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이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보내진 에일리언이 ‘로라’라는 아름다운 지구의 여인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식량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생물체를 찾던 ‘로라’는 트럭을 몰고 스코틀랜드의 거리를 여행하면서 외로운 남자들을 유혹하며 죽음에 이르게 한다. 점점 더 많은 남자들과 접촉하던 로라는 다정한 한 남자를 만나 사랑 받는 여자의 기분을 느끼고 혼란스러워 하는데...”

스칼렛 요한슨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중심에 놓여있는

하지만 단지 그녀의 모습만이 기억나기 보다는 좀 더 다른 것들을 눈여겨보게 만드는

결국에는 어떤 바라보게 만드는 무언가보다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음악(만)이 가장 기억에 남게 되는 

‘언더 더 스킨’은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작품일 수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새로운 접근이기 보다는 색다른 분위기만 만들고 있다고 것이 더 적절한 평가가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들의 열광이 뒤따르지 않는 평론가들(만)의 환호는 그 색다름에 대한 혹은 뭔가 지금까지 보았던 것들과는 조금은 다른 작품을 보았다는 것에 대한 자기자랑처럼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분명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고,

뭔가 독특한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렇게 열광하고 환호하는 수준의 작품인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의문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비범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일까?

항상 그렇듯 부족한 안목 때문인 것일까?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좀 우스꽝스러울 것 같다.

불협화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떻게든 이런 것을 듣기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니) 불길함으로 가득한 음악을 통해서 좀 더 묘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는 ‘언더...’는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었던 조나단 글레이저의 작품이기 때문에 간간히 무척 인상적인 화면들과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스코틀랜드의 우중충한 분위기를 최대한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건조하게) 전달하려고 하면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전달하고 있다.

근미래라고도 말할 수 없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배경으로

아마도 외계인이라고 말하게 만드는 다른 존재들이

그들이 어떤 식으로 사람-남성들을 납치하고 (아마도) 실험을 하는지를 다루고 있는

그러면서 갑작스럽게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다른 존재가 어떤 식으로 인간들을 접하고 경험하게 되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언더...’은 별다른 대사 없이 침묵과 표정 그리고 눈빛만으로 (혹은 약간의 몸짓을 통해서)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고, 부족한 정보로 인해서 추측하고 예상하면서 이 실험으로 가득한 (혹은 잔뜩 분위기만 잡고 있는)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어떤 결말을 찾는지를 지켜보게 되고 있다.

약간은 과격하고

파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를

실험적이라고 말할 수 있기도 한

그런 진행을 보여주고 있고, 간간히 충격적이고 놀라운 장면들이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설명과 정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떤 내용과 주제 그리고 접근을 의도하고 있는 것인지 알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적어서 과연 이 작품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에 대한 질문에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가 무척 어렵게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단지 사람-남성을 납치하고 있을 뿐인가?

그들의 육체를 실험하고 해부하고 있을 뿐인가?

강탈인지 그게 아니면 말 그대로 분해인지 알다가도 모를 과정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그 이어짐 속에서 남성(들)을 유혹하는 존재와 그녀의 육체 그리고 그녀의 육체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남성(들)의 모습들은 어쩐지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도무지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계속해서 아리송하게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스칼렛 요한슨은 무표정함 속에서도 그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단지 그녀의 육체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아닌 육체 말고 다른 것들도 그녀에게서 찾게 되는 것 같다.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와

그 변화로 인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그 상황을 경험하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서 조나단 글레이저가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는 쉽사리 알아낼 수 없지만 최소한 스칼렛 요한슨 덕분에 그 과정을 계속해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잃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인간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의 신체-육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감정과 욕망 혹은 남성들의 성욕에 관한 것인지

그렇게 따지면 흉한 얼굴의 남성은 어떤 식으로 그려내려고 했던 것인지

좀처럼 제대로 된 설명을 찾을 수 없는 ‘언더...’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는 것인지 알 것 같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모르겠다는 기분으로 끝을 향하게 되는 것 같다.

오히려 스코틀랜드의 거칠고 척박한 풍경이, 대자연이 만들어내는 어떤 경이로운 풍경이 좀 더 기억나게 될 것 같은데, 과연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 그게 아니면 어쩐지 궁금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계속되는 납치를 그만두었던 것인지, 이런 저런 내용들에 대한 어떤 것도 설명해주지 않으면서 시작하고 있고 끝맺고 있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게만 될 뿐이었다.

설마 스칼렛 요한슨의 (사람에 따라서는 뚱뚱할 뿐이라고 말하겠지만) 매력적인 몸을 보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겠지? 

잔뜩 힘주고 있고 뭔가 멋진 분위기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지만 영 마땅찮고 시원찮은 기분만 가득하다.

몇몇 장면들은 인상적이었지만

반대로 몇몇 장면들만이 기억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이런 작품에 열광할 때도 있지만, 아쉽게도 ‘언더...’는 그런 작품이 아닌 것 같다.

최소한 나한테는 그럴 것 같다.

오히려 신경질 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 음악만이 좀 더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