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중력이란, 인간이 지구에 닿을때 작용하는 것이다.
★★★★★
영화는 지구로 부터 600Km 떨어진 소리도 산소도 없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옆집 아줌마보다 더 수다스런 '매트중위'와 딸을 잃은 슬픔으로 소통자체를 거부하는 '스톤박사'의 이야기를 담고있습니다. 영화는 이전에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의 공식과도 같은 외계인이나 우주전함이 나오지는 않지만, 보다 현실적으로 장엄한 우주를 재조명하면서 이 작품만의 깊이를 더해갑니다.
화려한 영상미와 웅장한 사운드를 필두로 한 우주의 체험
이 영화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다른 영화와는 비교자체가 불가한 높은 퀄리티의 영상미로 현실적인 우주의 비주얼을 담아냈기 때문일겁니다. 매트중위와 스톤박사 뒤로 장엄하게 펼쳐져 있는 우주의 자태와 이를 배경으로 떠다니는 우주시설물들은 보는 이의 시각을 파고들어 감상이 아니라 체험하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육감을 자극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단순히 아름답고 고요한 우주의 모습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허블망원경이 파편폭풍에 충돌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영화는 숨겨두었던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며,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현실적인 공포와 우주에 비해 한없이 작은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묘사해냅니다.
우주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원리에 의해 이 영화에서는 충돌장면의 소리를 모두 무음으로 처리했습니다. 이 무음으로 처리한 효과로 인해 우주의 현실성을 증대시킨 반면, 긴박감이나 박진감이 줄어드는 단점들은 웅장한 배경음이 모두 커버해 버리면서 숨쉴새 없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명감독과 명배우
위에서 언급한 화려한 영상미와 웅장한 사운드를 필두로한 체험으로서의 우주의 재연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알콘소 쿠아론 감독은 이 영화로 2013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을 만큼 연출력을 인정받았죠. 적지않은 씬을 롱쇼트와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하므로서 광활한 우주와 배우들의 연기를 돋보이게한 연출은 <그래비티>의 가치를 더욱 더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주요 인물이라고는 매트중위와 스톤박사 2명 뿐인데도, 서로 상반된 성격의 인물로서 최고의 합을 보여준 조지클루니와 산드라블록의 연기는 영화를 더할나위 없이 꽉 채웁니다. 특히 산드라 블록은 불의의 사고로 인한 상처를 짊어진 인물로서, 위험한 고비가 닥쳤을때 희망을 바라보지 못하고 쉽게 포기해버리는 비운의 여인 스톤박사에 너무나 잘 녹아들었죠.
이러한 명감독과 명배우가 만나 발생한 시너지는 영화에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펼쳐진 무려 20분가량의 롱테이크 장면은 역대영화사 통틀어서도 최고다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죠. 많은 분들이 꼽은 최고의 명장면이자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게 한, 스톤박사가 소요즈 내부를 유영하는 장면은 저에게 있어서도 최고였습니다.
명확한 주제의식
웅장한 영상미, 그리고 비범한 연출력과 연기력을 지닌 이 영화도 평은 많이 엇갈립니다. 적지않은 분들이 <그래비티>의 부족한점으로 비교적 '단순한 플롯'을 꼽으시는데, 저는 이 복잡하지 않은 플롯이 있었기에 <그래비티>의 주제의식이 이렇게 명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순간도 한눈팔지 않고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하기 위해 달리며 비로소 골인지점에 골인하듯,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정말 시원한 시원한 쾌감이 느껴지게 합니다.
영화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한 여인이 우주라는 거대한 자연의 벽에 부딫쳐 절망하다, 비로소 각성하고 그 벽에 맞서는 분투기를 그려내고있습니다.게다가 쿠아론감독은 우주에 비해 한없이 작은 인간의 성장스토리를 더해, 작지만 위대한 인간을 묘사해냅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타이틀이 그래비티, 즉 중력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봤을때, 아무 목표도 없던 스톤박사의 마음에 목표의식이 자리잡았을때 작용된 것이 중력이라는 점은 매우 인상깊습니다. 더욱이 이 중력이라는 것은 항상 존재해왔다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바는 "나와 목표를 이어주는 잠재력은 내 확고한 의지가 있을때 작용한다"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