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뜻하지 않게 수목드라마를 평정한 드라마가 <킬미힐미>다. 이미 드라마 <비밀>로 성공적인 작품 선택을 선 보인 두 배우였다. <비밀>같은 경우는 어느 누구도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아직까지 그 잔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지성과 황정음이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알아 봤어야 했다. 얼마나 작품이 좋기에 두 배우가 될 수 있는 한 피했을텐데 다시 결합했는지 눈치챘어야 했다.

거거에 <해를 품은 달>을 썼던 진수완 작가(비록 원저작자는 아니라도)에 <골든타임>의 김진만 연출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초반에 다소 흥행에 대한 불안요소가 많았다. 익숙하지 않은 다중 인격 소재에 방영되던 타사 드라마들이 괜찮았고 내용에 대한 도용문제까지 번져 말이 좀 있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작품 내용과 황정음과 지성이라는 두 배우의 캐미와 연기력으로 전부 물리치고 우뚝 섰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던 우리 첫째가 전부 다 챙겨 볼 정도였으면 말 다했다. 더 이상 극찬이 없다고 다소 과장되어 말 할 수 있다. 7명의 다중 인격 역할을 한 지성이 가장 돋보였다. 정말 이상하게 표현될 수도 있었는데 멋지게 연기했다. 각 역할이 쉽지 않은 캐릭터를 선 보였어야 하는데 역할 소화를 잘 했다. 그런 걸 보면 지성은 연기력과 그동안의 작품활동에 비해 엄청나게 과소평가된 배우다.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그렇다. 보다 존중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

황정음은 역할 배역을 참 잘 맞는다. 이제 연기력 논란은 최소한 없다. 여전히 비슷한 패턴의 연기라는 아쉬움은 아주 약간 있지만 그걸 능가할 정도로 작품 선택 눈이 탁월하다. 또한, 그 나이대의 연기자 중에는 가장 앞서 있다고 본다. 연기도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도. 아직까지는 비슷한 캐릭터를 선 보이는데 조금씩 뛰어난 배우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의도치 않게 황정음의 출연작은 거의 전부 다 시청했다.

끝으로 박서준 경우에는 그동안 얼굴이나 이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기를 봤는데 괜찮았다. 딱히 고저장단이 강한 역할이 아니였지만 중간에 윤활유 역할을 잘 했다. 어떻게 보면 극에 있어 중간에서 나래이션 역할을 한다고 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양념 이상의 역할로 등장할 수 있었는데 다른 내용때문에 일정 이상 극에서 역할에 따른 활약이 약해 보였다.

좋은 작품에는 좋은 노래가 꼭 있다. 노래가 작품 몰입에 큰 역할을 한다. <킬미힐미>에서는 장재인의 <환청>이 그런 역할을 했는데 보통 초반에 바람몰이를 한 후에는 중반부터는 다른 노래로 교체되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특이하게도 시종일관 <환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워낙 다중인격에 따른 에피소드가 많이 방출되다보니 그에 가장 걸맞는 노래가 <환청>이라 저절로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한 노래가 된 듯 하다.

내용은 다중 인격이 어떤 역할을 하고 그들이 등장한 이유와 원인에 대해 파헤치는 것이 꽤 중요한 요소였는데 이를 잘 풀어냈다. 역할에 따른 극의 긴장과 코믹과 릴렉스를 자유자재롭게 해줘서 지성 혼자만으로도 역이 진행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신세기가 가장 인상적인데 따로 악역이 필요없게 만들어줬고 요나로 출연했을 때 황정음과의 케미는 실로 놀랄 정도였다. 한 회 전체를 7개 인격을 가진 지성과 황정음이 진행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을 듯 하다.

뒤로 갈수록 출신 배경의 비밀이 풀리고 차도현(지성)의 이름에 얽힌 사연과 오리진(황정음)이 뒤로 갈수록 중요한 역할로 부각되는 내용이 놀라웠다. 중간 이후부터 둘 관계가 배다른 남매가 아닌가는 하는 우려도 들었지만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으로 들어나며 오리진의 과거까지 함께 밝혀지면서 둘의 확실한 관계와 차도현이 속한 세계에서 오리진이 어떤 역할인지까지 점차 내용이 증폭되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드라마에 집중하게 만들어줬다.

이번에도 역시나 재벌가문의 비밀과 그 음모가 펼쳐진다는 점을 동일하다. 다른 점은 막장 드라마는 아니라는 것과 딱히 악역이라고 할만큼 나쁜 놈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드라마가 재미있게 연출되었다. 적당히 시청자들에게 판타지도 제공해주면서 흐믓하게 만들고 공감하게도 만들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즐기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 다중 인격들을 한 명씩 떠나보내는데 괜히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아무리 유명한 배우나 인기 절정의 배우가 나오더라도 드라마 내용이 탄탄해야만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이란 것은 너무 당연하고. 극 중간에 화면을 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시치미 뚝 떼고 다시 연기하는 장면이나 마지막 회에 자막이 올라가며 지성과 황정음이 화면을 보며 고맙다고 하는 것은 아주 신선했다. 좋은 시나리오에 연출을 잘 소화하는 배우들의 캐미가 있다면 드라마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