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1부와 2부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이 1부와 2부는 같은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말 아슬아슬하고도 묘하게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합작해서 만들어진 영화이며, 일본이 주된 배경입니다. 일본의 나라국제영화제에서 고조 시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청탁했고, 고조 시에 불꽃놀이 행사가 있으므로 불꽃놀이 장면도 넣어달라는 것이 조건이었다는 이 영화. 1부와 2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마무리는 불꽃놀이로 마무리되며 연결고리가 느껴지기도 하는, 잔잔하고 담백한 영화였습니다.
챕터 1. 첫사랑 요시코
1장은 일본의 고조 시를 방문한 영화감독 태훈(임형국)과 통역을 맡은 미정(김새벽)이 영화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고조 시의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가장 먼저 만난 유스케(이와세 료)의 이야기인 배우의 꿈에서 이곳에 오게 된 이야기와 이후에 만난 시노하라의 겐지의 어릴 적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영화는 영화감독 태훈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사전 답사를 하는 다큐멘터리 느낌의 흑백 영화입니다. 잔잔한 분위기에 맞춘 느낌이 강했고, 마을 주민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고조 시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것이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마을의 이야기. 그리고 주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유스케와 겐지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진행됩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닌 소소하고 잔잔한 그런 이야기들로 말이죠.
챕터 2. 벚꽃 우물
2장은 고조를 찾아온 한국인 혜정(김새벽)과 아버지의 고향인 고조 시에서 감을 재배하는 유스케(이와세 료)를 만나 서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의 감정과 함께 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역전 안내소에서 우연히 만나 전화번호를 알려준 유스케. 그리고 그에게 전화해서 그다음에도 만나게 된 둘. 이 둘의 이야기는 별다른 에피소드는 없지만 잔잔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혼자만의 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느끼게 되는 낯선 사람과의 미묘한 감정과 두근거림. 짧지만 예쁘게만 느껴지는 이들의 감정은 그저 신비하고 예쁘게만 보였습니다. 우연한 만남에서 두근거리는 감정까지의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은, 그저 영화가 끝나갈 때쯤, 이 둘은 어떻게 될 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화였습니다.
두 이야기가 보여주는 묘한 연결고리, 다른 듯 아닌 듯.
챕터 1 '첫사랑 요시코'와 챕터 2 '벚꽃 우물'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배경이 주는 것, 그리고 인물들이 보게 되는 배경들에서 오묘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영화 속 현실인지, 아니면 영화 속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인지 현실과 가상의 구분조차 애매하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를 봐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지만) 1부에서 겐지가 들려주었던 고조 시에 왔었던 한국 여성과의 이야기. 그리고 2부에서 주인공인 유스케와 한국 여성인 혜정은 미묘한 감정을 나누게 됩니다. 이 둘의 이야기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소재인 폐교의 사진. 1부에서 겐지는 사진 속 자신을 보며 이야기하고, 2부에서의 유스케는 자신의 아버지인 것 같다며 자신과 닮지 않았느냐고 합니다. 그리고 1부에서 겐지와 겐지의 첫사랑이 같이 못 친 실로폰을 2부에서 유스케와 혜정은 같이 치는 모습이 보이며 둘의 이야기가 닮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이야기가 서로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둘의 이야기가 현실인 듯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는 1부는 시나리오가 전부 짜인 이야기였고, 2부는 거의 짜이지 않은 상황이 많았다고 하던데, 그저 개인이 받아들이는 느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었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1부나 2부나 저에겐 그저 잔잔한 영화를 위한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로 보였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길지 않는 시간 동안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을 보여준 영화입니다. 현실 같지만 아닌,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엔 현실 같은 묘한 영화였습니다. 1부의 경우 흑백이라 조금 피로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초반에 제가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놓치진 말아야 할 부분이니 정말 컨디션 좋을 때 담백한 영화 한 편으로 손색 없을 영화입니다. 일반 상영관에서는 얼마 해주지 않는 게 참 아쉬울 정도로 영화가 끝난 뒤 남는 감정이나 느낌이 참좋았던, 참 예쁜 영화입니다.
'오늘 밤에 불꽃놀이 하는데, 같이 갈래요?'
솔이의 영화 블로그
2015년 극장 관람 110번째 영화
2015년 95번째 후기 (#117)
- 참 좋은데, 딱히 설명할 게 없는 그런 영화.
- 혹시나 놓친 감정선이 있을까. 다시 보고 싶은 영화.
- 보고 <무뢰한>을 또 봤다. 둘 다 감정을 느끼는 영화라 좋았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 8점 : 잔잔하고 담백한, 그렇지만 설레는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