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소식을 보자마자 단번에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로맨스 소설이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소재인 역사로맨스물인데다 주인공으론 남장여자가 등장해주고 거기에 벌써 TV 드라마로 제작이 확정된 이야기라니 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웹소설로 이미 이 소설을 만났던 이웃님들의 이어지는 강추 또한 호기심에 한몫을 했고, 이 이야기와 더불어 화제인 일러스트 역시도 궁금했다.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펼쳤는데.. 음? 난 책 중간중간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을 줄 알았더니, 일러스트는 앞부분에 몰려있었다. 일단 내용은 잘 모르지만, 일러스트를 보니 이거이거.. 심상치가 않다. 후후후... 예쁘다..!!! 더욱 기대를 부채질하며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운종가에서 유명한 삼놈이가 등장하며 시작한다. 삼놈이란 얼굴이면 얼굴, 언변이면 언변, 글이면 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갖춘 잘난 놈이란 뜻으로 붙여진 별명같은 것이었다. 구 영감의 담배 가게에서 여인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사내들의 연예상담을 해주며 돈을 벌고 있는 삼놈이 홍라온은 궁핍한 살림에 어머니와 아픈 여동생을 돌보며 어렵게 살고 있는 도령이었다. 아니, 남자 행세를 하는 여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 의해 남자로 자라온 홍라온. 그녀는 오늘도 사내들의 가슴앓이를 신통방통한 처치법으로 해결해주고 막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헐레벌떡 급하게 그녀를 찾아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진사 댁 최 마름이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김 진사의 막내 도령이 있는 거처였다. 사실 그 동안 라온은 이곳을 지난 한 달간 닷대에 한 번꼴로 드나들며 연모에 빠진 김 도령을 대신해 연서를 쓰곤 했었다. 김 도령은 연모하는 여인이 만나자는 회답을 보내왔다며 식은땀을 연신 흘려대고 있었고, 라온은 연모하는 이가 만나자는데 행복해하지 못하는 김 도령을 보며 의아해한다. 김 도령은 자신이 연모하는 이의 정체가 감히 쳐다봐서는 안 되는 귀하디귀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너무 놀라 두려움에 떨고 있던 거였다. 말더듬이인 자신이 연서를 보냈고, 그 연서를 쓴 장본인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들키면.. 멸문지화를 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에 라온을 불러 그에게 대신 그 자리에 나가달라 청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단, 삼놈이에겐 귀한 분의 신분은 비밀로 한채..! 거절에 거절을 거듭하던 라온은 결국 김 도령 대신 그 자리에 나가게 되었고, 여인 대신 왠 남자를 만나게 된다.
사내라니..!!!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거였구나.. 하는 깨달음에 이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 마음 아파진 라온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덥썩 실행한다. 그를 서슬퍼렇게 쳐다보는 남자의 눈빛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이별을 하기 전 추억을 남기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라온의 행동을 조금 지켜보기로 한 남자. 라온이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리 없는 남자의 정체는 세자 영이어다. 감히 자신의 귀한 여동생 연이에게 연서를 보낸 자를 확인하기 위해 동생 몰래 만나자는 회답을 보냈던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꿈에도 모른채 이 일을 좋게 마무리 하려고 애를 쓰던 라온은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영에게 가짜 양반이라는 것과 연서를 대필해온 것을 단박에 들켜버린다. 사실 양반사칭죄는 매우 큰 죄로 어머니와 동생을 떠올린 라온은 밀고를 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말을 하고, 영은 누이의 마음을 단박에 뒤흔들 만한 글솜씨, 태연하게 양반을 사칭하는 큰 배포를 유심히 보며 내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한다. 내 사람이라니!!!!! 라온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만다. 이 남자는 남자를 좋아하는 이가 아니던가. 그것도 김 도령과 사랑을 속삭이던!!! 이에 그것만 빼고 뭐든 하겠다고 답을 하고 김 도령의 절절한 전언을 전한다. 하지만 너무도 냉담하기만 한 영의 태도에 화가 난 라온은 불끈 두 주먹을 쥐고.. "이, 이...... 짐승!"이라는 말을 하고 뛰쳐나가버린다. 이렇게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헤어진 두 사람은 이후 궁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
라온이 얼결에 궁에 들어가 만난 병연을 김형이라 부르고, 세자를 화초서생이라 부르며 친분을 쌓아가게 된 과정이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 여인이라는 것을 들킬까 노심초사 하면서도 온갖 구박과 궂은 일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라온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세자의 정체를 영 눈치채지 못하다가 결국 그의 신분을 알게된 라온은 과연 그를 어떻게 대할지, 세자는 라온의 진짜 성별을 언제 알아챌지 넘 궁금해진다. 2권을 향해 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