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을 봤을 때 너무 끌렸다. 거의 대부분 아무런 정보없이 오로지 예고편만 보고 끌리면 보는 영화가 많다는 것은 참 즉흥적인 인간인가 보다. 나란 인간은. 코믹하고 단순한 운동을 갖고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상업 영화느낌보다는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느낌도 나면서. 실제로 이 영화는 상업 영화가 아니라 단편 영화라고 생각했다. 1시간이 넘어가는 장편 영화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는 아마추어리즘이 많이 느껴진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대단한 연기력은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연기만 있을 뿐. 영화 예고를 볼 때보다는 막상 영화는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예고에서 본 족구를 하며 벌어지는 상황들은 영화의 일부라고 알았지만 족구와 관련되어는 그게 정말로 다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쉽고도 안타깝게도 그게 다였다. 족구 장면이 좀 더 나오거나 재미있는 장면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소 어긋났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연극을 하는 배우들만의 느낌이 있다. <족구왕>에는 그런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는 느낌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편집과 미장센도 딱히 영화적으로 찍었다는 느낌보다는 내용을 연결하는데 보다 충실한 느낌이었다. 그런 스타일과 연출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덕분에 보면서 고급스러운 장편 영화를 본다는 느낌보다는 풋풋한 단편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 보다 강했다.

홍만섭(안재홍)은 제대 후 복학했으나 족구장이 사라진 것을 알고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학교에 요청한다. 학교에서 족구대회를 개최한다. 다들 취업에 정신 없어 족구따위는 신경쓰지도 않는다. 오히려 족구하고 수업에 들어오는 복학생들을 땀흘리고 학습분위기 흐린다고 싫어한다. 학교에서는 오로지 공부다. 그것도 취업을 위한. 그 중에서도 공무원 시험을 위한. 다른 취직 공부도 있겠지만 가장 쉽고(?) 눈에 띄는 공부다.

홍만섭에게 부자 아들이냐고 묻는다. 공부하지 않고 족구에 미친것을 보고선. 만섭은 대출받아 등록하고 그도 부족하여 학교내에서 알바를 한다. 그마저도 대출실행이 안 되어 학교에 제대로 등록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사랑을 한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짝사랑이다. 문제 없다. 나는 그를 좋아할 뿐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나중 문제다. 젊었을 때 그렇게 해 보지 않으면 언제 해 보나. 나이 먹어 후회하는 것보다 젊어 놀고 망쳐보는 것도 좋다. 무책임한 말이지만.

처음부터 만섭을 안나(황승언)이 이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나 이야기하고 서로 마주보는 순간은 진짜다. 마음이 나에게 향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 있을 뿐. 다들 미련하다 손가락질을 해도 좋다. 당당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달려간다. 족구는 하나의 메타포다. 비록 족구는 별 거 아닌지 몰라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유희다. 대학생활에 어떤 것이 우선순위이며 가중치를 둘 것인지 여부는 각자 판단의 몫이지만. 

남들과 똑같이 해서 과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줄서기에 서지 못하면 안 된다. 줄서기에 위로 올라가지 못하면 어차피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과감히 줄서기에서 벗어나서 다른 방법으로 줄설수도 있다. 어쩌면 <족구왕>은 그런 말을 하고 싶어한것인도 모른다는 괜한 의미를 부여한다. 앞이 보이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고 안개속을 걷고 있다고 해도 청춘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족구를 좀 한들 어떠리. 사랑을 하면 이 아니 좋을쏘냐.

생각보다 영화는 덜 재미있었고 내용은 다소 부족했지만 나름 볼 만 했다. 생각보다 흥행이 안 되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분명한 이유가 있다. 최소 30분 이상을 편집으로 날려도 되었을 내용이다. 그만큼 더 짜임새 있게 만들거나 좀 더 시나리오를 다듬어 했으면 좋았겠다. 어느 날씨 맑은 날 나갈 때는 없고 집에서 멍하니 영화 한 편 볼 때 택하면 그런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족구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