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사용법 ver. 2.0
요즘은 뇌색남들이 인정받는 시대라며?
하긴, 대놓고 말하기 뭣해서 쉬쉬했을뿐이지 똑똑한 사람은 어느시대나 인기있었던것 같다. 내 머리 사용법은 그런 뇌색시대에 걸맞는 창조적인 두뇌를 위해서 필요한 워밍업같은 책이다. 제목처럼 머리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엄청 복잡한 문제들이 나올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넘겨보니 전혀다른 느낌의 유쾌하고 조금은 민망하기도 한 책이었다.
작가가 첫 페이지에 남긴 말...
원고가 책으로 둔갑하면 늘 온몸이 가렵습니다.
이 글은 뺄걸. 이건 이렇게 고칠걸.
책이 나오고 6년 만에 가려운 곳을 긁었습니다.
창피함도 아쉬움도 조금 덜었습니다.
초판에 실렸다가 사라진 글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 책의 새 식구가 된 글들을 환영합니다.
제목에 ver. 2.0이 들어간게 전혀 다른 두번째 이야기가 아닌 초판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빼고, 고치고, 새로운것을 넣어서 6년만에 다시 나온 \'내 머리 사용법\' 이었던것 같다. 어쩐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제목이었어!!
하루에도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바로 앞의 것 외에는 쳐다볼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 누군가의 SNS에 개인적으로 같은 글을 썼다면 "오글거린다." "중2병이다." 등등 악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로서 책으로 만나는 이 글들을 보면 "뭔가 있어!"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겠지.
솔직히 말해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전 같으면 문학소년/문학소녀라고 인정받을만한 글들이 SNS와 블로그 등에 쓰여지면 괜한 무시와 조롱을 받기 쉬워졌다. 중2병이라는 단어도 별것아닌것에도 다 붙일정도로 너무 포괄적으로 쓰여지는거 아닐까? 애초에 일본에서 건너온 말인데... 무슨 말만 하면 중2병이라고 하니 원...
그렇게 다른 사람의 창의적인 생각을 무시하고 조롱함으로서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감추려 드는건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것 같은데,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가 하면 \'내 머리 사용법\'의 내용들도 정말 원초적이고 유치해보일 수 있는 글들도 꽤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그런 원초적인 질문들이 얼마나 중요한 해답이 될 수 있었는지 손바닥을 탁! 치게 만들기도 한다.
얼마나 유연한 사고를 가지느냐에 따라 내 머리는 그저 일하는 기계같이 쓰여질지, 여느 박사님 못지않은 다양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해낼 수 있는지 바뀌는것 같다. 한장한장 짧은 글귀들이 모여 즐거움을 주고, 때론 멍하게, 때론 자신을 질책하게도 만들었다. 독특한 그림들과 함께 읽어나가서 그런지 가벼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정철의 에세이 \'내 머리 사용법 ver.2.0\'
조급해지는 청년들...
이제 늙었구나 느끼고 있는 중년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청소년들까지
두루두루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무언가를 느끼게 될지.
아니면 중2병같은 유치한 말장난이라고 조롱할지...
그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일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