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자마자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또 출간된 줄 알았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이번 출간 작품은 그의 자전적 에세이였다. 작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전적 에세이라니?! 그는 과연 어떤 성장기를 거쳤고, 어떤 일들을 겪으며 작가로 성장을 해왔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7가지의 물음으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1. 행복은 순간순간 나타나는 것일까? 2. 인생의 덫은 모두 우리 스스로 놓은 것일까? 3.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가? 4. 비극은 우리가 살아 있는 대가인가? 5. 영혼은 신의 손에 있을까, 길거리에 있을까? 6. 왜 '용서'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7. 중년에 스케이트를 배우는 것은 '균형'의 적절한 은유가 될 수 있을까? |
살짝 들여다본 그의 성장배경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불만이 가득한 부모님의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보고 자라야 했으니 오죽했을까!! 권위적인 군인 아버지와 배타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더글라스 형제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라게 된다. 더글라스의 부모님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행한 삶이라 여기면서도 왜 헤어지지 못했을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고통을 받아야하고, 그 자신들도 행복하지 않음에도 어째서 함께 하는 삶을 택했을까..? 그때 당시의 사고방식이라 생각하면서도 완벽하게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더글라스의 아버지가 끝까지 하느님 앞에서 어머니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했다고 맹세를 했다며 더글라스에게 화를 내지만, 알고보니 다른 유부녀와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들 부부를 더욱 이해할 수 없게 했다. 그런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더글라스 역시도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두 아이를 얻고 행복했던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부부사이가 냉랭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더글라스의 결혼생활은 그가 파리에서 바람을 피다가 걸린 일이 계기가 되어 완벽하게 끝이 나고 만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지막 반전은 더글라스의 승리긴 하지만. 어쨌든 첫번째 결혼의 이혼까지의 발자취는 부자가 참 닮아있었다. 가족간에 돈 문제로 9년동안 부모님과 연락을 끊다시피 지냈다가 부모님이 돈이 필요해 자신에게 연락했다는 것을 알고 다시금 상처받는 더글라스를 보며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의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는 않지만, 그리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올드그리니치에 있는 그의 가족이 사용하는 여름 주택은 빅 픽처의 배경이 된 곳이고, 모멘트에서 이혼하고 메인 주에 사는 주인공 토마스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대목에서 부모의 계속되는 싸움에 지친 토마스가 아버지에게 도서관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선다는 부분은 그가 겪은 이야기를 기초로 해서 쓴 것이라는 부분 정도만 알 수 있었다. 또 우울증으로 자살한 스승,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게 되는 친구, 스캔들로 자신의 재능을 썩히는 예술가 등 더글라스 주위 지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섞어놓았다. 지인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 그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그들의 사건을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다채롭게 펼쳐놓는 그의 생생한 실제 이야기들 덕분에 소설을 읽듯 읽어나갈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