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단짝 친구들인 ‘초평화 버스터즈’ 6인방. 감춰 두었던 첫사랑을 수줍게 고백한 어느 여름날, ‘멘마’가 갑작스레 모두의 곁을 떠난다. 이후 각자 상처와 짐을 안은 채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 그리고 5년 후, 팀의 리더였던 ‘진땅’의 앞에 ‘멘마’가 나타난다. 모두와 함께 소원을 이루고 싶다는 그녀. ‘진땅’은 그녀가 진심으로 바라는 소원을 찾기 위해 멀어졌던 친구들을 다시 찾게 된다. 

무심코 준 상처, 전하지 못한 진심. 내일 말하면 된다고 생각하다가 모든 것을 놓쳐버린 그들에게 다시 찾아 온 기회. 친구들 사이에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멘마’의 소원을 이루고 한여름의 첫사랑을 되돌릴 수 있을까?”

꽤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연휴 무렵 평소 보지도 않던 케이블 TV를 이리저리 보고 있던 중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극장판 광고를 접하게 되어서 한국에서 개봉할 정도면 나름대로 많이 알려진 작품일 것 같다는 생각에 그리고 어느 정도는 볼만한 작품일 것 같다는 생각에 ‘그날...’ TV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한때는 많이 보았는데, 요즘에는 입소문이나 이런저런 평들을 접한 다음에서야 구해보고 있어서인지 무척 뒤늦게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쉽게 외워지지 않는 번역된 제목 보다는 ‘아노하나’로 널리 알려진 ‘그날...’ 또한 이처럼 엉뚱한 우연 덕분에 알게 되었고 짧은 분량(11부작)의 작품이라 큰 부담 없이 찾아보게 되었다.

주말 집에 틀어박혀서 보내면 하루면 다 볼 있을 분량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순정만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 흘리지 않고는 볼 수 없다고 알려진 작품이라(일종의 청승떠는 작품이라) 얼마나 질질 짜게 만들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단순히 신파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꽤 흥미롭기도 하고 인상적인 방식으로 작품은 완성된 것 같다.

이런 작품을 즐기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간혹 너무 과장된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있고, 생각 이상으로 감수성을 혹은 감정을 자극하려고 하기는 하지만 유치함을 느끼는 순간은 있었어도 그 지나침이 너무할 정도는 아니라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대도시(도쿄나 교토와 같은)가 아닌 상대적인 의미에서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이 작품의 성공 덕분에 실제 배경이 되는 지역은 관광명소가 되었다는 것 같다) ‘그날...’은 처음부터 많은 것을 설명하기 보다는 조금씩 진실을 알려주는 과정으로 인해서 호기심을 갖고 작품을 보게 만들도록 의도하고 있고(그 진실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단순히 슬픔과 눈물로 가득한 작품으로 꾸며진 것이 아니라 여러 감정들을 잘 다뤄내고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추억

잊을 수 없는 사건

변해버린 관계와 모습들

상실감과 슬픔

숨기고 싶은 진심과 상처들

화해하고 용서하고 결국 다시금 관계를 회복되는 진행

슬픔을 극복하고 아픔을 이겨내고 그리고 맞이하는 이별

이런 청춘물이 항상 그렇듯이(혹은 전형적인 방식이듯이)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고 길게만 느껴지는 여름 속에서 어린 시절에 있었던 잊을 수 없는 사건을 기억해내며 그 시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재구성하고 있고, 변했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모습들은 결국 스스로를 그리고 사람들을 속이려고 했다는 것을 알려주며 좀 더 모든 것에 진심으로 혹은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조금씩 멀어지던 각자가 다시금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담아가고 있다.

어른이 되어가지만 그럼에도 지켜내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깨달아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죽은 이의 영혼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면서 시작되기 때문에 무척 진부한 진행을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영리한 설정과 진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었고, 추억하고 기억하도록 만드는 여러 소품들과 사건들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되고 감상에 젖을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다.

생각 이상으로 잘 만들어냈기 때문에 딱히 흠잡을 것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알맞은 진행과 연출 그리고 (감동으로 가득한... 눈물범벅을 만드는) 끝맺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았었다. 

다만, 이런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보고 싶어지지도 않을 것 같기는 했는데, 그럼에도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서 무척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본 사회에서 항상 논의되고 있는 집안에만 머물고 있는(혹은 머물려고 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요즘에는 많이 회복된 것 같기도 한 가족문제에 대해서 무척 따뜻하고 사려 깊은 시각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조금은 다른 관심을 갖게 만드는 장면들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가볍게 지나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그리고 굳이 그런 내용들을 다루지 않았어도 충분히 괜찮은 진행을 보여주었을 것 같지만) 이야기 진행 중에 간간히 다뤄내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너무 무겁지도 혹은 가볍게만 다뤄내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느낌이었다.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갖고 있었고

그것을 숨기고 이겨내려고 하지만 결국 그 상처에 몰두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그 상처를 지워내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기대며 조금씩 닫혀졌던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상처를 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지워나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그들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별이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도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이고, 그저 슬플 뿐이기에... 혹은 이별이라는 것 자체가 어떤 식으로도 말끔함을 혹은 완벽함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고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종의 운명-비극이기에 그들의 이별은 한편으로는 그나마 만족스러운 이별일 수 있겠지만 그 만족스러움을 위해서는 온갖 과정-설정들과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순간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뭐, 어차피 ‘그날...’을 통해서 현실과 상상에 관한 온갖 복잡한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기 때문에 그저 즐기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하게 되는데, 앞서 말했듯 상처를 극복하고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여러 이야기들과 관계들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들을 잘 엮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건 정말 괜찮은 작품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참고 : 별걸 다 본다. 별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