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앞으로 남긴다.
마담 D.의 유산을 노리고 있던 그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구스타브를 졸지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고, 구스타브는 충실한 호텔 로비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와 함께 누명을 벗기기 위한 기상천외한 모험을 시작한다.
한편, 드미트리는 그녀의 유품과 함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차지하기 위해 무자비한 킬러 ‘조플링(윌렘 대포)’를 고용하기에 이르는데…
기상천외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의 세계!
전세계가 경험할 황홀한 모험에 초대합니다!”
참고 : http://www.djuna.kr/xe/review/11125878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24581
웨스 앤더슨이 연출한(단편들 빼놓고는) 모든 작품을 봤다고 말할 수 있지만(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순서대로 챙겨보거나 이것저것 찾아보며 확인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마 그럴 것 같다) 처음부터 웨스 앤더슨의 작품을 좋아하진 않았었다. 많은 사람들이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러쉬모어)’와 ‘로얄 테넌바움’을 극찬할 때 도대체 뭘 말하려는 것인지 어리둥절하면서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동참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생각한다면 뒤늦게 웨스 앤더슨의 작품에 열광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의 초기작들에는 별다른 애정이 생겨나진 않는 것 같다.
어쩐지 지나치게 개성을 부풀리거나 유치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는데, 당연히 그것이야 말로 웨스 앤더슨 작품의 매력인데도 이상하게 초기작들에서는 그런 매력을 느끼기 보다는 즐기기가 머뭇거려지고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호감을 갖지는 못했었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 관심이 들기 시작한 것은 ‘다즐링 주식회사’ 부터였고, 여전히 그의 최고작은 ‘판타스틱 Mr. 폭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생각 이상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대한 기대가 크기는 했지만 반대로 보기를 망설이게 되기도 했었다.
그의 작품에 대한 효과적인 설명 중 하나인 어른아이의 성장담이라는 이야기 구성은 항상 반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간간히 느껴지던 어리숙함이(지나친 유치함이) 없어지고(줄어들고) 좀 더 성숙해진 정서와 감정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점점 더 좋아지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바로 웨스 앤더슨 작품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낯설고 엉뚱하게 느껴지지만 점점 더 호기심이 생겨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이상한 것(들)에 집착하고
뭔가 일반적이지는 않은 모습들로 가득한
감정이 격한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심통을 부리고 삐져서 다투는 느낌의...
쉽게 말해서는 애들 장난하듯이 혹은 어른이면서도 애들처럼 구는 모습에서...
그 모습들에 호감을 갖게 만드는 능력은 탁월한 것 같다.
기발함으로 가득하다는 말을 꺼내고 싶어지기도 한데, 항상 웨스 앤더슨은 아무렇지 않게(능청스럽게)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무표정(들)을 통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항상 있어왔기 때문에 이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또한 그의 재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작품이었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갖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게 되어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의 구성이 더욱 짜임새를 갖춰가면서 이런 정서와 감정적인 변화와 함께 이야기의 탄탄함으로 인해서 평론가들과 소수만이 열광하는 감독에서 이제는 대중적인 명성도 얻게 되어가는 것 같다. 초기작부터 좋기는 했지만 이런 변화가 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어쩐지 애석하기도 하다.
그만의 세계에 몰두해 있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날 생각도 없지만,
그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성숙해져 가고 있기도 하다.
아이 같으면서도 점점 더 어른스러워지는 모습들이 엿보이게 되면서 더욱 그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마치 어린 시절에 갖고 놀던 온갖 장난감들을 여전히 갖고 놀고 있는 어른을 만난 느낌이랄까? 물론, 패션 감각과 예민함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 비해서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고, 단지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생각 이상으로 성숙한 감수성과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낯설고 난감하면서도 흥미를 갖게 만드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웨스 앤더슨은 그 누구와도 비교하기가 어려운 독보적인 영역을 만들어낸 감독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으면서도 무척 이상한 방식으로 외부와 긴밀한 교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 감독이다.
그는 자기만의 세계에 매몰되지도 않고 모든 것을 잃은 다음에야 깨달음을 얻지 않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시선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자신만이 아닌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 감독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의 다른 작품처럼 카메라는 큰 움직임을 만들기 귀찮아하면서도 이리저리 고개를(고개만) 돌려가며 보는 듯 여러 장면들을 (시선을 움직여가며) 바라보고 있고, 모든 장면들은 정교한 계산속에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움직임들은 어쩐지 소품들을 더 생각하고 있는 듯 조심스러워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때때로 감상에 빠지는 듯이 무언가를 바라보기도 하고,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한데, 언제나처럼 웨스 앤더슨은 그런 식이었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또한 이전과 많이 달라지진 않고 있다.
다만, 예전에 비해서 좀 더 느닷없이 폭력 혹은 과격함을 만들어내는 버릇이 더 커진 것 같은데, 갑작스럽게 손가락이 잘려지거나 고양이를 내동냉이치거나 살인이 일어나기도 하면서 안정적이고 나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이전에 비해서는 긴장감 또한 함께 만들어내고 있다.
무언가에 분풀이를 하고 싶어진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좀 더 과격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마치 애들이 장난을 하는 듯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사건을 만들어내고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면서 소동을 벌이고 있는데, 어차피 살인사건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고 누가 범인인가를 생각해보게 의도하기 보다는 정작 그런 것은 별다르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벌어지는 소동들 자체에 대해서 더 열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웨스 앤더슨은 언제나처럼 온갖 소동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능수능란하고 그것들이 벌어지는 도중에 우정과 사랑 그리고 여러 감정들을 다뤄내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유치함으로 똘똘 뭉쳐져 있으면서도 재치 있고, 개성으로 가득하고 무언가 문제 있는 사람들만 가득하면서도 그게 이상하게 느껴지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수준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서 만들어내는 좋은 호흡의 연기들 또한 만족스러웠는데, 이야기의 흐름이나 짜임새도 좋았지만 각각의 배우들이 수건돌리기를 하는 듯이 서로의 연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과정은 무척 만족스러운 느낌이었다.
무슈 구스타브와 호텔보이 제로의 모험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다른 개성 있는 배역들도 인상적이지만 감상적이면서도 냉소적이고 그러면서도 제멋대로인 무슈 구스타브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매력과 함께(어쩌면 웨스 앤더슨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빼어난 등장인물일지도 모르고, ‘장고 - 분노의 추적자’의 닥터 슐츠에 버금갈 정도로 인상적인 등장인물이었다) 모험에 동참하는 호텔보이 제로의 감수성과 순진함 또한 인상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전형적인 웨스 앤더슨 작품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성향을 계속해서 성장시키고 변해가는 모습이 그리고 무언가 새로움을 더해가는 과정이 더욱 인상 깊게 느껴지는 것 같다.
웨스 앤더슨이 어디까지 향할 수 있을까?
그걸 지켜보면 볼수록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점점 더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관객이 많아지고 그와 작업하기는 것을 즐기는 배우들이 많아지면서 그의 세계는 더욱 더 풍요로워지게 되는 것 같다.
그의 다음 작품 또한 기대하게 된다.
참고 : 1. 아무리 그래도... 에곤 실레의 그림을 그렇게...
2. 웨스 앤더슨의 좌우대칭에 대한 집착을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라는 생각이 더 크다. 집착보다는 그게 편해보여서 그런 것일지도. 하긴, 그게 바로 집착이겠지만.
3. 어쩌면 무성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무성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만족스럽고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도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