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은 주로 미국 대형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이나 일본의 애니메이션들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작품들은 상당히 정교하고 화려하게까지 느껴지는 그래픽과 3D 효과들을 통해 대단히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곤 합니다. 근래에 개봉해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말이죠. 하지만 이 작품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앞서 언급한 요즘 애니메이션의 특징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었는데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영중인 것 같은 '영화의 전당'에서 이 작품을 정말 뒤늦게 찾아보게 됐습니다.
수채화풍의 그림체가 상당히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 ▲ 음악적 재능은 있었지만 그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던.. 곰 '어네스트' >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프랑스의 작가 '가브리엘 뱅상'의 동화책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우선 그림체부터 상당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동화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듯 '수채화풍'의 그림으로 그려진 영화는 흔히 봐왔던 그림체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면서 감성을 자극하는데 대충 대충 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그 특별한 그림체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그림체로 그려진 '어네스트와 엘레스틴'의 이야기는 보고 있으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질만큼 훈훈했고 두 주인공의 모습은 정말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닮아있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이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가 되고..
< ▲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갖고 있었지만 쓸데 없는 짓으로 치부 받았던.. 쥐 '셀레스틴' >
영화속 세상은 '곰'이 사는 지상세계와 '쥐'가 사는 지하 세계로 나눠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세상속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상대 종족(?)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죠. '곰은 쥐를 잡아먹는 나쁘고 무서운 존재다, 쥐는 병균을 퍼트리는 더러운 존재다'라고 말이죠.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세뇌당하듯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그 실체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속에 쥐 '셀레스틴'과 곰 '어네스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거기에 소질이 있었지만 그 재능은 무시당한채 '치과 의사'가 되길 강요받은 셀레스틴이나 음악적 소질은 다분했지만 언제나 배가 고팠던 어네스트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자신들의 꿈을 맘껏 펼치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우연히 마주친 둘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이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가 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도 합니다.
'곰'과 '쥐'를 통해 그려지는 현실 풍자적인 우화
< ▲ 이처럼 닮아있는 모습의 둘은 우연히 만나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됩니다 >
이처럼 감성적인 느낌의 '힐링 영화'였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하지만 이런 이야기속에 상당히 현실 풍자적인 이야기 역시 가득 담겨 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꿈이 아닌 다른 사람이 원하는 꿈을 향해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완전한 흑과 백의 논리와 선입견에 빠져있는 사회의 모습, 속이 아닌 겉만 보고 판단하곤 하는 사람들과 같은 점들이 그것인데 프랑스의 작품이지만 우리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참 세상 사는게 다 비슷비슷하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특히 영화에서는 이런 이야기의 중요한 오브제로 '곰의 이빨'이 등장하고 있는데 곰들은 아이들에게 그 이빨을 가져가는 '쥐'를 마치 요정인듯 이야기하고, 쥐에게 있어서 '곰의 이빨'은 없어서는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서로의 중요함을 느끼기 보다는 그저 상대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서로를 그들의 세상에서 밀어내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었으니까요. 이처럼 영화는 '곰'과 '쥐'를 통해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한편의 '우화'였던 것이죠.
흔히 접하기 어려운 특별한 감성이 담겨 있는 영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 ▲ 수채화풍의 감성적인 그림체, 훈훈하고 절로 웃음지어지는 이야기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
그런데 이처럼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있긴 하지만 영화는 남녀노소 누구나 다 함께 보기에도 딱 어울릴 것 같은 영화더군요.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한 기발한 상상력이 담겨있는 영화였고 그 속에 공감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그런 부분을 떠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이야기만 딱 놓고 보더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절로 미소 짓게 되는지라 7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더 짧게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특별한 감성이 담겨 있는 영화였기 때문에 더 좋은 경험이기도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