 그 쓴 약을 마셨다. 아니

코트디부아르 국민이 마셨다고 해야 옳겠다.

덕분에 카카오 시장은 무한경쟁 시장이 되었고, 농민들은 보조금도

받지 못한 채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구조조정 프로그램

속에서 융자도 없이 국제 시장에서 카카오 원두 가격은 수십 년을

통틀어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이 모든 것이 초콜릿 기업과

식품을 수출하는 다국적 기업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세계은행과 IMF의 독려로 카카오를 생산하는 국가들이(주로 아시아)

늘어나면서 카카오 원두 시장은 포화상태가 되었고 카카오 원두

가격은 더욱 내려갔다.

20세기가 저물 무렵 코트디부아르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에

세계 카카오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하며 초콜릿에 중독된 세계인을

만족시키는 데 일조했음에도, 세계에서 외채가 가장 많은 국가

대열에 들었다. 카카오 농민들은 갈수록 가난의 수렁에 빠져들었고

원두를 더 저렴하게 생산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카카오 재배법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돌림병처럼

돌았던 해묵은 사회악에 손을 뻗쳤다.

바로 노예제였고, 그 대상은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 되었다.

○ 마코

유엔이 ‘리크루터’라고 불리는 이들은 아이들을 버스정류장이나

혼잡한 거리에서 물색해 시카소에서 데리고 나온 다음, 가능한 한

많이 모아서 미니버스에 태워 코트디부아르로 실어 나른다.

이 운반책은 아이당 약 5만 서아프리카프랑을 나누어 가지고,

농부는 아이에게 8만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다. 리크루터의

커미션을 먼저 갚고, 방값과 식비를 내야 하는 아이는 1년이

지나도 결국 돈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이른바 ‘착불 시스템’.

이런 아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데 인생을 바친 마코는

지금도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한다.

○ 정치와 초콜릿

농부들에게 적정한 원두 가격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없는

‘하킨-엥겔협약’은 초콜릿 재벌들에게 대외홍보 차원에서

대성공이었다. 2005년 7월 1일까지 카카오 체인의 학대적

어린이 노동을 최종적으로 철폐한다는 구상이 있는 이 협약은

그들을 라벨 시스템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거나

최소한 시행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벌게 해 준 것이다.

그들은 그저 순응하는 태도를 보인 다음, 한동안 꾸물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정치인들은 당면한 다른 문제에 정신이 팔려

결국 물러날 터였기 때문이다.

수개월의 조사를 마친 IITA는 카카오 농장에서 어린이를

착취한다는 주장은 과장이며 언론이 주장하는 것만큼 만연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빈곤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장에서 일하는

어린이 대부분이 해당 문화권에서 통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동조건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나 아프리카 아이들이

농장 일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지적했다.

초콜릿업계가 2001년에 지지한 하킨-엥겔협약은 최소한

서아프리카 농가에 어린이노동 문제가 실제로 있음을 인정했다.

어린이 착취에 대처하는 그 어떤 프로젝트도 결국 눈속임일 뿐이다.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가들의 어린이 착취 문제는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아무리 선의를 보인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한 가지 요인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전쟁이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글로벌익스체인지와 캐나다의 자매 기관 같은 기관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기에 일부 초콜릿 농민들의 수입이 증가해 그들의

생활은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원두 재배 이상의 것은

하지 못한다. 초콜릿 제조는 다른 이들의 몫이다.

유럽의 세관 장벽이 가공식품 수출을 가로막고 있다.

소비자 만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오로지 원료 수입만 허용된다.

관행이 바뀌어 그들이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일이 생긴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의 이름을 딴

판형 초콜릿을 살 만큼 부유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