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아무도 난 도와주지 않아요 ? "

1999년 개봉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로 꾸준하게 개봉이 이뤄진 <주온>, <착신아리>와 같은 '일본 공포영화'의 시작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링>은 헐리우드는 물론 국내에서도 리메이크 됐을 정도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주인공 '사다코'는 다양한 패러디물로도 등장했을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던 캐릭터였습니다. 특히 TV에서 기어나오던 사다코를 어린 시절에 봤을때는 정말 충격과 공포였었는데 그 인기 덕분에 <링> 시리즈는 1편 이후 다양한 이야기로 계속 만들어졌었고 한동안 뜸하다가 2012년에 <사다코>라는 영화로 다시 탄생하기에 이르렀죠. 하지만 <사다코>는 정말 <링>의 사다코가 명예 훼손(?)으로 소송을 걸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을만큼 엉망진창 코미디물로 느껴진 영화였는데 그 <사다코>의 속편이 개봉했습니다.

제목은 '사다코'이지만 '사다코'의 딸이 이야기의 중심이 됩니다

< ▲ 이 꼬마 '나기'가 주인공, 하지만 무섭다기 보다는 귀엽기만 했던 아이 >

영화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1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1편에서 부활한 '사다코'를 자신의 몸 안에 봉인한 '아카네'는 깨지 않은 깊은 잠에 빠졌고 '타카노리'는 그녀를 지키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두 사람 사이에는 딸 '나기'가 태어났고 그 아이는 타카노리의 동생인 '후코'에게 보내졌습니다. 하지만 후코는 풍겨오는 분위기에서부터 여타의 평범한 아이들과는 많이 달랐던 '나기'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힘들어 하는데 이런 나기의 주위에서 계속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때문에 후코는 그런 '나기'를 더더욱 무섭게 여기게 되죠. 이처럼 이번 <사다코 2>는 '사다코'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닌 '그녀의 딸'을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편과 마찬가지로 '보면 죽는 동영상' 역시 이어지는데 역시 '빠른'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보고 나서 '일주일'과 같은 데드라인 없이 바로 바로 신속하게 죽어나가고 어울리지는 않지만 '좀비'스러운 설정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장면들이 주가 되는 영화의 초반부는 예전의 <링>의 분위기를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었고 약간은 '공포 영화'스러워 보이긴 하더군요. 하지만 이번 <사다코 2> 역시 공포 영화로서의 매력은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뻔하고 익숙한 '공포 장치'들, 때문에 전혀 공포를 느낄 수가 없었던 영화

< ▲ 영화에서 제일 무서웠던 건 이 꼬마가 아니라 이 꼬마가 그림 그리는 소리

연필로 긁어대는 그 날카로운 마찰음에서 소름이.. 그림 그만 좀 그리라고 하고 싶었을 정도 >

우선 '공포'를 만들어내는 설정이 너무나도 뻔하고 익숙한 것들입니다. 공포영화의 중요한 요소중 하나를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쯤에서 뭔가 나오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에서 여지 없이 무엇인가 나타나고 상황이 발생한다면 큰 효과를 낼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태국 버전 <디 아이>처럼 관객이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에서 치고 들어와야지만 훨씬 강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사다코 2>는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진부한 설정을 갖고 있더군요. 여기서 뭔가 떨어지겠네 하면 실제로 떨어지고, 뭔가 나타나겠네 하면 실제로 나타나는 영화, 때문에 <사다코 2>는 전혀 공포를 느낄 수가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런 '공포 장치'들 보다 연필로 그림을 그리면서 종이를 긁어대는 날카로운 소리가 더 소름끼쳤다고나 할까요? 그런 날카로운 마찰음 정말 싫다는.. 하지만 전편과는 달리 '코미디' 영화가 되어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후코'와 '나미' 비슷한 모습의 두 사람의 드라마였던 <사다코 2>

< ▲ 어머니의 자살을 직접 목격한 '후코'에게 그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을 수 밖에 없었는데.. >

이처럼 공포 영화인데 공포스럽지 않았다면 과연 이번에는 어떤 영화였던 것인가 ! 전 이번 <사다코 2>는 '드라마'로 느껴졌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살을 직접 목격했고 어머니의 자살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후코'에게 그 충격적인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녀를 괴롭히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나기'는 '후코'와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나기'는 '후코'와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부재'를 겪고 있었고 그로 인해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했으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였으니까요. 하지만 나기가 풍기는 분위기는 그 아이에게 선뜻 다가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후코 역시 처음에는 그랬지만 아이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는 뻗지 못했던 그 손을 나기에겐 내밀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사다코 2>는 닮았던 두 사람이 영화속의 사건들을 통해 조금씩 그 트라우마와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죠. 이렇게만 보면 정말 평범한 '드라마'의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의 중간 중간 위에서 언급한 '공포 장치'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반전까지 숨어있습니다.

<사다코>, <콤플렉스>, <사다코 2> 까지.. 한때 잘 나가던 '재팬 호러'의 명성은 끝인가?

< ▲ 얘가 주인공으로 3편도 나올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 >

보고 나면 이런 감상이 나올 것이라는 걸 예상은 했지만 이번 <사다코 2> 역시 1999년의 <링>에는 한참 못미치는 영화였고 '사다코'라는 제목과도 그다지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영화였습니다. 한때는 '공포 영화' 하면 일본이 생각날 정도였는데, <사다코> 1편을 시작으로 <링>을 만든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2013년작 <콤플렉스>, 그리고 이번 <사다코 2>까지 하나같이 다 실망스럽네요. 영화 판도에 있어서 어떤 '흐름'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나저나 이렇게 2편을 실망스럽게 봤지만 엔딩을 보니 분명 3편도 내놓을 것 같던데 만약 나오게 된다면 속는 셈 치고 또 보러가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그 사다코 편히 쉬게 놔두면 좋을텐데..

< 사다코 2 예고편 >